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재난과 영화 속 환경·기후 위기] 영화 ‘마션(The Martian, 2015)’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전 세계는 폭염, 폭우, 한파, 가뭄, 쓰나미 등 전례 없는 기후 위기에 봉착했다. 이러한 지구 환경 변화는 앞으로 모든 생물이 멸종되는 ‘제6의 대멸종’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환경과 기후 위기를 어떻게 다루었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해볼까 한다.

 

ⓒ위클리서울/ 픽사베이

지구가 더 이상 살 수 없는 환경이 된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이제 인류의 목표는 지구가 아니다. 저 멀리 우주를 향하고 있다. 세계적인 괴짜 부호 일론 머스크가 화성 식민지화가 가능하다며 인류의 이주를 외칠 때 사람들은 그의 주장을 미친 소리라며 일축했다. 하지만 그가 연이어 화성 이주를 도울 로켓 팰컨 헤비 발사를 성공시키며 로켓을 회수하자 사람들은 조롱은 환호로 바뀌었다. 화성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일론 머스크는 오는 2029년에 우주선 스타십을 통해 화성에 첫발을 내딛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앞으로 6년 후 인류는 화성에서의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사실 화성에서 인간이 살 수 있다는 생각은 아주 말도 안 되는 허황된 생각은 아니다. 이미 화성 탐사는 무려 60년 전부터 시작된 대형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1960년대 이후 궤도 위성, 로버 등 수십 개의 무인 우주선이 화성으로 보내졌다. 화성은 지구에서 오갈 수 있는 태양계에서 제한적이나마 대기가 있고 인류에게 꼭 필요한 물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행성이다. 또한 지구와 같은 암석 환경으로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비슷한 구조를 가졌다. 인간이 살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보는 것이다. 때문에 지구를 제외한 태양계 내 모든 행성 중 가장 많은 탐사가 이뤄진 곳이 바로 화성이다. 정말 화성에서 인간이 정말 살 수 있을까? 동명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영화 ‘마션(The Martian, 2015)’은 화성에서 낙오된 한 남자가 홀로 살아남은 과정을 그린 ‘시뮬레이션 화성 체류기’로 화성에서도 사람이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영화 ‘마션' 포스터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화성에서 낙오된 남자, 감자먹으며 홀로 살아남기

화성 아키달리 평원. 미아가 된 우주인 마크(맷 데이먼 분)는 이곳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동료들은 모두 자신이 죽었다고 여겼을 터였다. 이곳에서 탐사 작업을 하던 다른 동료들은 붉은 모래 폭풍을 뚫고 지구로 귀환했다. 마크는 모래 폭풍이 불어 닥칠 때 폭폭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후 혼자 낙오됐다. 구조대가 오려면 얼마나 걸릴까, 마크는 셈했다. 앞으로 적어도 4년을 걸릴 것이다. 앞으로 4년 동안 혼자 화성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동료들이 철수하고 혼자 남은 우주선에서 홀로 살아남을 방법을 궁리하는 남자.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식량을 확보해야 하는 일이다. 불행 중 다행인 건 마크가 식물학자였다는 점이었다. 마크는 비닐봉지에 들어있는 한 무더기의 감자를 주시한다. 감자... 감자라... 감자를 먹으면 되지 않을까? 몇 년간 감자를 먹을 식량으로 정한 마크. 그는 당장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감자 농사에 돌입한다. 농사에 필요한 것은 물과 햇빛. 그는 태양전지판을 일으켜 세우고 화성 붉은 흙을 부어 농사를 짓기 시작한다. 문제는 물이었다. 혼자 먹기에도 부족한 물을 농사에 사용할 수 없었다. 여기서 천재적인 재능을 살리는 남자. 화성 하강선에 남은 로켓 연료에 촉매를 첨가해 질소와 수소를 분리하고 수소를 불에 태워 물을 얻으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기구는 갑자기 폭발하고 만다. 마크는 자신이 내뿜는 산소의 양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자책한다. 뼈아픈 실패를 겪고 두 번째 도전에 시도한 끝에 비닐하우스 벽을 타고 내리는 수증기를 만들기에 성공한다. 한편 지구 나사 본부에서는 화성에 두고 온 우주선을 영상으로 탐색하다 탐사선의 위치가 바뀐 것을 알게 된다.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 조종했다는 이야기. 지구 나사 본부에서는 마크의 생존에 대해 확신을 하게 된다. 이제 곧 구조대가 오겠지?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일 리 없다. 서울, 대전, 부산도 아니고 지구와 화성까지의 거리를 무려 8000만 km, 천문학적인 비용과 고도로 훈련된 인재가 투입되어야 한다.

