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의 와인이야기-1]

ⓒ위클리서울/ 정다은 기자

[위클리서울=박재현] 와인 업계에서 10년 이상 일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떤 와인들을 좋아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와인 구매를 하는지를 항상 고민해왔다. 

업계에 있다보니 넘겨짚은 부분들도 있다. ‘이 와인은 무슨 무슨 등급이니 누구나 알겠지’, ‘웃돈 주고도 구하기 힘든 유명 생산자의 와인이니 당연히 수요가 있겠지’, ‘어떤 해의 와인들은 작황이 좋았으니 누구나 인정할 거야, ‘이 와인은 해외 평론가들이 극찬 했으니 무조건 사겠지’. 그러던 중 스스로에게 물었다. 와인 마시는데 이렇게 복잡할 필요가 있나?

이 칼럼의 목표는 거창하지 않다. 와인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이 ‘와인 거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 그리고 와인구매자들이 누구나 알 거라고 넘겨짚었던 부분들 역시 되짚어 보는 것이다. 세상만사 다 그렇듯 모르니까 답답하고 주눅이 든다. 알고 나면 다 별거 없다.

그럼, 와인 마실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편하게 마셔야 한다. 주말 아침 늦잠자고 일어나 냉수 한잔 마시듯이. 내 돈주고 산 와인을 불편하게 마실 이유가 없다.

와인은 농산물 가공품이라는 점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물 한 방울 넣지 않은 포도주스 발효식품이라는 뜻이다. 그럼, 포도 가공 식품이니 당연히 포도가 중요하지 않을까? 쌀만 봐도 멥쌀이 있고 찹쌀이 있고, 또 우리가 주로 먹는 쌀과 동남아시아나 인도인들이 먹는 쌀은 식감과 풍미가 다르다. 

와인을 만드는 양조용 포도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포도 품종 몇 가지를 알아 두기만 하면, 와인은 ‘만만해’ 보인다. 

와인은 어디에 심고 누가 만드는지에 따라 가격이 1만원 미만 대부터 100만원을 훌쩍 넘어서기도 하지만,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듯 품종마다 고유의 맛과 향이 있다. 

레드 와인의 까베르네 소비뇽 (Cabernet Sauvignon) 품종은 껍질이 두텁고 색이 진하다. 검은 색 과일 류의 향이 나고 가끔은 피망 같은 향도 난다. 맛도 진하다. 반면에, 피노누아 (Pinot Noir) 품종은 껍질이 얇고 색도 연하다. 붉은 색 과일 류의 향이 나고 은은한 꽃 향이 난다. 맛도 하늘하늘하고 섬세하다.

화이트 와인을 예로 들면, 요즘 유행하는 소비뇽 블랑 (Sauvignon Blanc) 품종은 레몬/라임 같은 상큼한 향과 갓 베어낸 잔디 향이 나고 맛도 경쾌 발랄하다. 샤르도네 (Chardonnay) 품종은 사과, 배 향과 멜론 향이 나며 맛은 부드럽고 매끈한 느낌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포도 품종이 있는데, 처음 도전하는 품종은 무리하지 말고 2~3만원 대의 와인을 도전해 보자. 각 품종 별로 하나씩 마셔보고 나에게 맞는 와인, 마시기 편한 품종을 찾아보면 된다. 사람마다 입맛이 제각각인 만큼 맞는 품종도 서로 다를 수 있다. 

약간의 수고로움을 무릅쓴다면 와인을 선택을 위한 훌륭한 방법이 또 있다. 기록해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와인을 마셔보고 한두 단어 정도의 느낌만 적어도 된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과 느낌이 가물가물해진다. 

와인을 고르고, 마시는 건 절대로 어렵고 거추장 스러운 행위가 아니다. 편하게 가볍게 시작해보자.

(주)인디펜던트리쿼코리아 전략기획팀 팀장
박재현 (주)인디펜던트리쿼코리아 전략기획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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