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 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 우리 민족의 영원한 화두, 남북통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가까운 시일 안에 통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신 냉전구도를 형성하고 군사·경제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당기간 어려울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의 경제가 회복되고 북한주민들이 북한체제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기울어간다면 한반도 통일은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이 통일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특히 젊은 층과 학생들도 관심이 없다. 보수 기득권층은 자신들의 이익과 대치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통일에 소극적이다. 우리가 통일을 원한다고 해서 북한체제가 바로 붕괴되고 곧바로 통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현실적으로 통일은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정세에 대해 국제적인 협정을 해줘야 가능한 일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남북한 당국도 말로는 통일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은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몫을 찾아야하고, 미래적으로 남북한 국민의 생명권과 생존권 보장에 필요한 일을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 통일이 된다면 동북아 정세의 변화가 불가피할 텐데.

▲ 동북아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올 것이다. 그것은 세계사적으로도 대사건이다. 일본의 경우 우익세력이 약화되면서 극우정권도 어렵게 될 수 있다. 그동안 일본이 승승장구한데는 한반도 남북분단 상황이 영향을 크게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이 이뤄질 경우 일본사회에 대한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반대로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이 커지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한반도 통일로 미국의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미군의 주둔 명분도 약화된다. 물론 어떤 방식으로 통일이 이뤄지느냐에 따른 변수가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의 패권적 영향력이 축소될 전망이다. 일부 미군은 남겠지만 과거와 같이 강력한 힘을 쓰지 못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는 남쪽으로 세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정치와 군사적인 문제로 인해 과거처럼 패권적 정치력을 발휘할 여력이 떨어진 상태다. 통일 후 한국이 4대 강국에게 전반적인 영향력을 강하게 끼치지는 못하겠지만, 지정학적으로 한반도는 여전히 군사적 측면에서 ‘바이탈(Vital. 생명력. 활력)’ 하기 때문에 전략적 헤게모니를 쥐게 될 것이다.

 

 

- 우리사회의 영원한 화두 무상복지, 내년 대권을 앞두고 다시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기본소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데.

▲ 유럽의 경우를 보자. 굳이 기본소득이라 하지 않아도 유럽 복지국가에서는 이전부터 사회수당 형태로 실시하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기본소득이 기존의 노동 중심적인 복지국가의 한계를 극복할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한다. 국내에서도 2009년부터 이 제도에 대해 논의가 있었지만, 현재 우리사회의 기본소득 개념은 조금 다르다. 한때 서울시와 성남시가 추진했던 청년수당제가 그렇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제는 구직자에게 무기한이 아닌 한시적으로 지원해주는 제도이고, 성남시의 청년수당은 국민기본소득제도 개념에 가깝다. 성남시가 시행한 청년배당은 만 24살 청년에게만 지급하는 방식이다. 개인소득과 관계없이 청년 1인당 50만원의 상품권을 지급했는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성남시 관할에서만 사용하도록 했다. 정치권에서도 기본소득제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0~5살 영유아 양육수당을 ‘아동기본소득’으로,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을 ‘노인기본소득’으로 이름만 살짝 바꿨다는 비판이다. 거기다 기본소득방안도 청년·아동 등 특정집단에만 국한하고 있다.

 

 

- 기본소득제도, 걸림돌이 무엇인가.

▲ 그동안의 복지정책은 경제성장을 유지하면서 노동시장에 양질의 노동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주는 노동연계시스템으로 운영됐다. 국민들은 이런 방식의 복지혜택을 받으면서 ‘평등한 사회’를 느끼고 있었다. 단, 여기에는 ‘완전고용’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글로벌 신자유주의 여파로 노동자 임금은 점점 줄어들고, 일자리마저 급감하면서 완전고용 신화가 무너진 상태다. 문제는 재원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고령화 추세로 건강보험료 지출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오는 2060년이면 사회보장지출액만 GDP의 30%가량 된다. 이렇게 되면 국민기본소득제 도입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조세부담률도 17% 수준인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거의 최하위다. 그래서 부담률을 OECD 평균 수준인 34%로 끌어올리거나, 토지세·증권양도소득세 등을 신설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또는 ‘공유지’(公有地)와 ‘공유자원(公有資源)’에 대해 시민이 갖는 ‘N분의 1’ 권리를 통한 재원마련 방법도 있다. 예를 들면, 2014년 현대그룹이 10조원을 들여 매입한 강남의 한국전력 부지와 함께 서울시에 낸 공공기여금 1조3000억 원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 청년실업도 심각하다. 청년기본소득제도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 현재 우리사회의 청년 실질실업률이 30%를 넘는다. 청년 10명 중 3명이 일손을 놓고 있다. 그런데 어렵게 취업이 되어도 저임금 비정규직 불안정노동에 시달린다. 따라서 청년기본소득 등 대책마련이 이뤄져야 한다. 청년들이 마음 놓고 열심히 일하면서 청년기본소득제도의 문을 열어줘야 할 때다. 청년에 대한 경제적 ‘투자원리’만 고민할게 아니라, 시민으로서 갖는 권리를 국가가 책임져주는 ‘보장원리’로 가야한다. 미래사회는 인공지능 컴퓨터와 로봇이 인간의 직업을 대신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한 정부의 뉴 패러다임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오는 2020년까지는 일자리가 부족한 시대다. 게다가 청년 1.7명당 1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 지금 취업도 못하고 있는데 노인을 부양하라고 하면 하겠는가. 오히려 ‘내가 어려울 때 국가가 뭘 해줬나’는 볼멘소리만 나올 수 있다. 결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을 펼쳐야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제 국가의 운영목표는 경제성장이 아니다. 진정한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대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 끝으로 덧붙일 얘기가 있다면.

▲ 이제는 경제성장보다 국민행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국가의 최종 목표다. 또한 불평등한 사회적 제도 해소와 함께 모든 국민들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정책의 틀을 새롭게 짜야 할 것이다.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과거처럼 성장과 개발을 추구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국가가 국민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사회적 목표가 완전히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수출 등 경제활동을 완전히 멈출 수는 없지만 그런 신화는 이미 끝났다. 아울러 다가올 한반도 통일에 대한 만반의 준비와 노력을 집중해야 할 때다. 한반도 통일은 우리민족이 선진국으로 나가는 큰 발판을 마련해 줄 것이다. 물론 통일이 만사형통은 아니다. 통일이 된다면 약 10년간은 단기적으로 다소 어려워 질수 있다. 반면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더 좋아질 것이다. 그렇게 강력한 통일경제를 이루게 될 경우 군사·경제면에서 아시아의 강국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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