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인터뷰] 김준형 외교광장 이사장

김준형 외교광장 이사장. ⓒ위클리서울/외교광장
김준형 외교광장 이사장. ⓒ위클리서울/외교광장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지난 8월 한·미·일 정상은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담을 열고 한·미·일 관계의 새로운 장(New Chpater)이 시작됐음을 선언했다. 인도·태평양 지역 및 글로벌 현안에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3국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회담은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 간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고 3국 안보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게 골자로 지난해 11월 <프놈펜 공동선언>에서 시동을 건 한·미·일 협력 제도화의 실질적 전환점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윤석열 정부의 진영 외교가 국가 간 불편해지고 더 위험에 빠뜨렸다는 분석도 있다. 김준형 외교광장 이사장을 만나 한국의 대외환경과 향후 대안 등을 들어봤다. 

한국의 당면한 대외환경은 어떻게 보는가?
세계화(globalization)의 통합성이 무너지고 파편화(fragmentation)가 가속화되고 있다.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압도하거나 대체하지 못하고 혼재와 혼란이 뒤섞인 상태다. 여기에 안보포퓰리즘과 음모론, 선동정치, 스트롱맨 정치, 배타적 민주주의 등이 작용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 격화와 더불어 동아시아-한반도로의 갈등 전가가 가속화된 상황이다. 트럼프는 고립주의, 다자주의 및 국제조약 무시, 민주주의-인권 경시라면, 바이든은 동맹 회복, 다자주의 및 민주주의 인권가치 중요시 등 겉으로는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사성이 뚜렷하다. 

남북관계는 어떻게 보는가
동북아 군비경쟁과 한반도 주변의 병영국가화가 가속되고 있다. 남북한은 물론이고, 미·중·일·러의 군비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힘을 통한 평화’를 앞세우며 멸공하자는 목소리를 높임으로 인해 북한의 위협인식이 상승하고 핵무기를 고도화하는 근거로 작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마디로 신냉전 담론이 조직적으로 강하게 지배하고 있다. 한·미·일은 독립변수라 할 수 있고 북·중·러는 이에 따른 종속변수다.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을 평가한다면?
이명박 정부와 데자뷔다. 외교 안보팀의 주요 인적 구성은 물론, 대외 및 대북 전략 기조가 이명박 정부와 너무도 닮아있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역시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불평등 관계에서 한국이 미국의 전략을 수행하는 선봉 역할을 하고 있다. 대북노선 또한 강경책인데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비핵화 노력의 실질적 포기로,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고조시켜 미·중 갈등을 포함한 한·미·일 vs. 북·중·러의 진영화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윤 정부는 확실하게 편을 정하고, 진영 외교로 돌진하는 양상인데, 문제는 편을 정한다고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불편해지고, 더 위험해졌다. 한·미·일 동맹의 실체 역시 한국은 평등한 플레이어가 아니라 하부구조로 편입된 것으로 본다.

그 외 국가들과는 관계가 어떻게 변했나?
윤 대통령의 외교는 결단과 흑백의 이분법만 난무하다. 자유, 인권, 민주주의로 대표되는 가치 외교는 우리가 마땅히 추구해야 할 가치이지만, 외교 무대에서 진영을 가르고 적대 관계를 구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치명적으로 국익 손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외교는 51대 49의 협상 무대고, 흑백이 아니라 회색의 타협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미일 진영은 공고화되지 않았나...
한미일 동맹화의 급진전으로 인해 동북아의 신냉전이 본격화됐다고 본다. 지난해 11월 한미일 <프놈펜 공동선언>에서 시동을 건 한미일 협력 제도화의 실질적 전환점이면서 향후 3국 간 안보협력이 더욱 긴밀해질 수는 있다. 동맹 직전 단계에 이른 준동맹이라 볼 수 있을 정도로 현시점에서 이미 한미일 안보협력은 최고 단계다. 문제는 대북 안보협력의 범위를 넘어 인도·태평양 또는 전 세계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군사적 측면과 대결만 강조하고 대화와 평화는 뒷전인 형국이 예상된다.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의례적인 문구를 넣기는 했지만 영혼 없는 공허한 메아리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평가한다면?
회의의 최대 승자는 미국이고 일본도 반사이익을 얻었지만 한국은 실질적으로 얻은 것이 없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 무력 강화와 도발에 대비한 안보협력을 강화했다고 했지만 한반도는 더욱 긴장이 고조되고 북핵 문제는 더욱 풀기 어렵게 됐으며 중국과 러시아와 적대적 관계로 들어서면서 동북아 신냉전이 본격화됐고 한반도가 중심 무대가 됐다. 주요 외신들은 역사문제로 인한 한일의 불편한 관계가 종식됐다는점을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한일관계 개선을 바라는 미국의 외교적 꿈이 실현됐다고 했으며, 워싱턴포스트는 수십 년간 냉랭한 관계를 이어온 한일의 화해를 돕기 위해 백악관이 2년간 펼친 노력의 정점이라고 진단했다. 

아시아판 나토가 구축됐다는 평가도 있는데...
AUKUS(호주·영국·미국 삼각동맹), QUAD(미국·인도·일본·호주 협의체) 등과 연결하려는 노력보다는 일단 한미일이 중심이 되는 연합체를 먼저 탄탄하게 만들고 차후 필요하면 나토와 연결을 고려할 것으로 본다. 한미와 한일은 동맹이지만, 어쨌든 한미일은 동맹의 의무가 아닌 협의를 약속하고 있다. 따라서 바이든이 재선 될 경우, 한국과 일본이 틀을 없애거나 빠지기는 어렵겠지만, 트럼프가 당선되면 한미일 안보협력은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 동북아 평화를 위해 바이든 재선보다 트럼프의 당선이 유리하다는 역설이 성립된다.

한국은 중국과는 싸우려 하고, 왜 미국과는 설득조차 하지 않는가?
정치적 리스크가 군사적 리스크보다는 나음을 고려한다면 어쩌면 미국에 개기는 것이 훨씬 덜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진영을 너무 빠르게 정함으로써 운신의 폭을 스스로 축소했다. 한마디로 균형 외교의 덫에 빠진 것이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처럼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되, 한중 관계를 해치지 않는다‘가 정답에 가깝다고 본다. 한미동맹의 주술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외교는 자율성 제고와 다변화를 통한 평화와 국민 복지 구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대안은 무엇인가?
우리가 미국과 중국을 통제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한반도가 미·중 갈등에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평화공존 확보가 절대적이다. 평화는 이념이나 이상이 아니라 사활적 국익을 위해 필수이기 때문이다. 제3지대 구축도 방안이 될 것이다. 미·중 대결 구도에서 배타적 선택의 프레임에 빠져들지 않고, 유사 입장과 능력을 지닌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한 극복으로 가야 한다. 연대 외교를 통한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은 미·중의 편 가르기 압박을 완충하며, 글로벌 문제에서 미·중의 리더십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의 위상은 높아지고 모든 외교 이슈를 한미 또는 한중 관계로 환원하는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밖에 한국의 대외관계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각자도생의 단절과 고립 속 우리는 도리어 가치와 협력의 공간을 지향하고, 각자도생하고 싶어도 방법과 능력이 없는 사각지대의 국가들을 도와야 한다. 중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국제정치적으로 대결구조를 통해 이익을 얻는 안보포퓰리즘에 대항해 평화 담론을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 
세부적으로 미국 민주당 정부의 행보 비판 및 한반도 주변 신냉전을 구축하고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부추기는 세력에 대한 비판을 담대하고 조직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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