세후급여보다 많은 '역전현상' 수급자 중 27% 달해
전문가·노동계, "당정 할 일은 저소득층 끌어올리는 일" 지적

2023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정보게시판을 보고 있다. ⓒ위클리서울/김현수 객원기자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최근 당정이 실업급여 하한액 삭감 또는 폐지를 추진하기로 한 데 대해 사회안전망을 훼손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2일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포함한 근본적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실업급여 하한액이 노동자들이 실제 세금을 납부하고 받는 급여보다 많은 ‘역전현상’이 발생해 근로의욕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이유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가 주요 근거다.

고용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수급자 162만8000명 가운데 27.9%(45만3000명)는 실수령 기준 월급보다 더 많은 금액의 실업급여를 받은 것으로 추산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실업급여제도는 실업에 처한 구직자들의 구직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라며 “이 급여가 실제 받는 급여보다 많은 것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용부에 따르면 고용부가 산정한 세후급여는 수급자마다 퇴직 전 납부한 세금과 보험료를 실제 확인해 나온 금액은 아니다. 근로소득에서 국세와 지방세, 사회보험료 등 10.3%를 빼는 방식으로 세후급여를 추산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세금액수가 부풀려져 세후급여 액수가 줄어들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업급여는 퇴직전 3개월 간 평균임금의 60%가 지급되며 그 금액이 최저임금의 80%(1일 6만1568원)보다 적으면 최저임금의 80%로 지급하고 있다.

당정이 추진하려는 최저임금 하한액 폐지를 담은 법안은 이미 국회에 발의돼 있다. 홍석준 국힘 의원이 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최저하한액을 뜻하는 최저구직급여일액을 삭제하고 동일하게 평균임금의 60%를 지급키로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단기간 취업했다가 재차 실업급여를 수급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실업급여를 신청, 수급할 수 있는 고용보험 가입기간(피보험 단위기간)을 180일에서 10개월로 늘렸다.

특히 수급자 중 취업이 특히 곤란하고 생활이 어려운 수급자에게 최대 60일간 실업급여를 연장 지급하는 개별연장급여를 기존에 받던 실업급여의 70%에서 90%로 확대해 저소득층에 대해 선별적으로 지원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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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급여의 60%가 최저임금의 80%에 미치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최저소득 노동자들”이라며 “역전현상이 발생하더라도 정부와 여당이 노력해야 할 점은 저소득 노동자들의 임금과 생활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지 ‘벼룩의 간’을 다시 뺏는 일은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홍석준 의원안에 개별연장급여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며 “그러나 진정 저소득층을 위한다면 연장급여가 아닌 원래 급여액을 깎지는 말아야 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의 73.1%(119만명)가 대부분 청년, 고령,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로 급여 하한액 적용을 받고 있다”며 “실업급여 하한액마저 폐지한다면 저임금노동자의 실업기간 동안 생계유지에 커다란 타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는 일터에서 내몰린 저임금노동자들의 실업급여마저 아까워서 깎겠다는 것인데, 기업과 정부의 책임은 없이 오로지 취약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정이 우선 해야 할 일은 실업급여를 삭감하는 등 사회안전망의 보장성을 약화하는 일이 아니다"며 "아직도 사각지대에 있는 800여만 명의 특고,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제도 적용을 확대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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