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사망해도 기업 처벌은 솜방망이... 기소율 0.3%뿐 ‘죽음의 외주화’ 일상화”
“노동자 사망해도 기업 처벌은 솜방망이... 기소율 0.3%뿐 ‘죽음의 외주화’ 일상화”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8.1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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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유흥희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집행위원장-2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유흥희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집행위원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정규직과 비정규직 양극화가 심화 된 상황이다.

▲ 합의문에는 노동자 해고금지도 생계대책도 없다. 고통전담만 남았다. 합의문을 보면, 노동조합과 노동자는 근로시간 단축과 휴업 등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게 돼 있다. 그러나 노조가 없는 대다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근로시간 단축이나 휴업은 곧 임금삭감으로 이어진다.

이는 곧 생계 문제다. 그런데도 기업은 고용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며 임금동결을 넘어 임금삭감이나 단체협상 축소, 무급휴직, 희망퇴직을 들고나올 게 뻔하다. 이는 해고를 위한 회피수단이 되어 정리해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 노동조합 교섭권은 어떤가. ‘기업 살리기’라는 지적도 있는데.

▲ 기업이 정부에 휴업급여 감액신청을 하면 신속히 심사한다고 돼 있지만, 이는 사실상 ‘고용유지 지원제도 확충’이란 명목하에 이뤄지는 휴업급여 삭감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합의문에 ‘노사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원만한 교섭 타결에 최대한 노력’한다고 명시했지만, 노동조합의 자주적 교섭권이나 쟁의권에 대해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또 기업 살리기 조항을 보면, ‘신속하고 실효성 있게 집행’하거나 ‘전폭적인 지원’ 또는 ‘속도감 있게 진행’ 한다는 등 기업을 위한 조항이 많다. 반면에 노동자 고용유지나 생계대책에 대한 단어들은 찾아볼 수가 없다.

 

- 민주노총 합의안이 결국 부결된 원인을 분석한다면.

▲ 민주노총의 합의안과 관련해서 볼 때, 김명환 위원장이 코로나-19 상황에서 해고 위기에 내몰린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를 살리는 길은 노사정 합의를 실천하는 방법 외에 대안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합의안 자체가 취약계층 노동자의 고통만 더하고 있고, 제일 중요한 ‘생계대책’이 빠져있다. 고용유지를 말했지만, ‘해고금지’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휴업수당과 휴업급여 등 노동자와 관련해 어떠한 문구도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김 위원장은 자신의 소신을 밝혔고,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직권으로 임시 대의원 회의를 소집했지만 부결돼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언론에서 민주노총을 참 많이 압박했다. 정부가 얘기하는 노사정 합의안이 그렇게 좋은 거라면 굳이 하기 싫다는 민주노총을 설득할 게 아니라 하고 싶었던 한국노총과 정부, 경영계 사람들끼리 하면 될 일이었다.

 

- 비정규직 노동자 목소리가 담기지 않았다는 지적인데.

▲ 무엇보다 닥쳐올 ‘해고 쓰나미’ 상황에서 우리가 요구한 사안은 하나도 관철되지 않았다. 해고금지, 생계대책, 고용보험 전면 확대 등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더 담아내지 못했다.

처음부터 노사정 합의안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반대했다. 22년 전 노사정 대타협의 결과가 정리해고와 파견법 도입이 되었고, 그 결과 정리해고는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일상화되면서 1000만 비정규직 시대를 만들었다.

이런 뼈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지만, 노사정 합의문은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못했다. 민주노총 중집성원 대다수도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김명환 위원장 직권으로 임시대의원대회까지 의견을 물었지만 부결된 내용이다.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가장 대변해야 할 민주노총이 노동자는 안 살리고 기업살리기를 우선한 것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의원들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투쟁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투쟁하지 않으면 빵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취약계층을 살릴 사람이 진정으로 누구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민주노총이 이제 비정규직 당사자와 함께 해고금지와 휴업수당, 실업급여 지급, 고용보험 전면적용, 중대기업처벌법 제정 등을 들고 투쟁에 나설 차례다.

 

- 최저임금도 1.5% 인상에 그쳐 역대 최저라는 평가다.

▲ 실제로 들여다보면, 촛불 정부가 공약한 최저임금은 그동안 오른 게 아니다. 올해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했지만, 이것이 공염불이 된 건 2018~2019년에 이미 그 결과가 나타났다.

작년에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해서 두 달에 한 번씩 나오던 상여금을 한 달에 한 번씩 기본월급에 포함해 ‘최저임금 꼼수’를 썼다. 식대와 상여금 등 온갖 명목을 최저임금에 갖다 붙여 실질임금을 떨어뜨렸다.

그러면서 최저임금도 내려갔다. 올해의 최저임금은 2019년 최저임금과 합산했을 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치상 겉은 올랐지만 속은 마이너스다. 국민은 마치 몇 배가 오른 것으로 잘 못 알고 있다.

