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 박석무

완도의 황칠은 맑기가 유리같아
이 나무가 진기한 것 세상이 다 아네
작년에 임금께서 세액을 줄였더니
봄바람 불자 그루터기에 가지가 또 났다오

莞洲黃漆瀅琉璃
天下皆聞此樹奇
聖旨前年蠲貢額
春風髡蘖又生枝
 

「탐진 노래(耽津村謠)」15수 중의 황칠에 대한 다산의 시 한 수입니다. 다산이 귀양 살던 강진의 바다 건너 섬마을이 완도였는데, 강진 이야기를 시로 읊으면서 이웃 고을인 완도의 이야기까지 함께 했던 내용입니다. 시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 옻칠과는 명확히 다른 황옻칠은 칠기를 만드는데 가장 좋은 재료로 세상에서 기특한 나무로 알려졌던 완도의 특산물이었습니다. 그것은 진상품이 되어 그곳 농부들은 황옻칠 채취도 힘들지만 농간부리는 관리들의 탐학에 더욱 시달리느라 괴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농부들의 괴로움이 임금에게까지 알려져서 세액을 크게 감면하자, 괴로움에 못 견디던 농부들이 몰래 도끼로 찍어 베어버렸던 밑동에서 새로운 싹이 나고 가지가 돋았다는 이야기에 수탈당하는 농민들의 참상이 그려져 있습니다. 다산의 다른 시 「황칠(黃漆)」이라는 시에는 더욱 생생한 묘사로 우리를 슬프게 해줍니다.

    ……
    이 나무 명성이 온 천하에 환히 알려져
    박물책에 왕왕 그 이름 올라있네
    공물로 포장해 해마다 공장(工匠)에게 보내지는데
    징수하는 아전들 농간 막을 길 없어
    그 지방사람 그 나무 가리켜 악목이라고
    밤마다 도끼 들고 몰래 와서 찍어 버리네
    지난봄에 임금께서 공납을 면제했더니
    중국의 고사처럼 진정으로 기이한 상서로움이로다
    바람 불고 비 맞으면 그루터기 움돋아 자라니
    나뭇가지 무성하여 푸른빛이 어우러지네


예나 이제나 무서운 것은 세금이고 공물세(貢物稅)입니다. 백성들의 등골이 휘고 살아가기 힘든 일은 과중한 세금과 공납입니다. 오죽했으면 그렇게 좋은 황옻칠 나무가 악목(惡木)이 되고, 몰래 도끼로 찍어버리는 귀찮은 존재가 되었을까요. 언제나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이 권력과 착취의 횡포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던 다산이었습니다. 공납의 세액이 줄자 찍어버린 그루터기에서 새순이 돋아 큰 숲을 이룬다며 백성들의 염원이 무엇인가를 가장 절실하게 표현할 줄 아는 시인이 다산이었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서 시급(時給)을 올리고 세금을 조정하여 강자보다는 약자에게 도움을 주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약한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려는 제도를 만들려고 애쓰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데, 보수언론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정부 조치에 온갖 트집을 잡으며 강자들 쪽만 이익이 되게 하려는 논조를 펴고 있습니다. 국가 예산의 균형을 잡아 진정으로 약자를 도우려는 정책이라면 두 손을 들고 찬성하고 격려해야 하거늘, 새 정부가 하는 일에는 반대만 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오죽했으면 공납이 감면되자 찍어버린 나무에서 새순이 나오겠습니까. 그렇게 서민들은 세액은 줄고 소득이 높아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입니다. 국민 모두의 뜻을 모아 올바른 정책을 펼쳐서 백성들의 굽은 허리가 펴지기 바랍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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