 

영화 ‘마션' 스틸컷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지구를 버리고 화성으로, 그전에 지구를 살려야 한다

무인도에서 살아남기도 아니고 무려 ‘화성에서 홀로 살아남기’라는 미션을 받은 마크.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가족들은 마크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이미 장례식까지 치른 상태다. 그 와중에 화성에서의 감자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감자 농사는 대성공! 마크는 감자 농사 천재였다. 마크는 감자 농사에서 더 나아가 화성 탐사까지 혼자 해내고 있었다. 지구에도 마크 못지않은 천재들이 포진해 있다. 천재들끼리의 만남, 이들은 결국 교신에 성공한다. “동료들은 내가 살아있다니까 뭐라고 해요?”, “동료들은 자네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몰라.” 얼마 만에 사람과 대화하는 것일까. 마크는 울컥 감정이 올라온다. 이들의 대화는 지구의 전 세계인들에게 생중계된다. 감자를 식량을 버티고 있는 마크의 동향이 생생하게 전달되자 세계 각지에서 감자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각종 레시피들이 전달되기도 한다. 하지만 곧 위기상황이 발생한다. 30일만 버틸 수 있는 우주선의 에어락 문이 폭발했던 것. 감자밭은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감자들은 바로 바깥의 살인적인 온도에 바로 얼어붙었다. 누군들 이런 상황이 무섭고 두렵지 않을 수 있을까. 마크 또한 괴로워했다. 우주선 조종 핸들을 내리치며 좌절했다. 동료들은 실의에 빠진 마크를 위로한다. 그래, 뭐든 해봐야지. 여기서 죽을 수는 없어. 동료들의 위로를 뒤로 하고 날이 밝자마자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한다. 마크는 비닐로 에어락을 보수해서 새로 만들고 남은 감자 수를 체크하며 최소한의 양만 먹으며 생존하려 노력한다. 마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지구로 돌아오고 있는 헤르메스 탐사선을 지구 중력을 이용해 항로를 변경하고 다시 보급선과 도킹해서 화성에 가서 마크를 구출한다는 계획을 세운다. 우주선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마크도 인근 탐사 기지까지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그곳까지 가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다. 순간적으로 강한 중력으로 내출혈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홀로 감자만을 먹으며 화성에서 버텨온 마크는 더이상 망설이고 싶지 않다. 용기 있게 실행하는 자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마크는 지구를 향해 큰 발을 내딛는다. 영화 내내 마크가 탐사선 로버를 타고 화성을 탐사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45억 년간 아무도 밟지 않은 땅, 광활한 모래 언덕 위에 새겨지는 첫 발자국. 경이롭다는 표현 외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을 듯하다. 45억 년간 아무도 없는 화성을 인류가 정복할 날이 머지않았다. 기후위기, 환경의 변화로 인한 생태계의 파손, 거대한 쓰레기 섬, 미세플라스틱이 떠다니는 오염된 바다, 흘러내리는 빙하, 훼손되는 열대 우림, 지구는 상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망해가는 배를 버리고 새 배로 갈아타듯 새로운 행성을 향해 살 길을 모색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화성을 가는 것보다 지금 어떻게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돌봐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지금이라도 주변을 살펴보고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화성보다는 지구에서 감자를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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