사실 ‘최저임금 꼼수’가 언론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았다. 통상적인 식대나 상여금 등 여러 가지 수당들을 최저임금이라는 트랩에 가둬 버렸다. 결과적으로 임금이 삭감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데도 마치 아닌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 원청기업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법적 처벌이 미약하다는 중론인데.

▲ 해고된 비정규 노동자들은 사법부와 맞서 법과 싸워야 하고, 법에서 힘겹게 이겨도 기업들이 ‘나 몰라라’ 하면, 시간과 돈과 다시 싸워야 하는 첩첩 싸움의 연속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정의로운 싸움을 이어갔다.

잘못된 것을 올바로 바꿔내는 일을 계속하고 있지만, 정부는 기업의 불법에 대해 제대로 된 처벌을 하지 않았다. 법적 처벌을 제대로 했다면, 지금처럼 노동자들이 법과 힘겨운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 사이에 현대기아차 노동자 3명이 생을 달리했고 수십 명이 구속됐고 해고된 노동자들도 엄청 많다. 그런데도 사측은 이 부분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재벌 편들기를 하고 있고, 법도 자기네 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기업은 노동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화 문제가 한때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 문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공공부문부터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창출하고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라는 공약을 하고 나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이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항)였다. 이번에 있었던 정규직화 사업은 귀속업무와 생명안전업무에 대한 비정규직을 100% 정규직화하겠다는 일부분 약속을 지킨 것이다.

하지만 그 약속도 원래대로라면 100%였어야 했지만, 미루고 또 미루다가 올해 ‘정규직 완료’ 시기가 온 것이다. 그 완료를 위한 채용방법도 두 가지로 쪼개졌다. 공개채용을 통한 인천공항 자회사 전환과 정규직 전환이다.

원래는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화는 100% 그대로 갔어야 했지만, 생명안전업무 부문만 일부분 정규직으로 전환했을 뿐이다. 나머지는 본래 공사직원이 아닌 공개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 취업기회 부재와 공정경쟁을 이유로 취준생들이 반발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 인천공항 정규직과 관련해서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이 반대하고 있는 부분은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만 지적하고 있다. 공사의 자회사로 전환한 정규직 문제는 아니다. 왜냐면 비정규직이고 나쁜 일자리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취업이 바늘구멍이고, 아무리 취업하려고 해도 비정규직 일자리밖에 없다.

경쟁은 갈수록 치열하고 어렵다. 이러다 보니 취업자끼리 함께 손잡고 가야 하지만, 서로 반목하는 희한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취준생과 노동자가 서로 대결하는 구도를 마치 옳은 것처럼 일부 언론들이 만든 것이다. 어려움이나 고통을 모르는 취준생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야 한다는 논리다.

취준생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기 인생을 바쳐서 몇 년 동안 살아온 사회적 고통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는 태도를 지적하고 있고, 정규직들은 취준생에 대해 능력도 안 되는데 왜 정규직이냐는 등 정규직을 마치 어떤 전능한 능력자인 것처럼 대한다. 제대로 된 정규직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는 대통령의 약속대로 30대 재벌 불법만 바로 잡아도 좋은 일자리 40만 개를 창출할 수 있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나쁜 일자리인 비정규직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푸는 길은 비정규직 일자리 자체를 없애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늘 반목하도록 또 다른 요인을 만들어낼 것으로 본다.

 

- 모두 전문직인가.

▲ 이번의 정규직은 모두 전문분야는 아니다. 물론 일부분 전문성이 필요하겠지만, 전문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왜곡시키는 ‘의자 놀이’ 같다. 사람이 앉을 10개 의자가 있는데, 9개만 놓고 앉으라면 한 사람은 탈락할 수밖에 없다.

이것을 마치 공정이라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진정한 공정은 우리 사회에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놓는 것이다,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이 곧 공정이라 생각한다. 그러면 최소한의 차별은 없어질 것이다.

 

- 산업안전보건법(김용균법)이 개정됐지만, 재해사망은 줄지 않고 있다. 그에 따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법)은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에 산업안전보건법이 20년 만에 개정됐다. 그러나 개정도 ‘반쪽짜리’ 법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김용균 없는 김용균 법’으로 변용됐다.

고 김용균 노동자가 했던 업무가 여전히 안전상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희한한 법이 된 것이다. 그러면서 가장 심각한 ‘비정규직의 외주화’와 ‘죽음의 외주화’가 독버섯처럼 만연되었고, 노동자들은 일상적으로 ‘죽음과 직면’하게 됐다.

심지어 현장에서 죽음을 맞아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잘못해서 죽은 것처럼 둔갑시키고 왜곡하고 호도하는 이런 과정들이 있었다. 이것을 하도급을 주는 원청(原請)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단 한 건도 제대로 된 책임을 묻지 않았다.

한 사람 죽으면 벌금이 고작 50만 원이고, 많이 내면 300만 원에 불과하다. 사람의 생명이 몇 푼의 돈으로 흥정할 문제인가. 이러다 보니 기업들은 벌금을 내고 말지 누가 복잡하게 가겠나. 그러니 중대 재해에 대해 기업의 책임을 엄중하게 징벌적 처벌로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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