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DMZ 일대 환경파괴 심각 ‘인간-자연’ 공존 사라질 위기”
“서부 DMZ 일대 환경파괴 심각 ‘인간-자연’ 공존 사라질 위기”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4.07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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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김승호 DMZ생태연구소 소장-2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김승호 DMZ생태연구소 소장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 ‘문산습지’도 도시화로 파괴 직전인데.

▲ 이곳 서부지대 DMZ 일원에서 겨울 철새인 개리(Anser Cygnoides)를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 파주출판단지 습지와 문산습지 두 곳뿐이다. 특히 문산습지는 개리의 주요 서식지다.

문제는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은 문산습지도 신도시개발에 따른 준설공사 때문에 철새 서식지가 위협을 받고 있다. DMZ과 가깝기도 하지만, 파주지역과 문산이 빠르게 도시화 되면서 주변의 생태환경 파괴가 심각하다.

파주와 문산만이라도 파괴되지 않고 자연과 도시,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생태 도시’로 남아야 한다. 관련 지자체는 주요 서식지를 보호할 수 있는 환경정책과 서식지 관리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 북한과 가깝고 한강과 임진강-서해와 합치는 ‘성동 습지’도 우려스럽다.

▲ DMZ을 끼고 있는 성동습지는 한강과 임진강, 북한의 예성강, 서해의 바다와 합쳐지고, 한북정맥과 한남정맥, 임진 북예성 남정맥과 만나는 생태적으로 매우 귀한 장소다. 이곳은 동북아 철새들의 주요한 기착지다. 거대하게 조성된 자연적 습지는 남북한이 서로 맞대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다.

2007년까지만 해도 이곳은 개리와 재두루미의 주요 월동지였지만, 북한 황강댐의 담수로 수위가 갈수록 낮아지고, 퇴적층이 높아져 급속하게 육지화된 지역이다. 간간이 흰꼬리수리가 먹이 사냥을 위해 나르는 모습이 관찰되고, 장단반도에서 이탈한 독수리도 보인다.

멸종위기종인 큰기러기만이 주로 관찰되고, 광활한 습지를 갖췄지만, 생태환경 변화 때문에 종의 다양성이 저조해졌다. 최근에는 저어새와 도요새 종류들이 머무는 등 자연과 적응하며 변화하는 생태계 모습을 잘 보여주는 지역이기도 하다.

 

- 한강 주변 철새들의 주요 습지이자 서식지는 몇 곳이 남아 있나.

▲ 한강 주변에는 한강의 제1지류인 공릉천 하구와 자유로를 끼고 있는 성동습지, 재두루미 서식지인 문산습지, 장단반도, 정자리, 백연리 외에 9곳이 더 있다.

특히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하구가 그대로 보전돼, 살아 있는 생태계의 보고가 된 한강과 임진강의 물이 서로 합쳐지는 시암리 습지와 성동습지, 교하물골은 생물의 다양성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철새들의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한다. 이곳의 생태적 가치와 보전적 가치는 국제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지역이다.

 

- 천혜의 철새도래지 공릉천 하구는 어떤가.

▲ 공릉천은 기수역(汽水域, Brackish Water, 민물보다 염도가 높고 해수보다 염도가 낮은 하구 일대)의 특징을 가진 한강의 대표적인 곳이다. 여기서 연간 200여 종의 철새들이 관찰된다.

무엇보다 서해안을 따라 이동하는 철새들은 어느 한적한 외딴 섬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한 새들이 찾아오는데, 탐조인(探鳥人)들로부터 찬사와 흥분을 자아내기도 한다. 문제는 수도권 주변 대도시다. 이곳과 가까운 도시 주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 데다, 신도시 등 개발로 인한 자연공간과 환경적 가치가 훼손당하고 있다.

현재 멸종위기를 맞은 다양한 종들의 서식지가 점점 들어 드는 상태다. 취미로 새를 찾아다니는 탐조인들과 민물 낚시꾼, 일반 시민들의 생태계 인식 부족으로 공릉천의 서식환경이 점점 파괴돼 안타깝다.

 

- 이곳에서 가장 큰 군락을 이루는 조류 집단은.

▲ 공릉천에는 가을철이면 비둘기조롱이가 대규모 군체를 이뤄 이곳을 찾아와 월동준비를 한다. 이 새들에게는 머물기에 더없이 좋은 지역이기도 하다. 수도권이지만 여름에 뜸부기 번식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도 공릉천이다.

특히 공릉천 습지와 주변의 넓은 농경지는 각종 여름 새들의 주요 번식지이자 서식지다. 문제는 논농사 중심이던 이곳이 도시에 내다 팔 수 있는 채소재배 등 각종 영농시설물이 넓은 농경지를 잠식하면서 몇몇 중요한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다.

 

- 멸종 직전의 희귀 겨울 철새 개체 수는 현재 얼마나 되나.

