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박상건의 치유의 섬과 등대여행기: 여수 오동도등대

▲ 해안에서 본 오동도등대

오동도등대는 여수 오동도로 238-22번지에 있다. 오동도는 면적 0.12㎢, 해안선 길이가 14㎞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기점이자 종점이 되는 섬이다. 여수시 동남쪽 신항에서 약 1㎞ 떨어져 있다. 시가지와 방파제로 연결된 육계도이다. 육계도란 육지와 섬 사이에 모래가 쌓여서 만들어진 지형을 말한다. 즉 모래로 이루어진 사주가 육지로부터 돌출하여 확장되면서 섬과 연결된 거다. 강원도 양양의 죽도, 제주도 성산, 인천 영흥도 호도 등이 육계도에 해당한다.

 

▲ 돌산대교
▲ 돌산도 무슬해변

 

오동도등대로 가는 길은 바다 위에 활짝 핀 동백섬까지 768m의 방파제로 연결돼 있고 방파제에는 생동감을 도하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여수시에 거주하는 시인과 화가들이 공동으로 작업한 작품들로 바다 속 풍경, 물고기 그림과 돌산대교, 무술목, 거북선 등 17점이 그려져 있다. 이 길은 국토해양부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으로 선정한 길이기도 하다. 여행자들은 이 방파제를 따라 걷거나 순환차량인 동백열차를 타고 오동도로 갈 수 있다.

 

▲ 돌산도 한려해상

 

오동도의 유래는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오동잎처럼 보이고, 오동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해서 그리 불렀다. 그러나 고려 말 공민왕의 신임을 얻으며 왕권에 도전하는 그 어떤 세력도 용납하지 않았던 신돈은 왕을 상징하는 봉황이 남쪽 작은 섬의 오동나무 숲에서 무리를 지어 산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었다. 그곳에서 새로운 임금이 나올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 때문에 신돈은 오동나무를 모조리 베어버렸다는 이야기가 전설로 전한다.

 

 

▲ 오동도 대숲길

우거진 상록수림을 걸으며 등대로 가는 길

또 오동도는 시누대나무도 많이 자생하여 죽도라고도 불렀다. 오동도등대 바로 아래는 대나무 숲 터널이 형성돼 있다.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포토 존이다. 오동도는 임진왜란 때 수군 연병장으로 이용되기도 했던 섬이다. 당시 이순신 장군이 이 시누대 나무로 화살을 만들어 10만 명의 왜군을 물리쳤다고 한다.

또한 섬 전체가 동백나무와 해장죽 등 상록수로 덮여 울창한 숲을 이룬다. 오동도 동백 숲은 해운대 동백섬처럼 동백섬으로 불릴 정도이다. 그만큼 동백나무가 많다. 그래서 봄철 이 꽃을 보러 전국에서 여행자들이 오동도를 찾을 정도이다.

 

▲ 동백꽃

 

섬 전체 높이가 100m 내외 완만한 구릉지를 이루는데 정상까지 걷는 시간은 넉넉하게 30분이면 산책하는 기분으로 오를 수 있다. 온난하고 비가 많이 온 섬이라서 다양한 난대성식물이 자생한다. 후박나무, 광나무, 돈나무 팽나무 참식나무 쥐똥나무 등 193종의 수목이 우거진 섬이다. 그래서 오동도식물경관을 자랑하는 박물관도 들어서 있다.

여수시를 상징하는 꽃이 동백꽃이고, 상징하는 나무 역시 동백나무이다. 동백꽃은 꽃말이 진실한 사랑을 뜻하고 꽃이 향기롭고 꽃수술이 노란색으로 평화를 상징한다. 그리고 우리 민족의 인내를 상징하고 예로부터 등잔기름을 사용했을 정도로 섬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한 여인이 먼 바다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 피를 토했는데 그 자리에서 동백이 피었다는 것이 오동도 동백꽃의 전설이다.

