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바오와 함께하는 중국 입성기
타오바오와 함께하는 중국 입성기
  • 류지연 기자
  • 승인 2019.06.24 18:18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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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류지연의 중국적응기 '소주만리'

내 나이 38세.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안정적인 한국생활을 뒤로 하고 타국에서 하루아침에 외노자(외국인 노동자의 준말) 신세가 되었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아프리카만큼 멀게만 느껴졌던 중국이라는 나라,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38살 아줌마의 중국 체험기, 지금부터 시작해본다.

 

동방지문

중국에 가서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남편으로부터 듣게 된 건 작년 초다. 남편 회사의 생산 공장이 국내는 물론 중국에도 있는 관계로 그동안에도 중국 출장을 자주 다녀오곤 했다. 중국 주재원으로 발령이 나면 소주라는 곳에서 최소 2년, 길게는 3년을 살아야 한다고 했다. 작년 하반기 6개월의 현지 투입 및 훈련 기간을 거친 남편은 드디어 올해 4월 정식으로 중국 지사에 발령받았다. 나와 아이는 남편의 취업증과 거류증(외국인이 중국에 머무를 수 있다는 거주 허가증, 1년용으로 발급된다고 한다) 및 셋집 마련 등을 기다리느라 남편보다 두 달 늦게, 6월 초에야 중국에 들어오게 됐다.

중국에 가서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작년 하반기, 일주일에 세 번씩 반년 간 부랴부랴 중국어를 배우긴 했지만 올해는 이것저것 일이 많아 중국어를 완전히 잊고 지냈던 터라 중국 입성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다. 남편은 워낙 회사일이 바빠 매일 야근에 주말에도 출근한다는데, 나 혼자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여섯 살 껌딱지 겸 떼쟁이 딸내미를 데리고 하루 종일 뭘 해야 하나 눈앞이 캄캄했다.

 

동방지문, 바지처럼 가운데가 뚫려있어서 일명 '바지건물'이라고도 불린다.
동방지문(왼쪽), 바지처럼 가운데가 뚫려있어서 일명 '바지건물'이라고도 불린다.

다행히 입국 첫날과 그 다음 이틀을 남편이 휴가를 내서 바로 다음날 주숙등기(외국인이 중국에 들어와 호텔이 아닌 일반 가정집 등에 머무를 경우 입국 24시간 내에 공안에 주소지를 신고해야 한다), 신체검사(거류증 신청을 위해 필요), 교통카드 만들기(우리나라 티머니같은 카드라고 보면 된다), 은행계좌 개설(우리은행 중국법인에서 여권으로 신청), 휴대폰 개통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주숙등기와 신체검사는 남편 회사에서 나온 주재원 가족 전문도우미(조선족 직원이었다)분이 기사달린 차량을 끌고 와 다 해주셔서 편하게 따라만 다녔다. 휴대폰의 경우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동통신사 가입비가 없고 유심 비용도 공짜며, 한국에서 쓰던 폰에 유심만 바꿔 끼워 사용할 수 있었다. 한 달 비용은 4G 데이터 무제한에 68위안(한화 약 12,000원)이고 문자와 통화는 사용한 만큼 낸다고 하니 한국보다 통신비가 훨씬 저렴하다. 남편 말에 따르면 전화 개통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위챗페이(위챗은 웨이신이라고 한다), 알리페이(중국말로는 즈푸바오)같은 모바일페이가 생활화 되어있어 현금을 내거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다. 작년에 몇 번 중국을 방문했을 때 야심차게 해외사용 가능한 비자나 마스터카드를 내밀어 보았지만 아예 받지 않거나 긁어도 안 되는 곳이 태반이었다. 그래서 추레하게 지퍼백에 담은 동전과 꾸깃꾸깃 두 번 접혀진 종이돈을 주섬주섬 꺼내어 낑낑대며 계산해야 했던 나날들은 이제 안녕. 나도 드디어 위쳇페이를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하하.

