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재난과 영화 속 환경·기후 위기] 영화 ‘투모로우 (The Day After Tomorrow)’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전 세계는 폭염, 폭우, 한파, 가뭄, 쓰나미 등 전례 없는 기후 위기에 봉착했다. 이러한 지구 환경 변화는 앞으로 모든 생물이 멸종되는 ‘제6의 대멸종’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환경과 기후 위기를 어떻게 다루었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해볼까 한다.

 

ⓒ위클리서울/ 픽사베이

카메라는 푸르다 못해 하얗게 질린 듯한 거대한 빙하를 비춘다. 쉽게 인간의 발자국을 허락하지 않았던 동토의 왕국, 극지방. 그 땅을 뒤덮은 빙하. 그런데 그 빙하가 쩍쩍 갈라진다. 순식간에 바다는 빙하를 집어삼킨다. 바다가 길을 만든다. 그렇게 빙하가 녹으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고 영화는 지구의 빙하기를 예고한다.

 

영화 ‘투모로우
영화 ‘투모로우' 포스터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있을까? 빙하로 인한 지구 위기

지구는 기후 위기에 봉착했다. 쓰레기, 공해, 산림 파괴 등 인간 활동은 온실효과를 일으키며 유례없는 이상한 기후 변화로 되돌려 받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자연재해, 생물 다양성 손실, 인간 재해로 이어지고 있다. 빙하는 매년 예상보다 더 많이 소실되며 녹고 있으며 엘리뇨, 태풍 등의 기상재해도 예측과는 다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빙하가 과학자들의 예측보다 더 빠르게 녹고 있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하지만 우리는 걱정하면서도 뚜렷하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이대로라면 20년 전 2004년에 만들어진 영화 ‘투모로우 (The Day After Tomorrow)’와 같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지도 모른다. 영화 투모로우에서는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기상 변화와 지구의 상황이 현실감 넘치게 펼쳐진다.

기상학자 잭 홀(데니스 퀘이드 분)과 샘 홀(제이크 질렌할 분) 등은 극지방에서 빙하코어를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평상시와 다름없이 얼음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 빙하에 구멍을 뚫는 순간 갑자기 빙하가 갈라지면서 지면이 추락한다. 다행히 샘플이 망망대해 속으로 떨어질 뻔한 것을 건진 잭. 얼마 뒤 잭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지구 온난화를 위한 UN 세미나에 참석해 현재의 기후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설파한다. 잭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 태양열을 운반하는 북대서양 난류가 냉각되어 기후가 급격하게 변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가 지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정치권에 비웃음을 산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기후 위기보다 이를 위해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잭은 단언했다. “지금 이대로 놔두면 심각한 재앙이 올 겁니다.” 그리고 곧 그의 주장은 현실이 됐다. 인도에서는 폭설이 시작했고 일본 동경에서는 커다란 우박덩어리가 쏟아져 내렸다. 미국에는 사상 유례없는 초강력 태풍이 도착했다. 기상센터에서는 해수의 온도가 갑자기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는 신호를 받는다. 곧이어 미국 도시 해안가에는 거대한 쓰나미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토네이도, 쓰나미, 골프공만 한 우박, 폭설 등 자연재해는 전 세계를 강타하며 쉴 새 없이 몰아쳤다. 기상이변에 자동차가 날아가고 항공기 운행이 중지됐다. 산에는 불이 붙었다. 도시는 전기가 끊기고 아수라장이 됐다. 인간이 그동안 만들었던 문명이 아주 쉽게 산산조각 났다.

