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바래봉, 나뭇가지마다 탐스럽게 얹힌 눈꽃들이여!
지리산 바래봉, 나뭇가지마다 탐스럽게 얹힌 눈꽃들이여!
  • 김초록 기자
  • 승인 2015.12.18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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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록 여행스케치> 춘향의 고장으로 떠나는 12월

 

혹한의 계절이다. 한 해의 마지막 달, 지리산을 머리에 인 춘향의 고장, 남원으로 가본다. 이즈음 지리산은 하얀 눈을 면사포처럼 두르고 있다. 지리산은 어딜 가나 하얀 눈을 만날 수 있지만 바래봉 일대는 나뭇가지마다 탐스럽게 얹힌 눈꽃이 환상적이다.

 

▲ 눈꽃 트래킹으로 좋은 바래봉

십승지(十勝地)에 꼽혔던 바래봉

지리산 서쪽 봉우리의 하나인 바래봉(1,167m)은 일찍이 ‘정감록’에서 십승지(十勝地)의 하나로 꼽혔다. 여기서 십승지는 천지개벽이 일어날 때 재앙을 피하기 좋은 10군데 장소를 일컫는 말이다. 바래봉은 동쪽으로는 팔랑치, 서쪽으로 여원치, 북쪽으로는 덕유산이 펼쳐져 있는 천혜의 요새이다. 남원시 운봉읍 화수리와 용산리, 인월면 중군리, 산내면 내령리의 경계에 있는 봉우리로, 산의 모습이 바리때를 엎어놓은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운봉 사람들은 산 모양새가 마치 ‘삿갓’처럼 보인다 하여 삿갓봉으로도 부른다.

바래봉은 철따라 변신을 하는데 이즈음에는 눈꽃이 환상적이다. 철쭉 군락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겨울 눈꽃도 그에 못지않다. 순백의 눈이 켜켜이 쌓여 아름다운 설원을 만들어낸다. 적설량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이런 산이다 보니 해마다 겨울에는 눈꽃축제가 열린다. 12월 하순부터 이듬해 2월 초순까지 바래봉과 지리산허브밸리 일원에서 화려한 겨울놀이의 장을 펼친다. 빙벽 타기, 눈썰매 타기, 얼음썰매 타기, 눈싸움 대회, 팽이치기, 눈사람 만들기, 연날리기, 눈조각 전시 등 한겨울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눈꽃이 곱게 핀 등산로를 따라 바래봉 정상까지 트래킹하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 바래봉 눈꽃축제는 12월 하순부터 2월초순까지 계속된다.

 

바래봉은 등산 코스로도 나무랄 데 없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사방 풍경은 막힌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동쪽의 천왕봉에서 서쪽의 노고단까지 지리산 주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산은 남서쪽으로 뻗은 팔랑치까지 간다. 이곳에서는 3가지의 하산길이 있다. 산길을 따라 산덕리-운봉읍으로 내려가는 길과 세걸산-정령치로 가는 종주 코스, 그리고 내령리-뱀사골 입구로 내려가는 코스로 나눌 수 있다. 왕복 산행코스(3시간 소요): 용산리 주차장→바래봉 아래 주능선 갈림길→팔랑치(철쭉군락지)→바래봉 아래 주능선 갈림길→바래봉→갈림길→용산리 주차장.

 

▲ 지리산 둘레길
▲ 지리산 둘레길에 있는 송흥록 생가
▲ 지리산 둘레길에서 볼 수 있는 황산대첩비지

걷는 재미가 있는 지리산 둘레길

시간 여유가 있다면 운봉과 인월을 잇는 지리산 둘레길도 걸어볼만하다.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길’로 명명된 이 길은 오른쪽으로는 바래봉과 고리봉을 잇는 지리산 서북능선을 조망하고 왼쪽으로는 수정봉, 고남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바라보며 걷는다. 길 주변으로 황산대첩비지, 송흥록 생가, 흥부골자연휴양림 등을 볼 수 있어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운봉은 국악의 성지로도 이름이 높다. 운봉에서 태어난 송흥록 선생은 판소리 명창으로 진양조 가락을 자신의 노래에 도입, 완성하였다. 웅건 청담한 창법으로 특히 춘향가, 적벽가, 변강쇠 타령 등을 잘 불렀다. 둘레길 코스(9.4km, 4시간): 운봉읍-서림공원-북천마을-신기마을-비전마을-군화동-옥계저수지-흥부골자연휴양림-월평마을-인월면(구인월교).지리산둘레길 인월센터: 063-635-0850.

 

▲ 광한루의 단아한 모습

곳곳이 역사 유적지

춘향의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얽힌 광한루원은 남원여행 1번지다. 광한루원의 전체 구조는 우주를 상징한다. 전설 속의 아리따운 춘향은 볼 수 없지만 그녀의 곡진한 삶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구전 설화로 판소리로 고대 소설로 이어져 온 성춘향(퇴기 월매 딸)과 이몽룡(남원 부사 아들)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이제 하나의 실화처럼 우리네 마음에 각인돼 있다. 이 두 사람의 사랑은 단순한 사랑이 아닌 신분을 초월한 사랑이기에 그 울림이 깊다. 그 역사의 현장(가상공간)이 바로 광한루원이다.

