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탐방] 강남개포시장

ⓒ위클리서울/ 김은영 기자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초고층 아파트촌을 따라 수인분당선 개포동역 6번 출구 앞에 서면 개포동만의 커다란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반듯한 직사각형 상자 조형물에는 하얀색 장바구니가 앙증맞게 그려져 있고 영어로 ‘GANGNAM GAEPO MARKET’이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강남개포시장’이라고 하얀색으로 칠해진 초대형 글자 간판 조형물이 이어진다. 강남구 개포2동에 위치한 개포시장은 여타 다른 시장 입구 조형물과는 다른 차별화된 현대적 감각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입간판을 지나 안쪽 골목으로 들어서자 바삐 지나다니는 복잡한 도로 위 상황과는 다르게 한산하고 여유로운 시장 풍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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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시장의 명물 빨간 어묵을 아시나요?

강남개포시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유명한 것은 바로 ‘먹거리’이다. 시장 골목으로 다양한 먹거리 식당들이 밀집되어 밤이 되면 불야성을 이룬다. 주먹고기, 을지로 노가리, 닭발, 냉동삼겹살, 횟집 등 입맛 다시는 식당들이 쉴 틈 없이 포진해 있지만 이중 가장 유명한 곳은 따로 있다. 길거리에서 줄 서서 먹는 ‘어묵집’이다. 아니, 시장 어디에나 있는 어묵집이 강남개포시장을 대표할 정도라고? 주변 상인들이나 지역 주민들에게 물어봐도 대답은 이구동성 ‘부산어묵집’을 지목한다. 일명 ‘빨간 오뎅’으로 유명한 부산어묵집은 강남개포시장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수십 년을 한 자리에서 노포로 자리매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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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앞으로 가까이 다가서자 커다란 스텐 떡볶이판에 빨간 고추장 떡볶이가 지글지글 끓고 있다. 밀떡볶이와 쌀떡볶이 두 가지 종류로 원하는 떡볶이를 먹을 수 있지만 아는 사람들에게는 역시 두툼한 가래떡으로 만들어진 쌀떡볶이가 제격이다. 검은 기름 솥 냄비에서는 연실 새로운 튀김들이 속속 머리를 쳐들고 기름 밖으로 올라온다. 탁탁 집게로 털어 매대 앞에 수북이 튀김이 쌓인다. 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빨간 매운 어묵이다. 고춧가루로 빨갛게 물든 어묵들이 나래비 세워져 손님들을 반긴다. 줄을 서 있는 손님들도 침을 삼키며 이제나저제나 자기 차례가 오길 기다린다. 코로나19로 전국의 길거리 음식이 주춤했지만 이곳에서는 바이러스도 안 통했다. 뜨거운 국물에 어묵 한 접시를 먹기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고 국물을 후루룩 마셔본다. 종이컵에 입에 대고 국물을 마시자마자 ‘크~’하는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좌석도 없어 불편하게 서서 먹어야 하는 길거리 음식점이지만 맛에 반해 오랜 시간 명맥이 이어져왔다. 시장에 왔으니 본격적으로 골목을 구경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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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어묵집 앞에는 싱싱한 과일을 판매하는 과일가게가 있다. 벌써 여름을 대표하는 수박이 한가득 나왔다. 레몬과 추풍령 청포도도 새콤한 맛을 자랑하듯 매대에 진열되어 있다. 단내가 물씬 나는 꼬마 참외는 어떤가. 노랗게 익은 참외는 빨간 소쿠리에 담겨 손님들을 기다린다. 참외 옆에는 토마토다. 상자를 여니 빨갛게 익은 토마토가 반긴다. 방울토마토와 캠벨 포도도 소포장되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수박은 세일한다. 주말이라 2만 5천 원짜리를 2만 원에 판다. 개포시장이 좋은 점은 배달도 된다는 점. 무겁게 이고 지고 하지 않아도 배달해 주니 세상 편리하다. 또 다른 과일가게에서도 질소냐, 더 많은 과일을 선보이며 손님들을 유혹한다. 가장 눈에 띄는 과일은 자몽과 키위다. 많이 후숙 된 듯한 토마토는 왕창 세일이다. 흑토마토, 방울토마토, 단맛이 나는 스테비아 토마토까지. 토마토 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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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가 횟집, 을지로 노가리 골목 부럽지 않은 먹거리 장터

