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개별법으로 분산·난립...통일된 개념 부재
"가칭 자연환경복원법 제정해야"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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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인간의 활동이 자연을 훼손해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침해 등을 유발하고 있어 자연 복원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 차원에서 자연 생태계 보전을 위한 전략들이 추진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 법제도로는 체계적이고 연계성 있는 자연복원을 추진하기 어려워 별도의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자연훼손으로 기후·생물다양성 '위기'...유럽그린딜 등 수립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에 따르면 인간의 활동은 땅의 75%. 바다의 66%를 심각하게 변화시켰으며 현재의 손실속도로는 2050년까지 지구의 10% 미만이 인간의 영향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이 훼손되면서 발생하는 고온기후의 영향으로 생물 개체군의 멸종문제 또한 심각하다.

유엔 기후변화국제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구 기온 1.5도 상승 시 멸종 위험이 높은 종의 비율은 9%, 2도가 올라가면 10%, 3도 12%, 5도 15%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연 훼손의 피해는 이뿐 만이 아니다.

꿀벌 등 수분매개자의 손실로 인해 위험에 처한 전 세계 작물 생산량이 연간 2350억달러(300조원)에서 5770억 달러(760조원)에 달할 것이며 토지 황폐화로 인해 생산성이 감소한 토지는 23%에 이를 것으로 전망(IPBES)됐다.

기후 대응과 아울러 자연·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EU가 수립한 유럽그린딜(2019년)은 자연복원과 관련해 △온실가스 △에너지 △산업 △건물 △교통 △식품 △생태계 △오염 등 분야에서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유해물질과 오염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2030 생물다양성전략’에 따르면 EU는 토양와 해양의 각각 30%를 보호구역으로 정하고 연간 200억 유로(약 29조원)를 생태계 보호에 투입할 계획이다.

자연환경보전법, 습지법 등 다른 법률 규제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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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자연환경보전법·물환경보전법·습지보전법·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법 등을 통해 자연환경 훼손지에 대한 복원·복구 대책을 수립·시행토록 하고 있다.

박종원 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위기·생물다양성 위기 시대 극복을 위한 자연복원법 제정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는 특정생태계별로 산림 복원, 갯벌 복원 등을 정의하고 있지만 어떠한 법률도 자연환경복원에 대한 통일된 개념을 정의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자연환경복원을 밀도 있게 규율하는 법적 장치가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관계법률 및 부처·사업의 지나친 분산과 난립이 생태계 복원의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며 “법률 간 자연환경복원정책을 연결하는 통로도 부재하다”고 짚었다.

또 박 교수는 “자연환경보전법은 절차적 통제만 규정됐을 뿐 실체적 내용에 대한 통제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자연환경보전법상 자연환경복원사업계획의 승인을 받기 위한 요건에 있어 복원 목표나 전문가 활용계획 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기준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이에 박 교수는 “산림·습지·하천 등 생태계의 유기적 연결성을 고려해 통합적인 자연환경복원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자연환경복원의 법적 개념은 자연환경의 외형만을 복원하는데 그치거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닌 생태계의 건전성과 연속성을 회복시키는 것이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범부처 차원의 종합계획 수립은 물론 개별법령 간의 연계성 강화, 부처간 협력적 대응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며 “복원사업 추진에 있어 기본적인 복원의 원칙이나 지침의 명확한 설정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각기 다른 유형의 생태계에 중점을 두고 있는 현행 개별법을 개정하는 것만으로 앞서 제시한 법적 과제를 제대로 풀어내는 것이 가능할지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복원사업 추진에 관한 계획 수립, 복원사업의 시행, 재원 조성 등에 관한 사항을 체계적·종합적으로 규율하기 위한 부처횡단적인 단일법 ‘자연환경복원법(가칭)’을 제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도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 개선을 위한 EU의 자연복원법과 같은 법체계가 필요하다”며 “자연보호와 시민의 건강과 복지를 보장해 쾌적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기후·생물다양성 전략인 그린딜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원식 의원은 “지구를 자연 그대로 보존하거나 복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제적으로도 그 가치가 더 높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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