광한루원의 정문인 ‘광한청허부’로 들어선다. 오른편으로 그네가 보이고 그 옆으로 춘향이가 자랐다는 ‘월매집’이 있다. 전통 한옥 양식에 장독대와 텃밭이 있는 초가는 춘향이와 이도령이 사랑을 속삭이고 백년가약을 맺은 곳으로 그 때의 분위기와 썩 잘 어울린다. 대문을 들어서면 안채와 부용당이 있고 뜨락엔 그 당시 쓰던 갖가지 생활용구들이 가지런하다.

 

▲ 광한루원에 있는 월매집

 

잘 꾸며진 광한루원은 산책을 즐기기에도 참으로 좋아서 멀리서 온 길손의 마음을 흥겹게 해준다. 광한루(보물 제281호)는 지배계층인 남원부사의 아들 이몽룡이 천민 신분의 기생 딸 성춘향을 만난 곳으로 광한루원에 있는 정자의 이름이다. 평양의 부벽루, 진주의 촉석루, 밀양의 영남루와 함께 조선시대 4대 누각에 들 정도로 고풍스러우면서도 우아하다. 광한루의 원래 이름은 ‘광통루’다. 조선시대 청백리로 이름을 떨쳤던 황희 정승이 이곳에 유배를 와서 누각을 짓고 ‘광통루’라 이름 붙였다. 그 후 세종 26년(1444년) 정인지가 이곳의 경치에 탄복해 달나라 선녀 항아가 사는 월궁 속의 ‘광한청허부’같다 하여 ‘광한루’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 춘향과 몽룡의 사랑 이야기가 전하는 오작교

 

칠월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오작교는 단아하고 미려하다. 연못 위에 세워진 다리는 반달 모양의 유려한 홍교다. 춘향과 몽룡이 신분의 벽을 뛰어 넘어 사랑을 키운 곳으로 이 다리를 1년에 한 번만 밟으면 부부간에 금슬이 좋아지고 자녀가 복을 받는다는 전설이 있다. 오작교를 건너 만나게 되는 광한루 앞 연못에는 중국 전설 속에 나오는 영주섬(산), 봉래섬(산), 방장섬(산) 등 3개의 작은 섬이 사다리형 예쁜 다리로 연결돼 있다. 이들 작은 섬은 일명 삼신산이라 불린다. 가운데 올라앉은 방장섬은 푸른 대나무가 둘러싸고 있어 그윽한 운치를 자아낸다. 그 옆의 영주섬도 나름대로 멋스럽다.

정원 동쪽 연못 옆에 세워진 완월정(玩月亭)은 전통 조선식 누각이다. 천상의 세계를 꿈꾸는 사람들이 달을 즐겨 볼 수 있도록 달이 뜨는 동쪽을 향해 지어졌다고 한다. 완월정 옆 잔디밭에 서 있는 호석(虎石, 호랑이 석상)은 조선 순조 임금 때 전라감사를 지낸 이서구(李書九)가 남원땅을 둘러보고 세운 것이라 한다.

 

▲ 구룡계곡의 용소

깊고 헌걸찬 지리산 구룡계곡

남원시내에서 60번 지방도를 타고 주천면 소재지를 지나 지리산 북부권인 구룡계곡으로 간다. 지리산국립공원 구룡분소가 있는 주천면 호경리에서부터 구룡폭포가 있는 주천면 덕치리까지 펼쳐지는 심산유곡은 자연이 빚어놓은 걸작품이다. 구룡계곡에서 정령치를 넘으면 반선-성삼재-달궁-뱀사골로 갈 수 있다. 눈이 많이 내린 겨울에는 체인 등 월동장비가 필수이다. 구룡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육모정 앞 가파른 돌계단길을 허위허위 올라가면 무슨 왕릉처럼 생긴 춘향 묘가 나타난다. 춘향전을 토대로 만든 가짜 묘지만 실제 묘처럼 사실적이다.

 

▲ 구룡계곡에 있는 춘향 묘

 

용소 위로 걸린 구름다리를 건너면 높은 암반 위로 육모정이 올려다 보인다. 산과 계곡을 낀 참으로 멋진 정자다. 거처를 볼 줄 아는 옛 사람들의 안목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용소(龍沼)는 용호구곡의 제2곡으로 옛날에 이곳에서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 석문처럼 갈라진 바위틈을 뚫고 하얀 물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용소 위 바위에는 명창 권삼득(權三得)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판소리 8명창의 한 사람인 선생은 특히 <홍보가> 중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을 잘 불렀다고 한다. 그는 콩 세 말을 메고 이곳에 와서 노래 한 곡을 부른 뒤 콩 한 알을 용소에 던져 넣으며 노래 공부를 했다고 전한다.