과일가게를 지나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시장 좌판이 펼쳐진다. 개포시장의 명물인 수산물 가게다. 바다를 떠올릴 법한 푸른 냉동 매대에는 드라이아이스의 연기가 펄럭거린다. 연기 속에는 싱싱한 갈치, 도미, 우럭, 병어 등 각종 생선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파란색 어닝과 파란색 냉동 매대에 파란 앞치마까지 마치 맞춤으로 준비한 듯한 사장님이 인상 좋은 얼굴로 생선을 권한다. 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간간이 소금도 뿌려준다. 날이 더 무더워지면 생선은 안쪽 가게 냉장고로 이동한다. 매대에 누워있으면 아무리 신선하게 유지하려 해도 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오징어, 바지락, 해삼, 멍게, 낙지 등 각종 해산물이 빠지면 섭섭하다. 바가지로 듬뿍듬뿍 서비스 얹어주는 바람에 이곳은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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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통을 자랑하는 떡집도 눈에 띈다. 무지개떡, 찹쌀떡, 시루떡 등 매일 먹는 떡도 좋지만 개업떡이나 답례떡, 이바지 떡으로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아이들을 위한 알록달록한 머리핀과 양말 등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상점을 뒤로하고 공영주차장 쪽 비좁은 골목으로 빠지는 길에는 아는 사람들만 드나드는 식당들이 숨어있다. ‘개포골’이라 불리는 골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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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밥 한정식이 1인 7천 원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어 사람들이 많다. 삼삼오오 좁은 식당 안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답다. 좁은 골목을 빠져나오면 여기가 어딘가 싶게 바로 넓은 대로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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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시장의 참모습은 밤에 더욱 빛을 발한다. 간판을 거꾸로 해놓은 횟집 ‘초장집’을 비롯해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 있는 ‘을지로 노가리’ 집이 지나가던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이 두 곳은 인근 개포동 주민들이 인정하는 강남개포시장의 대표 맛집이다. 강남초장집의 중심 메뉴는 일명 ‘막회’. 기존 횟집에서 보던 회와는 다르게 두툼하게 썰려 나온다. 회에는 또 다른 것이 있다. 회 위로 수북하게 깨가 고명으로 올라온다. 어디서도 보지 못한 회의 모양이다. 밑반찬으로는 신선한 톳과 물미역이 나온다. 날치알에 싸 먹을 수 있는 김까지. 3만 원짜리 회 한 접시에 기본 반찬이 푸짐하다. 여기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미역국도 시원하다. 막회를 시키면 어린 새싹과 얇게 채 썰은 오이도 함께 제공된다. 깻잎에 김을 싸고 날치알과 회 한 젓가락을 올리고 초장을 넣어 입안으로 가져가면 바다에 온 듯한 맛의 향연이 시작된다. 주메뉴인 막회도 좋지만 갑오징어로 만든 숙회와 자연산 백고동이나 가리비찜도 별미다. 갑오징어 숙회에는 미나리가 함께 제공된다. 오징어와 미나리, 초장까지 세 가지 맛의 조합이 잘 어울린다. 이러니 초장집은 저녁 시간이 되면 자리가 없다. 대기를 받아도 기본 1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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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풀리면서는 야외석으로 사람들이 그득그득 찬다. 배부르게 먹고 나면 또 다른 것이 먹고 싶다. 그럴 때는 가볍게 맥주와 노가리를 먹으러 간다. 을지로 골목에서 볼 수 있는 진기한 노가리 골목의 풍경을 이곳 개포시장에서도 볼 수 있다. 을지로 만선호프가 있기 때문이다. 야외 좌석에 가득 찬 노가리집의 인기 비결은 단연 가격이다. 노가리 혹은 황태를 구워주는데 한 마리에 겨우 1500원이다. 다른 메뉴는 안 시키고 노가리와 황태 몇 마리만 시켜도 전혀 문제없다. 황태 한 마리를 시켜도 사장님의 친절한 서비스를 느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노가리만 시키면 아쉽다. 을지로 골뱅이와 마늘 치킨이 그려진 메뉴판을 보면 안 시킬 수가 없다. 골뱅이는 약간 매워 마늘치킨과 딱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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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도 보고 돌아오는 길에 가족과 함께 먹자골목에서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어보자. 동네 재래시장을 다니는 빠질 수 없는 즐거움과 추억이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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