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재난과 영화 속 환경·기후 위기]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Mad Max: Fury Road, 2015)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전 세계는 폭염, 폭우, 한파, 가뭄, 쓰나미 등 전례 없는 기후 위기에 봉착했다. 이러한 지구 환경 변화는 앞으로 모든 생물이 멸종되는 ‘제6의 대멸종’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환경과 기후 위기를 어떻게 다루었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해볼까 한다.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포스터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가까운 미래, 지구에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계속되는 자연재해와 전쟁으로 인해 지구의 생태계는 파괴됐다. 대지와 바다는 메말라갔고 모든 자원은 고갈됐다. 핵전쟁으로 인해 농사를 지을 수 없고 독이 발생해 사람들의 수명은 반으로 줄었다. 이제 황폐한 모래 바람과 사막. 사람들에게 주어진 것은 그것뿐이었다. 30여 년 만에 시리즈 4편으로 돌아온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Mad Max: Fury Road, 2015)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물과 석유 등의 자원을 독점하며 사람들을 노예로 전락시키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독재자를 상대로 생존 전쟁을 벌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모든 것이 파괴된 현실. 모든 자원이 통제되어 소수의 인간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미래, 끔찍한 아포칼립스의 세상이다.

인류 멸망 직전, 모든 것을 움켜쥔 독재자

영화의 세계관은 모든 것이 멸종된 근미래다. 오직 시타델이라고 불리는 지역에서만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원이 있다. 이곳에서 물과 식량, 석유를 통제하고 있는 이가 있으니 바로 임모탄 조(휴 키스번 분)라는 독재자다. 그는 초미녀들을 자신의 번식 대상으로 삼고 전쟁 도구로 사용할 신인류로 키우고 있다. 그들을 워보이라고 부르며 얼마 남지 않은 인간들을 노예처럼 사육하며 감시하게 하고 있다. 영화 전작에서 아내와 자식을 잃고 살아가던 방랑자 맥스(과거 맬 깁슨 분, 현재 톰 하디 분)는 지구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생존자 중 한 명이었다. 삶의 의지 없이 떠돌던 맥스는 임모탄의 부하들에게 발견되어 노예로 끌려간다. 모든 문명이 사라지고 사막으로 변해버린 지구에서 시타델은 나름 도시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끌려온 맥스의 눈앞에 펼쳐진 시타델은 서너 개의 크고 높은 바위산으로 둘러 쌓인 척박해 보이는 지형이었지만 바위산 내부에는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기계와 물탱크, 상하수도가 연결되어 있다. 이제는 고갈되었다고 생각된 석유도 외부 세력에게서 가져와 기름 탱크에 넉넉하게 저장하고 있다. 움직일 수 있는 이동수단이 있고 이들 차량을 정비할 정비소가 있다. 무엇보다 푸른 생명이 가득한 식물원이 있다. 이곳에선 인간이 살아갈 수 있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을 임모탄이 통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살기 위해서는 임모탄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그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가장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산소다. 이 세계에선 아직 산소가 부족하지는 않다. 두 번째, 물이다. 인간은 식량 없이도 물만 있으면 장시간 생존할 수 있다. 임모탄은 물의 소중함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는 것도 물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영리하게 잘 이용하고 있다. 임모탄은 물을 ‘아쿠아 콜라’라고 새로 명칭을 정하고 물을 통해 자신을 신격화한다. 사람들이 탈진상태가 되어 폭동이라도 일어날 조짐이 보이면 임모탄과 부하는 바위산 정상의 수문을 열어 사람들에게 물을 쏟아낸다. 물을 향한 간절한 손길, 살기 위한 간절한 몸짓이 이어진다. 저항의 마음은 바로 잊고 물을 향해 벌리는 사람들의 손과 한 방울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릇과 양동이를 가져와 하늘 높이 손을 흔드는 모습은 황량한 미래를 향해가는 현재의 모습 같아서 소름이 끼친다.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스틸컷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미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암울한 미래

이곳에는 임모탄의 폭정에 반발하고 도망치려던 사령관이 있다. 용감한 외팔이 전사. 그의 이름은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 분)다. 그는 번식의 도구로 전락한 임모탄의 부인들을 데리고 도망친다. 하지만 계획은 금방 들통이 나고 그들의 뒤를 워보이들이 뒤쫓는다. 그중에는 맥스를 ‘피주머니’로 사용하는 워보이 눅스(니콜라스 홀트)가 있다. 인간을 ‘수혈 장치’로 사용하는 이들은 맥스를 눅스의 피주머니로 활용하고 차에 매달아 전투에 참가시킨다. 워보이들은 한결같이 오래 살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세뇌가 되어 임모탄을 위해 죽는 것을 영광을 알고 있다. 죽으면 영생을 얻는다는 임모탄의 말을 믿는다. 눅스도 마찬가지. 눅스는 암에 걸렸지만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임모탄을 위해 죽는다면 영광이라며 전투에 참여한다. 퓨리오사가 도망치려는 곳은 퓨리오사의 고향이던 녹색의 땅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원하던 고향은 이미 나무나 식물은커녕 물도 없는 사막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해 사막에서 임모탄과 사투를 벌였지만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됐다. 이제 지구 어디에도 인간이 안전하게 자급자족하며 살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절망감에 사로잡힌 퓨리오사에게 맥스는 시타델로 돌아가자고 제안한다. 임모탄이 자리를 비운 지금 시타델을 탈취한다면 그들에게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사막 전투에서 가까스로 임모탄을 제거하고 시타델로 돌아가는 데 성공한 맥스와 퓨리오사. 그들은 임모탄의 시체를 던지며 임모탄의 폭정의 시대가 끝났음을 사람들에게 알린다. 사람들이 가장 원하던 것은 바로 물. 이들은 전면통제 대상이었던 물을 수문을 열어 폭포처럼 물을 흘려보낸다. 이 장면은 앞서 임모탄이 지하수를 사람들에게 공급했던 것과는 또 다른 의미로 소름 끼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영화에서 일상에서 너무 당연하게,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물은 영화 내내 붉은 흙모래 폭풍 속에서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폭염과 불타는 전차 속에서 전투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본 뒤라 더욱 각별하게 느껴진다. 임모탄이 만든 세계가 끔찍한 이유 중 하나는 ‘어머니의 우유’라고 불리는 식량자원이다. 이미 지구는 식물이 자라지 않는 척박한 환경으로 변했다. 당연히 소를 키울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우유도 생산되지 않는다. 하지만 임모탄은 여성들을 젖소처럼 사육하며 계속 임신, 출산시키며 젖이 돌게 한다. 그리고 젖을 대량 유축하는 기이한 행위를 한다. 영화는 움직이지 않아 더 몸집이 커진 돼지와 같이 임신과 출산, 모유 수축만 하는 여성들의 유두에는 호스가 달려 계속 젓이 유축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유는 다른 세력과 물물교환에 이용하기도 하는 등 시타델의 자원으로 활용한다. 입안으로 쏟아질 듯한 모래폭풍, 서커스 하듯 매달려 총을 쏘고 기타를 연주하던 워보이들의 처절한 전투씬이 기후이변으로 사막화되고 있는 지구를 보고 있는 듯 마음이 아려온다. 영화는 말미에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더 나은 자신을 찾아 이 황폐한 땅을 떠도는 우리는..(Where must we go? In search of our better selves, we who wander this wasteland...)라는 맥스의 대사를 삽입한다. 아직 모든 것이 파괴되지 않은 풍요로운 지구,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더 나은 자신을 위해 어떤 용기를 가져야 할까? 조지 밀러 감독은 우리 모두에게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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