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세상] 고홍석

[위클리서울=고홍석 기자]

ⓒ위클리서울/ 고홍석 기자

폐선(廢船)이 되어서까지 묶여 있어야 하는가
죽어서까지 자유를 누릴 수 없는 서글픔

서해에서 만선으로 갈매기떼를 몰고 오던 때는
이제는 기억의 뒤안에 남겨두고
귀천(歸天), 아니 귀해(歸海)해야 하는데
누구의 아쉬움으로 이처럼 줄에 매달려 있는가

이 사진이 죽고나서 세상이 남기고 가는 
단 한 장의 영정사진이었으면... 내존재를 증명해주는...

 

제가 좋아하는 시인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분은 천상병 시인입니다.
그 분의 시는 모두 좋아하지만
특히 귀천(歸天)을 반복해서 읽고
이동원 가수의 노래로 듣기고 합니다.

군사독재정권의 모진 고문으로
거의 폐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의 마지막 연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에서
순수/순진한 시인의 영혼을 보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마음의 울림과 더불어 저를 성찰로 이끌고 주고 있습니다.

이 폐선을 보면서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고홍석 님은 전북대학교 명예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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