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재난과 영화 속 환경·기후 위기] 메가 사이클론 스톰(Mega Cyclone 2016)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전 세계는 폭염, 폭우, 한파, 가뭄, 쓰나미 등 전례 없는 기후 위기에 봉착했다. 이러한 지구 환경 변화는 앞으로 모든 생물이 멸종되는 ‘제6의 대멸종’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환경과 기후 위기를 어떻게 다루었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해볼까 한다.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있는 타클라마칸 사막 ⓒ위클리서울/(사진=연합뉴스)

 

최근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지역에서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거대한 모래 폭풍이 발생해 큰 피해를 줬다. 사막 한복판에서 소용돌이가 치솟나 싶더니 최대 순간풍속 48m의 강력한 토네이도가 하늘과 지상을 뚫고 지나갔다. 금세 인근 도로까지 마치 화성에 온 듯 붉은 모래 폭풍이 몰아닥쳤다. 현실이 아니라 영화가 아닐까 생각할 정도의 검붉은 공기가 자욱했다. 검붉은 모래 폭풍은 주변 모든 것을 삼킬 정도의 강한 위력을 보였다. 도로를 달리던 차량 뒷 유리창이 순식간에 떨어져 나갔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붉은 공기로 인해 사방 달리던 자동차들이 뒤엉켰다. 시뻘건 모래 폭풍이 지나가자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폭설과 한파가 이어졌다. 붉게 물든 도로는 한파와 폭설로 차량을 마비시켰다. 주요 고속도로는 폐쇄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북극 기온 상승으로 이러한 갑작스러운 폭풍과 기온 급변화, 폭설 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자주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16년에 개봉한 영화 메가 사이클론 스톰(Mega Cyclone 2016)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마치 미래를 예고한 것처럼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발생했던 붉은 모래폭풍이 미국 작은 시골 마을을 덮친다.

영화 메가 '사이클론 스톰' 포스터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현실과 영화가 다르지 않아... 미래를 예견한 듯한 기상이변

루크(버클리 더필드)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아버지는 아들 루크에게 일주일에 5일은 나와서 일을 배우라고 성화다. 하지만 루크는 놀기 좋아하는 마음에 그런 아버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모든 일이 지루할 만큼 조용한 시골 동네. 루크는 방과 후 오늘도 변함없이 아버지와 정비소에서 입씨름을 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수리하던 자동차에 이상한 진동이 느껴진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 루크와 아버지는 몰려드는 먹구름을 보며 심각한 표정이 된다. 하지만 이상하다고 느끼기도 전에 간판을 강타하는 뇌우. “뭐가 떨어진 거지?” 간판을 내려친 뇌우는 방향을 바꿔 루크 앞에 있는 자동차에 내리 꽂힌다. 자동차는 섬광을 내면서 두 동강 난다.

루크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윌(브렛 디에) 또한 이상한 경험을 한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가던 중 차가 고장이 나 자동차 본넷을 열고 수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갑자기 바닥에 내려놓은 자동차 공구 에 전류가 흐르더니 윌까지 감전될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 동네는 평화롭다. 지루할 만큼 매일 같은 일이 모두에게 반복되고 있다. 마을의 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매일 특별한 사건, 사고가 없는 평범하고 조용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특별한 일이라고 해봐야 과학 발명품을 발표하는 과학 주간과 같은 이벤트가 전부다. 때마침 곧 과학 주간이다. 윌과 매건(루이사 돌리베이라 분) 등은 과학 박람회 준비에 바쁘다.

한편 경찰은 ‘기후 신고’가 계속해서 들어온다며 출동해 조사한다. 조용한 마을에 이전에는 없었던 사고가 계속 생기고 있다. 급기야는 거대한 토네이도가 발생해 전봇대를 쓰러뜨려 지나가던 경찰차가 전복된다. 붉은 모래폭풍과 하늘에서 쏟아지는 뇌우가 동시다발로 일어나면서 자동차는 물론 동네 주변의 모든 것들을 파괴시켰다. 전화, 인터넷, 텔레비전 등 모든 미디어와 통신 수단은 두절되고 사망자들이 속속 발생하게 된다.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지루할 정도로 평범했던 하루가 생존의 절박함으로