 

영화 ‘투모로우' 스틸컷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지구의 이상 기후 변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잭은 해양 온도가 무려 13도나 넘게 낮아졌다는 전화를 받고 앞으로 빙하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당시 잭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아들은 퀴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뉴욕에 가있었다. 잭은 아들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뉴욕으로 가려 한다. 잭이 떠나려 할 때 백악관에서는 그를 부른다. 이제 와서 뭔가를 할 수 있을까?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회의감이 들었지만 잭은 남은 생존자들을 위해 무엇이든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하기로 한다. 지구의 북반구는 얼어붙고 있었다. 바깥에 나가면 수초 만에 얼어 죽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중간지대는 어떠한가. 아직은 괜찮다. 잭은 중부지역의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상모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잭은 연구 결과를 가지고 부통령을 만난다. 그는 6주 안에 지구의 북반구는 한파로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잭은 북반구의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했다. 중부지역의 사람들은 남반구인 멕시코로 이동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어느 나라나 관료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런 황당한 계획을 그냥 수락할 리가 없다. 부통령은 핑계를 대며 사사건건 일을 물고 늘어진다. 하지만 잭에게는 이제 시간이 없다. 인류를 구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신의 아들을 구해야 하는 일이었다. 북반구 전체가 눈보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자유의 여신상도, 거대한 빌딩도, 사람들도... 도시의 모든 것이 다 얼어붙었다.

뉴욕에는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도시가 물에 잠기고 바다의 배들이 떠밀려와 빌딩에 부딪혔다. 수해로 인해 동물원은 파괴되고 동물들까지 도시로 뛰쳐나왔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제 뉴욕이 얼어붙은 차례다. 잭은 아들에게 연락해 뉴욕이 얼어붙게 되었으니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한다. 그리고 구하러 가겠다고 말한다. 폭우와 쓰나미로 뉴욕은 물바다가 됐다. LA에 초대형 토네이도가 몰아치면서 자동차가 날아가고 TV 중계를 하던 기자가 그 자동차에 맞아서 순식간에 태풍의 눈으로 사라졌다. 빌딩 외벽이 마치 알루미늄 캔처럼 쉽게 구겨졌다. 뉴욕에서는 쓰나미가 일어나 사람들은 헤엄을 쳐야 길을 건널 수 있을 정도였다. 건물로 들어가도 물은 금세 들어찼다. 갑자기 내리는 한파와 눈으로 도시는 얼음바다가 됐다. 건물에 갇혀서 지내던 사람들은 집으로 가겠다며 거리로 나섰다. 잭은 아빠의 이야기를 전하며 이들을 설득했지만 사람들은 고집불통이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서 죽음을 맞이한다. 다행히 아직 남반구의 상황은 괜찮았다. 한파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 중이었다. 미국 대통령은 잭이 사람들을 멕시코로 이주시켜야 한다고 하는 잭의 주장에 처음에는 반대하다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시민들을 멕시코로 대피하라고 하기 이른다. 그런데 이번에는 멕시코가 문제였다. 멕시코는 국경을 단속하며 미국인들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미국 정부는 멕시코의 빚을 탕감해 주겠다며 멕시코에 난민촌 캠프를 만들어 달라고 멕시코에 요청하며 시민들을 이주시킨다. 격세지감이다.

 

영화 ‘투모로우' 스틸컷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지금도 미국으로 불법 이주하던 멕시코인들과 오버랩되며 감독의 의도적인 풍자가 씁쓸하게 느껴진다. 잭은 극지방 탐험가처럼 온몸을 무장하고 아들을 구하기 위해 떠난다. 아버지의 초인적인 부성애가 느껴진다. 이러한 아비규환의 상황 속에서도 자식을 구하겠다는 부모의 마음의 매한가지일 것이다. 뜨거운 아버지의 사랑이 아들의 목숨을, 그리고 남아있는 아들 일행의 목숨을 구한다. 다행히 헬기가 떴기 때문이다. 헬기로 생존자들을 구조해 떠나는 잭 일행. 이제 다 끝난 것일까? 이후 영화에서는 다행히 얼음벽이 걷히고 지구의 기온이 정상화된다. 인류는 살아남게 된 것이다.

영화에서는 정상 기온으로 돌아왔지만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될까? 20년 전 잭이 주장한 것처럼 기후 위기를 극복하려는 환경 운동가와 과학자들의 목소리에 대한 응답은 돌아오지 않고 공허하기만 하다. 이제 인류는 앞으로 닥칠 기후 위기를 극복할 것인지, 고심해봐야 할 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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