우리은행에서 만든 체크카드를 위챗계정에 연결하고 본인확인 등록까지 마치니 드디어 나도 현지인처럼 휴대폰을 꺼내 아무 매장에서나 자연스럽게 내밀 수 있었다.(고백하자면 첫날은 본인확인등록을 해야한다는 걸 몰라 왜 안 되는지 끙끙대다가 둘째 날에야 간신히 다음단계 인증을 마치고 쓸 수 있게 됐다. 외국인이라 그런 건지 몰라도 인증단계에서 얼굴 사진과 여권 사진까지 등록하는 등 요구사항이 많다.) 모바일페이를 사용하는 방식은 두 가지인데, 내 QR코드를 보여주면 매장 측에서 가격을 입력한 후 스캔하는 경우가 있고, 아님 매장에서 QR코드를 내밀면 내가 스캔한 후 내야 하는 비용을 직접 전화기 화면에 내가 입력해서 결제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말이 안 통하면 전자가 훨씬 간편하다. 위챗앱을 열어서 위챗페이 QR코드 화면만 보여주면 되니까. 모바일 쇼핑으로 하는 경우는 더욱 간단하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타오바오 같은 쇼핑앱의 경우 처음에 계정등록 때 모바일페이를 연결하면 물건 선택 후 구매결정버튼만 누르면 다른 인증 절차 없이도 바로 결제가 이루어진다. 내 경우는 아이폰 지문등록을 해놔서 그런지 구매결정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지문인식하면서 0.1초 만에 결제까지 이루어져서 한국에서 쇼핑 좀 해본 나로서도 이건 정말 신세계라는 느낌이 팍 왔다!

 

아무튼 은행 계좌부터 휴대폰 개통, 모바일 페이 준비까지 쇼핑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춘 나는 입국 5일차,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타오바오에 첫 발을 디딘다. 6개월 배운 중국어는 거짓말을 좀 보태서 니하오 빼놓고는 딱히 기억도 안 나지만 인류의(라기보다는 네이버 직원들의) 위대한 발명품인 파파고(네이버가 무료로 제공하는 기계 번역 서비스)의 힘과 초등학교 때 2년간 열심히 배운 한자의 기억을 되살려 타오바오라는 쇼핑정글의 탐험에 나선다. 가장 먼저 찾은 것은 500ML 물병을 꽂아 쓰는 가습기. 중국에 오기 전 아이와 나 둘 다 감기에 걸렸던 터라 목이 약한 아이를 위해 제일 먼저 생각한 물건이다. 사실 이 때만 해도 타오바오 쇼핑에 자신이 없어 중국에 오래 산 친구(나의 베프, 앞으로도 자주 출현할 예정이다)에게 가습기를 뭐라고 쳐서 찾아야 하는지 물어봤다. 친구의 도움으로 ‘迷你加濕器水甁’(미니가습기수병-‘미니’라는 단어는 영어단어를 그대로 발음만 되도록 뜻과는 무관한 한자를 붙인 것이다)이라는 단어로 검색창에 입력, 반가운 상품 사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상품 목록이 떴으니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 디자인이야 눈으로 보면 되고 가격이야 환율 계산하면 되니 중국어를 몰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 타오바오는 첫 상품목록에 몇 명이 샀는지도 나오기 때문에 똑 같은 상품을 여러 판매자가 팔고 있을 때 구매자 수를 고려해서 고르면 좋다. 그리고 웬만한 상품은 세부설명 페이지에 들어가면 동영상으로 사용법이나 작동영상이 나오기 때문에 고르기가 더 편리하다. 궁금한 부분은 파파고느님(?)의 힘을 빌리면 된다. 화면을 캡처해서 파파고에 넣고 손가락으로 궁금한 부분을 문지르면 파파고느님이 1초만에 응답을 내려주신다. 그리하여 58위안(약 9,900원)에 UFO를 닮은 모던한 느낌의 가습기 주문 성공!

