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한반도 전문가’ 조성렬 교수-3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2회에서 이어집니다.>

조성렬 교수 ⓒ위클리서울/ 조성렬 교수 제공

- 전쟁이 종식되면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나.

▲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방식으로 종식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다. 기준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첫째는 러시아의 실질적 승리 시나리오로서,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차지한 채 우크라이나 동부의 루한스크와 도네츠크가 분리 독립하는 경우이다. 두 번째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차지하되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점령지에서 완전히 물러나 2022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경우이다. 세 번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모든 영토에서 실질적으로 쫒겨나 2014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경우이다. 현재의 전황으로 보면, 세 번째 가능성은 희박하고, 아마도 첫 번째와 두 번째 시나리오의 절충된 형태로서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채,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지역의 완전한 분리 독립이 아닌 부분적인 점령으로 전쟁 재발의 불씨를 남긴 채 끝날 가능성이 높다.
 

- 향후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지든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클 것 같다.

▲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반도 정세 및 한국경제에 크게 네 가지 면에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첫째로는 이번 전쟁의 발단이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 움직임과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합병 등 지정학적 요인에서 비롯된 만큼, 동북아시아에서는 타이완과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느 한쪽의 확실한 승리 없이 휴전이 이뤄진다면 타이완이나 한반도에서 전면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으나 지속적인 분쟁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둘째, 한국은 미국쪽으로, 북한은 러시아 쪽으로 쏠림 현상이 한층 심화되어 점차 한‧미‧일 남방삼각 대 북‧중‧러 북방삼각의 대립구도로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러 군사협력관계의 진전은 북한의 군사력 증강을 도와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안보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중국의 경우 신냉전 구도로 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북‧중, 러‧중 포괄적 협력은 하되 북‧중‧러로 하나의 진영으로 묶이는 데는 조심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셋째, 러시아와 한국과의 교역이 크게 줄어들고 러시아 내 한국기업들의 활동에 대한 제한이 가해져 한‧러 경제관계는 크게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한‧러 교역액은 점차 늘어나 2021년 한 해에 한러 교역액은 265억 달러에 달했다. 한국은 러시아로부터 자원을 주도 수입하고, 러시아는 한국제 기계, 자동차부품, 철구조물, 뷰티 제품을 주로 수출하고 있다. 한류의 영향으로 뷰티 제품이 상위 수출품목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현재 전쟁의 여파로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의 현지 생산법인이 가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공개적으로 지원해 러시아의 반발을 샀기 때문에 전쟁이 끝나더라도 러시아 내 한국기업들의 활동은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넷째, 사실상 북방정책의 파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대부분의 중앙아시아국가들은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으로 정치외교적으로 묶여있을 뿐 아니라 유라시아경제연합(EEU)과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원국들로서 경제적, 군사적으로 연계되어 있어 있다. 역대 한국 정부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자원의 보고인 중앙아시아를 겨냥한 북방정책을 추진해 왔다. 중앙아시아와의 관계개선은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과의 연계는 물론, 경제적으로 천연자원 도입은 물론 동유럽으로 진출하는 생산의 교두보 역할을 해 왔고 외교적으로 북한을 포위해 압박하는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크게 어려워질 수 있다.
 

DMZ 관련 사진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 남북관계 문제로 다시 돌아가 질문하겠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상회담 성과나 남북간 협약이 늘 무색해지는 분위기였다. 이런 문제, 어떻게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헌법정신에 충실하면 된다. 헌법은 모든 법률의 바탕이 되는 것으로 어느 정권이든 지켜야 할 기본규범이다. 헌법은 초당파적으로 만들어져서 시대 흐름에 맞게 개정되어 온 것이다. 보수든 진보든 한국정부의 정책들은 이러한 헌법의 정신과 규범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현재의 헌법은 당시의 국제정세와 국민의 여망을 반영해 1987년 10월 제10차 헌법개정 때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헌법 전문에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현행 헌법 제4조에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평화통일 조항이 들어있다. 현재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태이지만, 향후 남북관계는 이러한 헌법 정신과 규범의 토대 위에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지난 6월초에 발간된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 보면, 헌법 정신과 규정을 위배하는 표현과 내용이 나온다. 위 국가안보전략서에서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이 시장경제와 함께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이를 영문으로 ‘liberal democracy’로 표기하고 있다. 하지만 ‘liberal democracy’가 가리키는 것은 한국정치에서 보수가치로 인식되는 것으로, 헌법에 규정된 보편가치인 ‘free democracy’와는 다른 것이다. 실제로 대한민국 헌법 전문과 제4조가 규정하고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basic free and democratic order)’가 바로 보편가치인 자유로운 민주주의(free democracy)인 것이다. 따라서 정권과 무관하게 국민의 공감대를 얻으며 초당파적으로 대북 및 통일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특정 정당의 가치가 아니라 헌법에 나온 보편가치에 입각해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정세, 여전히 복잡하다. 큰 틀에서 윤석열 정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윤석열 정부는 현 국제정세를 신냉전으로 규정하며 가치 공유에 바탕을 둔 진영외교로 나아가고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미중 신냉전 시대 한국의 국가전략'(2021년 여름)이라는 글에서 “미·중 신냉전은 안보·경제 전반에 걸친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이 어느 진영에 가담할 것인지 가늠하는 기준은 이념과 가치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밝혀 신냉전 인식을 전제로 진영외교를 정당화했다. 하지만 남북한의 신냉전 인식은 현 국제정세를 과장한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미국은 현 국제정세를 ‘미·중 전략경쟁’으로 파악하며 친서방진영 국가들의 세를 결집해 ‘다극화’ 저지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탈동조화(De-coupling) 대신에 탈리스크화(De-risking)라는 용어를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러시아도 신냉전이라는 정세인식을 배제하면서 자국에 유리한 ‘다극화’를 촉진하는 데에만 주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강대국들의 인식과 달리 신냉전으로 상황을 과장해 놓고 과도한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과도한 이념과 가치를 내세우는 진영외교를 극복하고 북방외교를 복원해야 한다. 북방외교는 좁게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넓게는 중국도 포함한다.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일본이나 중국‧러시아에 쏠리지 않는 실사구시 외교가 필요하다. 북한의 군사적 오판을 막기 위해 힘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헌법에서 규정된 평화통일정책도 추진하지 않고 ‘힘에 의한 평화’만을 고집하는 것은 헌법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평화를 해치는 하책 중의 하책이다. 잘못된 진단은 잘못된 처방을 낳는다. 과장된 위협인식(신냉전)과 과도한 대응(힘에 의한 평화, 진영외교)이 오히려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다.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국제정세를 직시하고 한국외교를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려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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