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스위트홈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뤘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정부는 코로나19의 종식 선언을 했다. 정부는 모든 실내외 공간에서의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해제했다. 코로나에 확진되더라도 격리 기간은 단 5일뿐이다. 이 기간 또한 강제 의무사항이 아니라 권고사항이다. 과거에 확진자들에게 감염병 예방법 제41조 및 제43조 등에 따라 발송했던 격리 문자는 발송되지 않는다. 격리명령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의무 사항에서 모두 해방됐다. 6월부터는 코로나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3년 4개월 만에 공중보건비상사태를 해제했다.

드디어 우리는 코로나19로부터 해방된 것일까? 아니,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직도 코로나 확진 환자는 매일 평균 2만여 명씩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은 언제나 지켜질 것 같다. 하지만 전염병이 돌면 이 모든 것은 한순간에 사라진다. 넷플릭스에서 지난 2020년에 공개한 시리즈 ‘스위트 홈’에서도 그저 그런 지루한, 혹은 누구에게는 비참했던 일상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정상이 비정상이 되는 이상한 세계가 되어버린다. 바이러스가 확산되어 사람들이 변해버리는 순간 과거의 비참했던 현실이, 지루했던 순간이 너무나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우리가 코로나19 이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그저 정상적으로 살아 숨 쉬고만 싶은 것이다.
 

ⓒ위클리서울/ 넷플릭스

학폭 피해자에서 바이러스 슈퍼 면역자가 된 남자

현수(송 강분)는 지금의 현실이 너무 맘에 들지 않는다. 낡아서 쓰러질 것만 같은 철거 직전의 더러운 빌라촌에 입성한 것부터 현재를 지우고 싶을 정도다. 숨 쉬고 있는 지금 순간이 너무나 고통스럽다. 자신의 몰골은 더욱 초라하다. 그는 지금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을 정도로 비참한 상태다. 현수는 학폭피해자였다. 부모님도 갑자기 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는 더 살 이유가 없다. 이 빌라는 그에게 죽기 안성맞춤인 무덤이었다. 그렇게 빌라 옥상에서 떨어져 죽으려던 하던 현수는 눈앞에서 춤을 추고 있던 소녀를 보고 정신이 멍해진다. 눈부신 햇살보다 더 눈부시게 춤을 추고 있는 발레리나 지망생 이은유(고민시 분)다. 그녀는 햇살보다 더 눈부시다. 현수가 잠시나마 넋을 잃을 정도다. 하지만 아름다운 외모와 춤선과는 달리 입은 걸레를 문 양 더럽다. 은유는 현수에게 이곳에서 죽지 말라고 말한다. 현수를 걱정해서가 아니었다. “괜히 여기서 죽어가지고 여러 사람 귀찮게 만들지 말라”는 것이 이유였다. 어이가 없던 현수는 자살을 포기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이 죽음을 보류한 것은 그에게 앞으로 커다란 시련과 시험을 안긴다. 무엇인 원인인지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한반도를 덮쳤다. 현수가 있던 빌라촌에도 감염자가 하나둘씩 생겨났다. 증세는 환청이 들리고 코피가 쏟아지는 것이 발병의 신호였다. 빌라촌 첫 감염자는 고양이를 키우던 옆집 여자였다. 현수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현관문 틈 사이를 보고 기겁했다. 충혈된 붉은 눈을 한 여자가 코피를 콸콸 쏟아내며 현수의 집 문을 거칠게 두들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클리서울/ 넷플릭스

팬데믹이 되어버린 전염병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빌라 밖은 벌써 아수라장이다. 머리가 두 쪽으로 갈라져 울부짖는 사람, 목을 360도 꺾어서 돌아다니는 사람, 키가 3척으로 큰 거인이 된 사람, 거대한 근육질의 괴물이 된 사람, 누구 하나 멀쩡한 사람이 없다. 원인도 정체도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사람들은 그렇게 괴물이 됐다. 수렵 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는 농사를 짓고 한 군데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몰려 살면서 과거 떠돌아다니며 개별적인 생활을 영위했던 시기보다 인간은 훨씬 더 치명적인 전염병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전염병은 모여 살면서 사람들 사이에 더욱 쉽게 확산됐다. 문명이 발달하면서는 범유행성 전염병들이 주기적으로 발생했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으로 전 세계 인구 중 14세기 내내 유행했던 흑사병은 무려 1세기 이상 유행했었고 그로 인해 유럽 인구의 1/3이 사망하는 사태가 야기됐다. 워낙 오랫동안 유행해서 정확한 기록이 있지 않지만 과학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약 7000만 명에서 2억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흑사병은 700년이 지난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19세기말 중국에서는 흑사병으로 수백만 명이 죽었다. 심지어 아프리카에는 지금까지도 흑사병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매년 천 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역병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첨단과학의 시대를 걷는 지금도 예외가 아니다. 스위트 홈에서의 바이러스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현수는 자살하기 위해 빌라로 들어왔지만 바이러스 감염을 겪으면서 자신이 누군가를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살기로 한다. 그에게 삶의 의지를 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멸망 비슷하게 되어버린 이 세상이다. 현수에게도 바이러스 감염이 시작됐다. 그런데 현수는 슈퍼면역자였다. 그는 괴물이 되지 않았다. 현수는 인간의 감정과 감염자만이 가지는 슈퍼 괴력을 지니고 빌라촌의 사람들을 위해 다른 괴물 감염자들과 사투를 벌인다. 냉철한 이성을 지녀 위기의 빌라촌을 진두지휘하게 된 의대생 이은혁(이도현 분)은 현수를 빌라촌을 지키는 도구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는 현수다. 현수는 그저 어떤 힘이든 자신에게 있는 힘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집중한다.

시즌 1에서는 현수의 이런 활약과 괴물 바이러스와 여러 사투를 벌이는 과정들이 나온다. 중간에 소중한 사람들이 죽고 죽은 사람들을 가슴에 묻고 또 살아야만 하는 여러 군상들의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우리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많은 이들과 이별을 해야 했다. 이렇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앞으로 어떤 바이러스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단순히 사람과 사람을 죽게 하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사람이 변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과거 코로나19 이전에 바이러스로 인해 지금과 같은 생활을 할 것이라고 어느 누가 생각했겠는가.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너무 많이 바꿔버렸다. 이제는 어떤 바이러스나 세균이 발생할지 모른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인류를 위협하는 치명적인 전염병은 언제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 전염병은 세계대전보다 더 많은 사상자를 몰고 오는 사신이다. 전문가들은 핵전쟁보다 인간이 바이러스로 인해 멸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엔데믹으로 풍토병으로 치부한다고 해도 인류에게 전염병의 위협은 여전하다. 새로운 감염병 X는 언제든지 유효하다. 역병의 엔데믹이란 없다는 이야기다. 스위트홈 시즌 2가 올해 공개된다고 한다. 이야기는 역시 사라지지 않는 전염병의 연장선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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