 

▲ 실상사 앞마당에 서 있는 두 기의 석탑

평지에 세워진 아담한 절집

정령치를 넘는다. 한국 선문의 발상지인 실상사(實相寺)로 가는 길. 절길로 접어들어 만수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니 두 기의 장승이 반갑게 맞아준다. 서로 마주 보고 ‘참 잘 오셨다’고 인사를 건네는 것 같다. 실상사는 평지에 세워졌다. 일주문도 없고 절에는 으레 있을 법한 담장도 없다. 얼핏 보면 우리 살던 고향집같이 수더분하다. 격식과 차별을 제거한 본래 그대로의 모습이 마음에 든다. 천왕문을 지나면 탑들이 가지런한 사찰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담한 목조 건물 몇 개와 해우소도 보인다. 실상사가 여느 절과 다른 건 실천 불교 운동의 중심이라는 점이다. 공동체 활동과 환경살림 운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보기 드문 사찰이다.

 

▲ 흥부 출생지로 알려진 아영면 성리마을

흥부 출생지

남원은 그 유명한 흥부 출생지이기도 하다. 고증에 따르면 흥부가 태어난 곳은 동면 성산리이고, 봉화산 자락에 아늑하게 들어앉은 아영면 성리의 상성마을은 발복지(發福地, 흥부가 놀부에게 쫓겨나 살았던 곳)로 돼 있다. 이 두 마을은 10km쯤 떨어져 있다. 아무튼 흥부도 춘향처럼 허구의 인물이긴 하지만 그 구구절절한 사연을 듣노라면 사실처럼 마음에 와 닿는다. 동면 성산리는 인월에서 함양으로 넘어가는 팔령재 아랫마을로 들머리에 흥부마을 출생지라고 쓰인 표지석이 서 있다. 70여 가구가 사는 마을은 소박하고 조용하다. 마을 주변에는 흥부(전)와 관련된 지명이 많이 남아 있는데 흥부가 놀부에게 쫓겨나 먹을 것이 없자 굶어죽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던 산제바위, 놀부에게 곡식을 얻으러 갔다가 매만 맞고 돌아오는 길에 신세한탄을 하면서 짚신을 털었다는 신털바위 등이 그것이다. 또한 흥부 발복지인 아영면 성리마을에도 ‘흰죽배미’ ‘화초장바위’ ‘장자골’ ‘노디막거리’ ‘허기재’ ‘임자골’ 따위의 흥부전에 나오는 지명들이 남아 있다. 입구에 서 있는, 마주 앉아 박을 타고 있는 흥부 부부상은 이 마을의 상징물이다.

☞한국문학의 새 지평을 연 ‘혼불’

남원이 낳은 ‘혼불’의 작가 최명희(1947∼1998). 귀로에 그가 태어나고 작품을 썼던 사매면 서도리 노봉마을에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고인이 된 작가는 80년 4월부터 96년 12월까지 17년 동안 대하소설 ‘혼불’을 위해 혼신을 바쳤다. ‘혼불’은 한국문학의 새 지평을 연 기념비적 작품으로 일제 강점기인 1930∼40년대 ‘매안 이씨’ 문중의 무너져가는 종가를 지키는 종부(宗婦) 3대와 이씨 문중의 땅을 부치며 살아가는 상민마을 ‘거멍굴’사람들의 얘기를 그린 소설이다. ‘혼불마을’로 불리는 동네에는 최명희 문학비가 세워져 있고 혼불문학관도 들어섰다. 작품일지와 유품, 육필원고와 생전의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수필가/ 여행작가>

 

 

여행 팁(지역번호 063)

♦가는 길=경부고속도로-천안 논산 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전주나들목-17번 국도-남원. 광한루와 춘향테마파크는 시내(천거동)에 있다. 남원시내에서 남원대교를 건너 좌회전, 730번 지방도로를 타고 7km쯤 달리면 지리산국립공원 구룡분소 앞 주차장(구룡계곡 용소 입구)이다. 남원시내에서 육모정행 시내버스 이용/하루 16회 운행/ 30분소요. 88고속도로 남원 나들목-남원 방면으로 직진-두 번째 신호등에서 구례지리산 방면으로 좌회전-19번국도-지리산 구룡계곡 방면으로 좌회전-구룡매표소. 대전 통영고속도로~함양~88고속도로 지리산 나들목~운봉읍~바래봉/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완주 순천고속도로 북남원 나들목~운봉~바래봉. 혼불문학관은 전주-남원간 17번 국도를 타고가다 보면 춘향터널 직전에 혼불마을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남원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일 4회 운행하는 서도역행 시내버스 이용.

♦쉴곳=남원시내의 모텔(호텔)이나 바래봉 인근의 펜션이 좋다. 굿모닝펜션(636-0004), 뱀사골펜션(010-3670-3151) 등. 인월면 소재지에 있는 흥부골자연휴양림(636-4032)과 남원자연휴양림(636-4000)도 이용해 볼만하다.

♦맛집=남원은 추어탕이 맛있다. 광한루 주변에 새집(625-2443), 남원추어탕(625-3009), 현식당(626-5163) 등 추어탕집들이 모여 있다. 이 중 새집추어탕은 50년 손맛을 이어가고 있다. 미꾸라지 숙회와 미꾸라지 튀김이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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