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재난과 영화 속 환경·기후 위기] 영화 ‘아이스 토네이도’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전 세계는 폭염, 폭우, 한파, 가뭄, 쓰나미 등 전례 없는 기후 위기에 봉착했다. 이러한 지구 환경 변화는 앞으로 모든 생물이 멸종되는 ‘제6의 대멸종’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환경과 기후 위기를 어떻게 다루었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해볼까 한다.

 

ⓒ위클리서울/ 픽사베이

오늘은 어제와 다름없는 평범한 하루였다. 그런데 평범했던 이 마을에 갑자기 얼음 폭풍이 몰아닥친다. 기상예보에도 없이 작은 도시를 강타한 토네이도는 마을의 모든 것들을 냉동시켜 버렸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때는 머지않은 미래. 비가 오지 않아 가뭄으로 모든 것이 황폐해지자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실행한다. 연방과학재단 과학자들을 모아 강제로 비를 내리게 하는 인공강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한 것. 하지만 프로젝트는 실패하고 결과는 참혹한 자연재해가 되어 되돌아왔다. 얼음 폭풍, ‘아이스 토네이도’로. 2009년에 스티븐 R. 몬로 캐나다 감독이 연출한 영화 ‘아이스 토네이도(ICE TWISTERS)’는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날씨를 조작하려는 과학자들의 실수로 벌어진 커다란 자연재해를 천재 소설가가 해결한다는 발상의 영화다.

 

영화 ‘아이스 토네이도’ 포스터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자연재해를 막으려는 인류의 노력, 역풍을 맞다

소설가 찰리(마크 모시즈 분)는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팬 사인회를 진행 중이다. 그가 쓴 소설은 종말론에 가까운 디스토피아를 그린 SF물. 오늘은 미국 북서부 지방을 돌며 사인회를 하던 찰리. 그런데 이 평화로운 마을에 기상청도 예상하지도 못했던 ‘아이스 토네이도’가 갑자기 몰아닥친다. 강력한 얼음 토네이도가 마을의 모든 것을 얼어붙게 했다. 사람도, 건물도, 차량도 순식간에 냉동상태가 됐다. 토네이도는 미국, 유럽 등 온난 지역의 여름에 주로 발생하는 강력한 회오리 모양의 돌풍을 의미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사실 찰리가 여행 중인 이곳은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다. 기이한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이상기후로 가뭄이 계속됐던 것. 정부는 이러한 재해를 과학기술로 강제로 복구시키려고 했다. 과학자들은 직접 개발한 프로그램을 통해 강제로 비를 내리게 하는 인공강우 실험을 추진한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실패로 돌아가고 대재앙 수준의 토네이도가 생겨났다. 강제로 기후를 통제하려고 하자 마치 신은 노한 듯이 대재앙의 얼음 토네이도를 선사한 것. 얼음 토네이도는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수많은 사상자가 생겨나고 마을은 아수라장이 된다. 얼음 폭풍을 목격한 찰리는 마을에 방문한 연방 과학재단 소속 조앤(카밀 설리번 분)과 합심해 얼음 폭풍을 막을 방법을 고심한다. 조앤은 인근 지역에서 기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정부는 오랫동안 온난화 현상으로 비가 오지 않는 이 지역에 비를 내리게 하기 위해 소속 과학자들에게 연구 지원을 하며 드론을 동원해 강제로 비구름을 생성하게 하는 실험을 추진했다. 하지만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던 실험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해 비구름이 아닌 거대한 돌풍을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바로 그 실험 실패의 결과가 갑자기 생겨난 얼음 폭풍의 정체였다. 과학기술로 만들어낸 대재앙이었다. 조앤은 책임자 프랭크에게 연락해 실험을 중단시키려 하지만 프랭크는 이미 실험을 중단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며 조앤의 의견을 묵살한다.

