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 보기] 홍콩-2회

새해를 맞이해 신년목표를 세웠다. 올해 역시 짬짬이 다양한 여행을 떠나볼 참이다. 국내 여행은 물론 해외여행, 또 홀로여행까지 구상했다. 작년엔 휴양지 위주로 다녔으니 올해 첫 여행은 관광지로 떠나고 싶었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 작년부터 계획한 올해 첫 여행. 목적지는 홍콩이다. 다양한 문화, 사람들이 모이는 대표 관광지. 쇼핑의 메카, 밤이 아름다운 나라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목요일 밤에 비행기를 타 금요일 새벽에 도착, 약 4일을 머물고 화요일 새벽비행기로 돌아오기 때문에 4박5일의 여행을 떠났다. 그 두 번째 이야기다.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도착한 곳은 침사추이의 한 쌀국수집. 그냥 쌀국수집이 아니다. 이미 한국 방송에도 몇 번이고 소개됐을 정도로 유명한 맛집이다. 다행히도 대기하는 사람들이 없어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자리를 안내 받은 우리는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먼저 온 손님과 합석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석은 홍콩 사람들에게 일상이다.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에 굳이 혼자나 둘이 앉게 된다면 맞은편에 다른 손님들이 함께 앉아 식사를 하게 한다. 그렇다고 말을 섞거나 하진 않는다. 친화력이 좋아 말을 먼저 건네는 사람이 아니라면 드문 일이다. 그냥 테이블을 같이 쓸 뿐이다. 자리에 앉으니 테이블 중앙에 종이와 연필이 보인다. 이곳은 내 입맛대로 토핑과 맛을 조절해 먹을 수 있는 쌀국수 집이다. 홍콩어와 영어 두가지로 안내돼있다. 국물 쌀국수, 비빔 쌀국수 선택 후 토핑을 선택한다. 블로그를 이미 봐뒀기 때문에 무난하다는 소시지와 피쉬볼만 선택한다. 그 후 맵기와 신맛 정도를 조절한다. 맵기는 7단계 중 3단계, 신맛은 약간만 추가했다. 둘 다 향신료를 좋아하기에 따로 빼진 않는다. 한참을 기다리니 쌀국수가 나온다. 국물을 질질 흘리며. 아, 홍콩에서는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면 안 된다. 미소를 찾기 어려울뿐더러 말투도 퉁명스럽다. 여행 내내 그랬다. 특히나 이 쌀국수 집의 직원으로 보이는 여학생은 퉁명스럽기가 그지없었다. 기분은 찜찜했지만 우리는 직원을 보러 온 게 아니고 쌀국수를 먹으러 왔기에 식사에 집중했다. 큰 그릇 안에서 내가 주문한대로 만들어진 쌀국수가 모락모락 김을 내고 있다. 냄새만 맡아도 향기롭다. 한 입 먹는 순간 아차 싶다. 신맛은 조금이라도 넣으면 안 되겠다. 신맛을 넣지 않더라도 자체에서 약간의 신맛이 난다. 면은 우리가 생각한 얇고 납작한 쌀국수 면이 아니라 마치 물컹한 쫄면을 연상케 했다. 썩 어울리진 않았다. 하지만 신맛만 뺀다면 전체적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홍콩 대부분 식당에선 물도 따로 주지 않는다. 그래서 지나다니다보면 사람들이 배낭이나 손에 물을 한통씩 챙겨 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쌀국수 집도 따로 주진 않았지만 공용 식수가 있었다. 하지만 위생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보이니 챙겨 갈 것을 추천한다.

식사를 한 뒤 맡겨둔 짐을 찾으러 전날 묵었던 숙소로 향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 돼서 굳이 핸드폰 지도를 볼 필요가 없었다. 홍콩 날씨는 우리나라의 봄, 가을 날씨였다. 습도도 매우 적었고 돌아다니기엔 최적의 날씨였다. 햇살은 눈뜨기 힘들 정도로 강하고 공기는 시원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고소하고 담백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분명 배는 부른데 이 냄새의 발원지는 꼭 찾아야겠다. 바로 홍콩의 대표 길거리음식인 계란빵이다. 한국식 계란빵과 달리 마치 와플처럼 생겼다. 계란이 들어있다기보단 향만 살짝 나는 정도? 거의 밀가루, 버터 맛 밖에 나진 않았지만 중독성이 있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게 호텔을 찾아 걷는 사이 금세 다 먹어버렸다.

 

호텔에서 짐을 찾아 전철역으로 향했다. 하필 사람이 많은 입구로 들어가는 바람에 엘리베이터도 타지 못하고 10킬로가 훌쩍 넘는 캐리어를 낑낑거리며 들고 계단으로 내려왔다. 미리 한국에서 주문해놨던 홍콩 교통카드에 약 1만 5000원씩 충전을 하고 전철에 올랐다. 다행히 갈아타지 않고 한 번에 갈 수 있었다. 두 번째 호텔로 향했다.

도시와 조금 떨어진 한적한 동네. 그나마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호텔이기에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이곳으로 정했다. 역에서 내려 호텔까지 약 5분을 걸어갔다. 전날 머무른 호텔이 허름한 여관 같다면 이번 호텔은 우리가 생각하는 바로 그 호텔이라고 보면 된다. 다행히 서비스도 좋고, 친절하고, 무엇보다 깔끔했다. 이제야 숨이 트인다며 체크인을 하고 숙소로 올라갔다. 예약시 홍콩의 야경을 보기위해 높은 층으로 방을 잡아달라고 메일을 보내놨지만 우리가 배정받은 방은 4층. 뭐 깔끔한 것만으로 감지덕지다. 전날의 악몽을 떠올리며 위로했다. 방에 짐을 풀기가 무섭게 다음 일정을 위해 나섰다.

 

이번 목적지는 꿈과 사랑이 넘친다는 디즈니랜드다. 이번 여행 중 가장 거금을 쓴 곳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놀이공원으로 롯데월드와 에버랜드가 있다면 홍콩엔 디즈니랜드와 오션파크가 있다고 보면 된다. 디즈니랜드에 대한 로망이 컸기 때문에 거금을 쓰더라도 꼭 가기로 했다. 호텔에서 디즈니랜드는 지하철로 약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디즈니랜드로 들어가는 지하철도 따로 있었는데 이것마저 놀이기구 같았다. 창문도, 손잡이도 미키마우스다. 지하철을 타는 것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하지만 홍콩 디즈니랜드는 기대 이하였다. 물론 나라마다 디즈니랜드 테마가 다르겠지만 홍콩은 별로였다. 들어가자마자 운 좋게 보게 된 퍼레이드는 입소문처럼 화려하지 않았다. 놀이기구보다 퍼레이드를 꼭 봐야 된다는 사람들의 말에 속은 기분이랄까. 게다가 디즈니랜드의 메인 퍼레이드인 불꽃놀이는 공사로 중단된 상황이었다. 그래, 구경이라도 하고 놀이기구나 몇 개 타자는 심정으로 넓디넓은 놀이동산을 발빠지게 돌아다녔다. 그냥 걸어 다니는 맛이 있었다. 곳곳이 잘 꾸며져 있어서 구경할 맛이 났다. 재미있다는 놀이기구 2개를 타고 지친 우린 저녁은 편의점 음식으로 때우자며 숙소로 향했다.

숙소 옆 편의점에 들러 맥주와 라면, 삼각김밥 등을 사와서 저녁을 해결했다. 다리는 퉁퉁 붓고 눈은 자꾸 감겼다. 다음날 일정을 위해 다리를 풀어주며 잠나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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