 

▲ 오동도 등대전경

오동도와 오동잎, 동백꽃과 용굴의 전설

1968년 한려 해상 국립공원의 일부로 지정되었다. 오동도는 대부분 암석해안으로 높은 해식애가 발달해 암벽에는 해식동과 풍화혈, 해식아치가 곳곳에 있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해안에는 소라바위, 코끼리바위, 용굴, 병풍바위, 지붕바위 등 다양한 모양의 바위들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용굴에 관한 전설이 유명하다. 여수시 연동천에 오동도 용굴과 통한다는 용굴이 있었다. 비가 오면 오동도에 사는 용이 지하통로를 이용하여 연동천의 용굴로 와서 빗물을 먹고 간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조선시대 마을 사람들이 연동천 용굴을 막은 후부터 오동도 바다에는 새벽 2시경이 되면 자산공원 등대 밑에 바다로 흘러내리는 샘터로 오동도 용굴에서 용이 이동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파도가 일고 바닷물이 갈라지는 소리가 밤하늘에 메아리쳤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 오동도 용굴
▲ 오동도 노을바다 어선

 

전설에서 말하는 자산공원은 1960년대 지정된 문화재로 여수항이 한눈에 보이고 오동도를 가장 잘 바라 볼 수 전망포인터이다. 바다에서 밀려오는 해풍과 탁 트인 전망, 일출 조망 등이 특징이다. 일본 강점기에는 대공포 진지가 있었고 충무공 이순신장군 동상과 현충탑, 호국참전 유공자기념탑, 충혼탑 등이 있다. 오동도 방파제 입구에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길과 이순신광장로로 불리는 자산공원 길을 타고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이르면 넓은 평지에 수천 그루의 상록수와 화초들이 식재되어 있다. 1967년 충무공 탄신일을 맞아 제1회 진남제 즉 지금의 여수거북선축제와 함께 제막한 국내 최대 높이 15m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다.

 

▲ 오동도등대 야경
▲ 오동도 등탑

 

오동도에는 억새풀에 얽힌 토끼와 거북이 전설도 있다. 옛날 자산에 살던 토끼가 오동도를 구경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바닷가에 나가 거북을 만난 토끼는 “나에게 오동도를 구경시켜주면 좋은 보물을 주겠다”고 꾀었다. 우직한 거북은 토끼의 말을 믿고 오동도 구경을 시켜주었으나 토끼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거북은 화가 치밀어 토끼를 오동도에 실어다 놓고 가죽을 홀랑 벗겨 버렸다.

이 때 이곳을 지나던 토신이 토끼 꼴을 보니 측은한 생각이 들어 오동도 억새풀밭에 가서 나뒹굴라고 일러 주었다. 토끼는 토신이 일러준 대로 억새풀밭에서 나뒹굴었다. 껍질이 홀랑 벗겨졌던 몸에 억새풀이 달라붙어 토끼는 옛날보다 더 고운 옷을 입게 되었다. 그러나 토끼는 이때부터 거짓말은커녕 참말도 할 수 없도록 벙어리가 되고 말아 오늘날도 토끼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다는 스토리이다.

 

 

▲ 오동도등대 갈매기

이순신 숨결 흐르는 오동도와 진남관, 고소대

오동도 인근 여수시 군자동에는 국보 제304호로 1599년 조선 선조 32년에 지은 진남관이 있다. 이 터는 조선시대 사백여 년 간 조선 수군의 본거지로 이용되었던 역사의 현장이다. 진남관은 여수를 상징하는 중요한 건축물로 현존하는 국내 최대의 단층 목조건물이다. 이곳은 원래 충무공 이순신이 전라좌수영의 본영으로 삼았던 진해루가 있던 자리로, 임진왜란이 끝난 다음 해인 1599년, 충무공 이순신 후임 통제사 겸 전라좌수사 이시언이 정유재란 때 불타버린 진해루 터에 75칸의 대규모 객사를 세우고, 남쪽의 왜구를 진압하여 나라를 평안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진남관(鎭南館)이라고 이름 지었다.