 

가습기 주문을 시작으로 타오바오의 편리한 U.I.에 감탄한 나는 본격적인 쇼핑을 시작한다. 첫 주문으로부터 28시간만에 11개의 제품 쇼핑이라는 쾌거를 달성한다. 주문 목록은 다음과 같다.

1. 미니가습기: 58위안(9,900원)

2. 한국 배즙(125g*60포): 155위안(26,000원- 한국보다 많이 비싸다.)

3. 락앤락 10kg 쌀통: 61.9위안(10,500원- 뒷 이야기지만 며칠 후 락앤락 매장에 갔다가 같은 쌀통이 50위안에 팔고 있는 걸 발견했다. 꼭 인터넷쇼핑이 최저가는 아니란 걸 알게 된 뒤 눈물이 앞을 가렸다.)

4. 화장실 벽걸이선반 3개: 12.8위안(2,200원- 하나에 700원이라는 가격도 놀랍지만 배송료가 없다는 게 더 놀랍다.)

5. 욕실 배수구 마개 2개: 8위안(1,400원- 이것도 역시 배송료가 무료다. 이때부터 타오바오를 찬양하기 시작했다.)

6. 싱크대 배수구 거름망 2개: 6.9위안(1,200원- 이제 이렇게 싼 게 많다는 게 놀랍지도 않다.)

7. 유아용 욕실화 2켤레: 51.28위안(8,700원- 워낙 싼 것을 보다보니 이 정도면 너무 비싸다는 느낌이 드는 수준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유니콘이 달려있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아본다.)

8. 주방용 벽걸이 선반: 35위안(6,000원)

9. 수전 3개: 60.5위안(10,300원- 워낙 세간살이가 허름한 집이라 배수구 마개, 배수구 거름망까지 사는 판이니 말 다했다. 싱크대 수도꼭지가 욕실 수도꼭지마냥 물이 한줄기로 나오길래 샤워기처럼 물이 나오게 해주는 수전 3개 구매했다.)

10. 별/꽃 모양 계란후라이 모양틀 2개: 13위안(2,200원- 딱히 필요는 없지만 아이를 위해 구매했다.)

11. 유아 밥그릇 2개: 25.8위안(4,400원-싼 가격이 의심스럽긴 하지만 스테인리스의 왕이라는 304 스테인리스!!라는 설명을 보고 골라봤다. 심지어 이 가격에 숟가락도 셋트다.)

사실 10번부터는 딱히 살 생각이 없었는데 타오바오의 기능 중 하나로 ‘네가 좋아할 것도 같아(你可能还喜欢)’라고 나의 검색 물품들과 유사하거나 관련있는 물품들 목록을 추천목록으로 보여주는 기능이 있다. 내가 주방관련 용품을 몇 개 사다보니 주방도구나 밥그릇 등이 추천목록에 같이 떠서 뭔가 싶어 보다보니 나도 모르게 지름신이 내렸다고 해야겠다. 그리하여 ‘내가 좋아할 것도 같은’ 목록들을 꼼꼼히 살피며 쇼핑정글탐험은 멈추지 않았다. 타오바오 쇼핑기 2탄과 음료수 한 잔도 배달해주는 배달문화는 2편에서 소개하기로 한다. 

<류지연 님은 현재 중국 소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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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stn 2019-06-25 15:15:56
중국에서 살아남기 같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피시킹 2019-06-25 12:23:16
생생하네요 앞으로도 좋은글 써주세요~

응원해요 2019-06-25 09:34:33
낯선 곳에 도착한 후 적응하는 모습 생생해요. 앞으로의 글도 기대합니다~~

조용진 2019-06-25 08:41:24
공감이 많이 되네요~~ 중국도 한국 못지않게 시설기반이 잘 되어 있는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2019-06-25 08:27:08
생생한 후기네요 중국생활이 한국에서 생각하는것보다 편리하고 인프라도 잘되어있는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