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위클리서울=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 해마다 12월이면 행복한공부방을 위해 김장을 해주던 단체가 있습니다. 부산 전포동에 있는 ‘서면홈플러스’ 자원봉사팀입니다. 이들이 사랑과 정성으로 담궜던 김치는 행복한공부방을 이용하는 아동 청소년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맛난 저녁 반찬이었습니다.

올해도 ‘서면홈플러스’ 자원봉사팀이 행복한공부방을 방문했습니다. 마침 ‘어르신일자리’로 매일 공부방을 청소하는 어르신들도 함께 김장을 담궜습니다.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굴을 넣은 김장 김치를 서로의 입에 넣어주면서 김장을 담궜습니다. 순식간에 김장을 마친 후, 함께 오순도순 앉아서 점심 식사를 나눴습니다.

 

올해도 김장을 준비해서 행복한공부방을 찾아준 서면홈플러스 자원봉사팀. ⓒ장영식
올해도 김장을 준비해서 행복한공부방을 찾아준 서면홈플러스 자원봉사팀. ⓒ장영식

‘서면홈플러스’ 자원봉사팀장님은 “오늘이 마지막 김장입니다”라고 말합니다. 모두 깜짝 놀라 팀장님을 바라보았습니다. 팀장님은 “서면홈플러스가 2024년 2월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김장이 우리 자원봉사팀의 마지막 봉사활동이면서 마지막 김장이 되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순간 모두 어색한 침묵으로 눈만 꿈뻑꿈뻑 했습니다.

김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입니다. 서면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어떻게 될까 궁금했습니다. 당장 일자리를 잃지는 않지만, 모두 뿔뿔이 흩어진다고 합니다. 홈플러스뿐만 아니라 대형 마트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추세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면 24시간 안에 바로 집 앞으로 배달되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서면홈플러스 자원봉사팀의 마지막 김장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나눔과 섬김의 김장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마지막은 새로운 시작임을 기억할 것이다. ⓒ장영식
서면홈플러스 자원봉사팀의 마지막 김장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나눔과 섬김의 김장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마지막은 새로운 시작임을 기억할 것이다. ⓒ장영식

행복한공부방 이재현 센터장은 “행복한공부방이 전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운영되었을 때부터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직접 만들어 주셨던 그 모습이 떠올려집니다. 근무 중에 힘든 시간을 쪼개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를 한 솥 해 주셨어요. 떡볶이를 맛있게 잘 먹던 아이들의 표정이 어제 일 같습니다. 동네 아이들의 어머니이시기도 했던 서면홈플러스 노동자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항상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의 행복한 추억 속에 당신들의 예쁜 미소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이번 김장 김치는 사연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 김치를 먹을 때마다 서면홈플러스 노동자들이 생각날 것입니다. 서면홈플러스 노동자들에게 하느님의 평화를 빕니다.

 

행복한공부방을 이용하는 아동 청소년들은 서면홈플러스 자원봉사팀의 사랑의 나눔을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 ⓒ장영식
행복한공부방을 이용하는 아동 청소년들은 서면홈플러스 자원봉사팀의 사랑의 나눔을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 ⓒ장영식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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