 

영화 ‘아이스 토네이도’ 포스터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영화 ‘아이스 토네이도’ 스틸컷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소설 같은 아이디어가 만든 해피엔딩

찰리는 조앤과 합류해 이 재앙을 막아보려 한다. “폭풍 가운데 엄청난 충격파음이 있었어. 폭풍이 왔을 때 온도 변화가 엄청났지. 그러니까 폭풍의 원인은 액화질소 때문이야.” 찰리는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었다. 사실 그는 소설가 이전에 저명한 과학자였기 때문에 이런 추론이 가능했던 것. 다시 시작된 폭풍. 또다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조앤은 울부짖는다. “나는 살인자가 됐다”라고. 하지만 자책할 때가 아니다.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인류를 구하기 위해 시작한 과학실험이었지만 오히려 대재난으로 변모한 이 실험을 바로 잡아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실험을 중단시킬 통제권을 가진 관리자 프랭크는 이들의 제안을 무시한다. 왜냐면 사실 처음부터 이 계획은 기획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프랭크는 과학기술로 만들어낸 얼음 토네이도가 얼마나 살상 무기로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기 위해 이런 실험을 시켰던 것. 그는 이제 한 마을을, 도시를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는 강력한 살상 무기를 가지게 됐다. 곧장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프랭크. 각종 자료들을 분쇄해 버린다. 드론을 통해 강력한 토네이도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 프랭크는 드론을 회수한다. 드론이 사라졌지만 비구름 생성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얼음 토네이도는 점점 더 거세지고 빠르게 도시를 향해 다가왔다. 예상과는 다르게 폭풍우를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되자 프랭크는 찰리 일행에게 구조를 요청한다. 찰리는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상층 공기를 데워서 폭풍의 힘의 원천을 차단하면 어떨까? 하늘과 땅에서 동시에 거대 에너지를 발사하여 폭풍의 눈을 파괴하면 된다. 찰리 일행은 근접한 얼음 폭풍우를 뚫고 에너지시설로 접근한다. 대기 중에 있는 인공위성과 지상의 에너지 시설에서 동시에 폭풍의 눈에 거대한 에너지를 쏘아 폭풍우를 멈추게 한다는 소설적인 상상이 과연 가능할까? 결론은 가능했다. 이들의 계획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영화에서는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행복한 결말이다. 그렇다면 ‘나쁜’ 프랭크는 어떻게 됐을까. 비리 고발로 인해 감옥행이다. 인과응보가 일어나는 행복한 영화 속 세상. 그런데 현실도 그럴까? 영화가 상상하는 기후 재난이 남의 일 같지 않다. 2009년의 상황보다 14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기후 재난을 과학기술로 극복하려는 실험은 이미 현실에서 실행 중이다. 전 세계는 이미 인공강우로 기상 조절을 하려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매년 강우량이 부족한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해 중국, 미국 등 전 세계 37개국에서 150개 이상의 인공강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인공강우 프로젝트는 구름 속 작은 물방울을 뭉치게 하는 일명 구름의 씨앗을 생성시켜 비가 오지 않을 때 강수량을 늘리게 하는 기술이다. 비를 내리게 하는 입자로는 요오드화은과 염화칼슘이 활용된다. 우리나라도 2019년부터 드론과 항공기를 이용한 인공강우 실험을 하고 있다. 지난 21년도에는 유의미한 결과도 냈다. 국립기상과학원 인공강우 실험에서 드론이 연소탄을 통해 대기 중에 입자를 뿌려 구름 속 수증기를 응결시켜 비를 내리게 했다. 이처럼 과학자들은 인류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대입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선한 영향력이 만들어낸 과학기술이 늘 인류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프랭크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드론으로 인공강우 실험을 한 것이 실은 강력한 살상무기를 개발하기 위했던 것처럼 인류를 구하기 위해 만든 과학기술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마리 퀴리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발견한 라듐이 훗날 원자폭탄으로 이어진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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