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마트 지출 3.4배↑…노조 반발 여전 

롯데마트 강변점. ⓒ위클리서울/롯데마트
롯데마트 강변점. ⓒ위클리서울/롯데마트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이 취지와 달리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또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소비 지출이 감소하며 쿠팡과 컬리 같은 무점포 온라인 마트가 반사이익을 누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에 힘입어 일부 지자체는 의무휴업 날짜를 일요일이 아닌 평일로 전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전국 단위로 번질 것 같았던 ‘의무휴업 평일전환’도 현재는 주춤한 상태다. “노동자에게 일요일을 달라”는 마트 노동자들의 시위와 파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일요일 휴무…온라인 확장에 기여”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매주 둘째·넷째 주 일요일에 대형마트 문을 닫는 제도다. 인근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전통시장 등을 지키기 위한 취지로 2012년 도입됐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실효성에 대해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하는 연구결과가 매년 등장하고 있다. 

최근 김지향(국민의힘)서울특별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의원 역시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이커머스 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유통구조 변화로 서울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서울시의회와 서울연구원이 서울시민의 소비행태 특징을 파악하고자 공동 의뢰로 진행됐다.

연구 수행기관인 국내 대형 카드사는 서울거주 카드소지자를 대상으로 지난 2019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5년간의 카드지출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119만여명의 일일소비지출 패턴을 조사했으며, 오프라인 종합소매업 지출 비율이 5년 전보다 10%p 증감한 21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했다. 최종 데이터에 대한 분석은 서울연구원이 진행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이전 대비 서울시민의 온라인 소비지출 증가속도가 오프라인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쿠팡, 마켓컬리 등의 무점포 온라인 마트 지출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3.4배 증가하면서 온라인 소비지출 규모는 63.7% 증가했지만, 오프라인 지출 규모는 21.9% 증가하는데 그쳤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인 둘째·넷째 주 일요일에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소비지출은 줄었으나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 등의 소비지출은 늘지 않아,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인한 전통시장 상권 활성화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오프라인 지출은 주중보다 주말에 집중된 반면, 온라인 지출은 주말에 감소 후 주중에 증가했다. 둘째·넷째 주 서울에서 감소하는 지출은 이커머스 등의 소비지출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슈퍼마켓 등 소상공인 주요 업종은 목요일과 금요일에 지출이 증가했다.

또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과 저렴한 가격, 접근 편의성을 주요 점포 선택의 원인으로 꼽았다. 식품구매의 경우 다양한 상품(22.8%)과 저렴한 가격(20.3%), 접근 편의성(20.1%) 등을 이유로 온라인 마트와 오프라인 대형마트를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식품구매의 경우 저렴한 가격(26.4%), 다양한 상품(23.3%), 배송 편의성(22.6%) 등을 이유로 이커머스 점포(71.7%)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연구 결과에 대해 “대형마트 규제의 가장 큰 목표는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활성화였지만, 현실은 소비패턴 변화로 온라인을 주축으로 하는 무점포 온라인마트와 쇼핑몰 등의 이커머스 시장 확장으로 연결됐다는 것이 이번 연구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민은 오프라인 점포를 생필품보다 여가를 위한 소비지출 용도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서울 역내 여가·문화시설을 즐기러 온 시민이 인근 상권·전통시장 등 오프라인 점포 밀집 지역을 방문할 수 있도록 상호 연계하여 상생할 수 있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2019년 423개였던 대형마트는 올해 401개로, 지난 4년 동안 22곳이 폐점하면서 3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고, 폐점 마트 주변 상권도 무너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대형마트가 여성과 청년, 서민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주변 상권에 영향력이 큰 만큼, 소비패턴 변화로 달라진 현실에 맞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 완화는 물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에 대한 지원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형마트 폐점, 오히려 상권·고용 저하”