중국에서 발생한 기상이변과 거짓말처럼 똑같은 붉은 모래 폭풍이다. 영화에서도 사방이 피로 물든 것과 같은 붉은 폭풍과 천둥이 동시에 몰아닥친다. ‘뇌우’다. 뇌우란 강한 폭풍우와 천둥을 동반한 하나의 폭풍우를 뜻한다. 보통 뇌우는 3단계를 거치는데 먼저 강한 상승기류와 폭풍우가 일어난다. 성숙단계에 들어서면 집중 강수가 쏟아진다. 모든 것이 쓸려나갈 듯한 충격이 지나가면 강수는 약해지고 비로소 소멸단계에 이른다. 뇌우는 우박과 강력한 토네이도를 수반한다. 주로 좁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편이지만 때로는 넓은 영역을 아우르며 위력을 자랑하기도 한다. 토네이도가 지나간 자리에 존재했던 주변은 초토화된다. 마치 먼지를 빨아들이는 강력한 청소기와 같은 흡입력을 보여준다.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서 선 인간들은 개미처럼 작고 나약하기만 하다. 앞서 뇌우로 인해 자동차가 전복되어 부상당한 경찰관 캐시 (존 맥 분)를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병원으로 자동차를 몰고 가던 제이슨 (데이빗 서클리프 분)은 더 강력한 뇌우에 휘말리고 캐시는 불타는 자동차 안에서 사망하게 된다. 이렇게 참혹하게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정부의 대책이란 무능하기 짝이 없다. 라디오를 통해 발표되는 요청은 “더 깊은 지하실로 대피하라”는 것뿐이었다. 정부의 권고대로 학교 지하실로 대피하려는 윌 일행. 하지만 코앞 지하실을 가기도 전에 뇌우에 맞은 건물이 무너지면서 부상자가 속출한다.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학교 생활이 이렇게 스펙터클한 액션 영화가 될 줄이야... 갑자기 일어난 지옥과 같은 현실 속에서 아이들은 울며 지난 평범한 날들을 회상한다.

매건은 무전기로 부모와 연락을 시도하며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런데 희망이 생겼다. 아이들이 과학박람회에 출품하려고 만든 기계가 모래 폭풍과 뇌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이슨이 길가는 도중 전복된 차량에서 구해낸 입자물리학자가 이 사실을 전했다. 그는 매건 맥그리거 학생이 발명한 제품을 보기 위해 이곳에 오던 중이었다. 하지만 이미 뇌우로 인해 매건의 발명품은 박살이 난 상황. 우여곡절 끝에 이들은 매건과 윌을 만나 망가진 기계를 고치게 된다. 아이들이 만든 발명품은 ‘입자변속기’였다.

윌은 폭풍이 물질변환으로 계속 입자를 만들어 계속 커지고 있는 상태라고 일행들에게 설명했다. 사실이라면 폭풍이 빨아들이는 것이 모든 것이 폭풍의 연료가 되는 셈이다. 흡입하는 것이 많을수록 폭풍은 점점 거대해질 것이다. 지구에는 연료가 될 것들이 넘쳐난다. 폭풍이 계속 거대해지고 영역을 확장하면 지금 작은 마을에서만 일어나는 작은 재해로 끝나지 않는다. 전 지구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뇌우가 확장되면 전류탑, 송신탑 등을 붕괴시킬 것이다. 하늘에선 비행기가 추락하고 지상에서 자동차들이 전기로 불타 파괴될 것이다. 그러니 연료를 차단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윌은 ‘목성의 붉은 점이 자멸해서 사라진 것처럼 폭풍이 스스로를 연료로 삼아 소멸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제 모두가 힘을 합칠 때다. 폭풍이 또 몰려오기 시작했다. 마지막 한 방으로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 폭풍을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려 정전기를 몰고 오는 순간을 포착해야 했다. 거짓말처럼 그들이 쏜 로켓이 폭풍의 입자를 변화시켰고 폭풍은 소멸됐다. 다시 찾아온 것은 평온한 시골 마을의 하루였다.

자연의 재해 앞에서 무력하기만 한 인간이지만 과학 발명품으로 이를 극복한다는 메시지는 희망적이다. 과연 인간은 지구 온난화로 생긴 토네이도를 막을 수 있을까? 아이들의 과학 발명품과 같은 비현실적인 희망에라도 기대보고 싶다. 현실에서도 과학의 힘으로 붉은 모래 폭풍을 극복할 수 있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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