▲ 공릉천은 전국 최대의 철새 서식지로 평가를 받는다. 특히 희귀 겨울 철새인 칡부엉이는 하루에 13마리가 관찰되기도 했다. 그러나 서식지 주변의 농수로 공사로 인해 서식환경이 교란을 받게 되면서, 개체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런 영향을 받아 멸종위기에 있는 공릉천의 철새들은 흰꼬리수리를 비롯해서 노랑부리저어새, 큰기러기, 독수리, 재두루미, 물수리, 잿빛개구리매, 참매, 흑두루미가 있다. 주요 관찰종으로는 쇠부엉이와 뜸부기, 털발말똥구리, 흰눈썹뜸부기, 흰배뜸부기, 도요새, 알락개구리매, 댕기물떼새, 민댕기물떼새, 청호반새, 장다리물떼새, 흰비오리, 황오리 등 다양한 새들이 있다.

 

DMZ 주변 ⓒ위클리서울/ 김용주 기자
DMZ 주변 ⓒ위클리서울/ 김용주 기자

- 272km에 달하는 한강의 최대 지류인 임진강은 휴전선을 지나 한탄강과 문산천-사천-파주 탄현면 한강과 만나는 긴 강으로 우리 민족의 굴곡진 역사와 함께 흘러왔다. 경관이 수려한 임진강 상류와 평야지대 중하류는 풍요로운 농경지이기도 하다. 이곳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 등을 짚어 달라.

▲ 임진강(臨津江)은 북한과 같이 수역을 공유하는데, 3/4이 북한에 구역에 있다. 임진강은 두류산(해발 1,323m) 남쪽 계곡에서 발원하는데, 평안남도 양덕군과 강원도 천내군 동흥리, 강원도 법동군 용포리 세 곳을 따라 흐른다.

남서쪽으로는 판교군 고미탄천과 합쳐진 후, 이천을 지나 철원군 평안천과 역곡천과 합쳐지는 강이다. 남쪽은 하구가 잘 발달해 있다. 유구한 한반도 변천사를 볼 때, 이 지역은 매우 복잡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선사유적지도 이곳에서 많이 발굴되고, 구석기와 신석기 유적지 문화가 강 주변에 널리 흩어져 있다. 한강과 임진강 유역은 예로부터 홍수로 범람이 심했지만, 기름진 땅 덕분에 곡창지대로 유명하다.

유사 이전부터 존재한 한강-임진강 하구의 습지는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채, 한반도 역사의 근현대사적 부침과 남북갈등을 지켜보며 유유히 흐르고 있다. 지금도 한강하구에는 강변에 길게 늘어선 2중 철책에서 역사단절과 우리 민족의 사유와 철학, 존재 이유를 묻게 한다.

 

- 한때 ‘DMZ 개발’ 바람이 불기도 했다.

▲ 인간의 탐욕은 처녀림 같은 DMZ마저 가만두지 않았다. 정치권과 정부 정책도 우려스럽다. 참여정부 당시 남북화해 무드가 이뤄지면서, 수십 년 동안 군사적인 이유로 묶여 있었던 개인의 토지 재산권이 풀리면서 땅은 본래의 주인에게 돌아갔다.

그러면서 무분별한 농지개발이 불었고, 비무장지대의 숲과 자연은 파괴되기 시작했다. 67년 동안 자연의 회복력으로 복원된 DMZ 자연생태계가 6.25 전쟁 이전 당시의 황폐한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민통선 내의 무성하게 우거진 숲을 밀어내고 비옥한 땅에 대규모 인삼밭이 들어섰다.

숲과 땅이 점점 오염되기 시작했고, 자연 습지도 점점 줄어들면서 이 지역에 서식하던 동식물과 새들의 멸종위기종도 늘어났다. 남북화해가 열렸지만, 전혀 준비되지 않은 근시안적인 개발정책으로 인해 천혜의 생태계가 어떻게 한순간에 파괴됐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 지자체의 생태계 인식 부족도 문제 아닌가.

▲ 그동안 DMZ 생태계가 보전되는 듯했지만, 그보다 더한 ‘접경지개발법’이 지자체의 대규모 지역문화 축제와 맞물려 환경생태에 대한 고려나 고민이 전혀 없는 무분별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분단의 아픔만큼 어렵게 복원된 비무장지대와 그 주변의 인근 생태계마저 지자체 관할구역으로 편입되면서,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개발의 장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그 어떤 지자체장에게 자연생태 권한을 위임한 적이 없는데도 마치 그런 주도권을 위임받은 양, 각종 이유를 들이대며 인류의 유산인 비무장지대의 생태환경을 파괴했다.

인간의 탐욕과 정치적 이권에 의해 희생된 ‘DMZ’가 입은 피해와 규모는 파악하기 힘들 정도다. 한번 파괴돼 복원되려면 수많은 세월이 지나야 하지만, 막대한 복원비용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것을 막으려면 전 지구적인 환경 가치를 도출해내고, 지구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비무장지대라는 공간에서 가장 극적이고 가장 아름다운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국제적인 생태환경 논의와 방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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