대형마트는 코로나19 당시 비대면 소비 활성화, 영업시간 단축, 지역 상품권 사용처 배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효율성 확보 저하 △수익성 개선 등을 이유로 폐점 수순을 이어갔다. 대형마트를 향한 의무휴업과 출점 규제는 대형마트가 주변 상권의 수요를 흡수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으나, 정작 폐점 후 상호보완 관계에 있던 주변 소상공인 매출이 동반 하락하는 공동화 현상을 보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단법입 한국유통학회가 지난해 발표한 ‘대형마트 폐점이 주변 상권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 연구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폐점 후 반경 반경 2km까지 매출액이 감소했고, 2~4km에서는 매출액 증가율이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대형마트의 존재가 주변 상권의 매출을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권을 형성해 주변 상권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집객 효과가 나타난다고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이 연구는 지역 내 상권에 위치하고 있는 한 카드사 가맹점 점포들 매출액 자료를 수집해 데이터로 활용했다. 폐점 대형마트를 기준으로 폐점 1년 전·폐점 연도·폐점 후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반경 0~1km 내에 있는 전체 업종에 대한 매출액의 변화는 폐점 연도에 비해 폐점 후 4.82% 감소 △1~2km는 2.68% 감소 △2km 이상에서는 매출액 증가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대형마트 폐점 후 1km 이내의 슈퍼마켓 매출액이 0.88% 감소했고, 1~2km에서는 매출액 증가율이 가장 많이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음식점 매출액 역시 1km 이내에서는 0.89% 감소했다. 거리별·요일별로 살펴보면 폐점으로 인해 반경 0~1km 내 점포들의 매출이 감소했으며, 특히 일요일에 감소 폭이 7.41%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마트 폐점은 고용 감소로도 이어졌다. 0~1km 내 음식점의 경우 매출액이 감소함에 따라 고용 감소인원이 784명으로 나타났으며, 슈퍼마켓을 제외한 소매업의 경우 850명의 고용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7개 점포의 폐점 후 주변 점포의 매출액 변화에 따른 평균 고용 감소 인원은 반경 0~1km에서 161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유통학회 측은 “대형마트가 상권을 리딩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폐점이 기존 점포와 고용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며 “현재의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같은 전통적인 유통환경뿐만 아니라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온라인 유통업체와 같은 새로운 업태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럼 노동자는 언제 쉬나”

마트노조 1인시위. ⓒ위클리서울/윤미향 의원실
마트노조 1인시위. ⓒ위클리서울/김지향 의원실

이렇듯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취지로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이 12년차가 되자, ‘대형마트를 살리자’는 목소리로 바뀌고 있다. 특히 의무휴업이 온라인을 배불리고 소비자 불편만 초래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대구와 청주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를 평일로 전환한 상태다. 이 같은 흐름이 전국 단위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현재는 마트 노동자들의 반발로 잠잠해진 상태다. 

마트산업노동조합은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의견은 청취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의무휴업을 평일로 전환하는 것은, 노동자의 휴식권과 건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평일 전환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골목상권 활성화 효과에 대해 집중하는 사이, 가장 중요한 이해 당사자인 노동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지난 4월에는 ‘일요일 의무휴업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현장 노동자 의견서 2만7000장을 지회별 기초자치단체에 전달하며, 추가 의무휴업 변경에 대한 본격적인 저지에 나서기도 했다. 5월에는 서울 신촌 연세로 광장에서 ‘유통노동자의 일요일’ 쟁취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현재도 각 마트 앞에서 1인 시위 및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평일전환이든 연중무휴 전환이든 가장 먼저개선해야하는 것은 노동자의 근무 환경”이라며 “임금과 노동 인원은 그대로인 채 지자체 권한으로 요일만 바뀌는 것은 근무환경 악화이자 오히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무휴업과 출점제한 등 과도한 정부 개입은 사실상 기업이 노동법 안에서 스스로 결정해야할 고용 권한까지 침해하는 것”이라며 “마트와 골목상권, 노동자, 소비자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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