 

▲ 장군도등대
▲ 하멜등대

 

문화재로 전남 여수시 고소동에 고소대가 있다. 여수 역사를 잘 아는 이들은 진남관과 관련된 고소대를 중요하게 손꼽는다. 이곳에는 1947년에 세워진 정면 3칸, 측면 3칸의 비각 안에는 통제이공수군대첩비, 타루비(墮淚碑), 동령소갈비(東嶺小喝碑)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비각이 세워진 곳이 고소대가 있던 곳으로 남쪽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이 수군훈련을 독려하고 임진왜란 발발 후 작전 계획을 세우는 한편 군령을 내린 곳이다. 또한 이곳은 황옥천의 목을 베어 군율을 세운 곳으로도 유명하다. 통제이공수군대첩비와 타루비는 일제 강점기에 총독부의 명으로 서울로 운반되었다가 해방 후 해남과 여수 주민들이 서울로 사람을 보내 비석들의 행방을 수소문하여 경복궁 근경전 앞뜰 땅속에 묻혀 있었던 것을 찾아와 원래의 위치에 옮겨놓았다 한다.

 

 

▲ 오동도 원경

1952년 불 밝혀, 46km까지 가닿아

여수의 상징이 오동도이고 오동도의 정상에는 등대가 있다. 결국 오동도등대는 오동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오동도 유람선을 타고 내리는 사람들, 횟집을 찾는 사람들, 방파제 산책이나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은 오동도로 가는 첫 숲길을 타면 등대와 만나고, 오동도 입구에서 방파제를 따라 오다가 오동도 산길을 타면 그 끝자락에서 등대를 만난다. 결국 어느 쪽 길로 가거나 등대와 만나게 돼 있다. 오동도등대는 2012년 공사기간을 빼고도 연간 24만 명 넘게 찾았다.

오동도등대는 1952년 처음으로 불을 밝혔다. 2002년 높이 27m 백색 8각형 콘크리트구조 등탑으로 개축했다. 불빛은 10초에 한 번씩 반짝인다. 불빛이 가 닿는 거리는 46km이다. 오동도등대는 여수항과 광양항 일대까지 불빛을 비추는 중요한 등대이다. 오동도는 관광명소이면서 수많은 선박들이 오가는 해상 요충지이다. 이 충무공이 섬 정상에서 적군과 맞서며 병사들을 호령했던 곳이기도 하다.

 

▲ 오동도사무실
▲ 오동도지도

 

등탑 내부는 나선형 계단구조와 전망대로 가는 엘리베이터가 별도로 설치돼 있다. 꼭대기에 오르면 쪽빛 한려수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여수 앞 바다는 물론 남해와 하동 등 한려수도의 장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수많은 선박들이 오고가는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어쩜 오동도 등대에서 대단원의 막은 이곳 전망대에서 여수 바다와 남해 망망대해를 속 시원하게 감상하는 일일 게다.

 

▲ 하모니카와 통기타 관람객
▲ 향일암 일출

 

등대 앞마당에는 공연무대가 설치돼 수시로 문화공연이 펼쳐진다. 2012년 가을에만도 섬사랑시인학교 가을 캠프가 열렸다. 시인들이 시를 낭송하고, 가수들이 노래를 불고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여수 연도초등학생들이 등대에서 풍물패 공연을 펼칠 때는 등대를 찾는 여행자들도 함께 어깨 들썩이며 어울리기도 했다. 등대를 찾는 사람들은 언제나 자연의 품 안에서 등대와 예술의 향기까지 만끽할 수 있다. 1층에는 등대 전시관과 체험관이 복합관으로 설치돼 등대에 대한 이해와 영상으로 등대를 즐길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여기에는 등대에 대한 이야기와 체험 작동 등을 돕는 친절한 가이드가 배치돼 있다.

<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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