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재난과 영화 속 환경·기후 위기] 다큐멘터리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전 세계는 폭염, 폭우, 한파, 가뭄, 쓰나미 등 전례 없는 기후 위기에 봉착했다. 이러한 지구 환경 변화는 앞으로 모든 생물이 멸종되는 ‘제6의 대멸종’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환경과 기후 위기를 어떻게 다루었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17회] UHD 환경스페셜2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갈무리

헌 옷수거함에 옷을 버린 경험이 있을까? 누군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버린 차마 못 입은 옷, 버리기 아까운 옷, 샀는데 작아서 못 입는 옷, 텍도 떼지 못한 새 옷까지. 헌옷수거함에는 옷이 오늘도 넘쳐난다. 그 옷들은 어디로 갔을까? 옷이 세탁되어 분명히 어딘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갔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 그 옷들은 전부 ‘무덤’이 됐다. 지구는 거대한 쓰레기 처리장이다. 이제는 그 위에 옷무덤이 쌓이고 있다. 지난 2021년 KBS에서 방송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다큐멘터리는 옷들이 어떻게 지구를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있는지의 실상을 파헤쳐 우리에게 충격을 준다.

지구는 커다란 쓰레기들의 무덤이 되어가고 있는 중

지구는 심각한 기후 위기에 빠졌다. 아름다운 4계절이 뚜렷하던 우리나라는 이제 여름과 겨울만 남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고 있다. 대만은 조만간 아예 겨울이라는 계절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쓰나미, 한파, 우박, 열대야, 가뭄 등 전 세계는 기후 이변으로 수많은 재해를 입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있는 대가다. 인간은 기후 위기를 가지고 오는 온실가스의 주범이다.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등을 포함한 개념이다. 육류를 먹기 위해 사육하는 가축들은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우리가 쓰는 에너지를 위해 필요한 석탄 발전소, 공장 등에서도 엄청난 온실가스가 유발된다. 우리가 운송수단으로 사용하는 자동차의 대기오염도 심각하다. 이처럼 수많은 오염물질이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된다.

일상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미세플라스틱으로 생태계를 뒤덮고 비닐 등의 화합합성물은 수백 년 동안 땅 속에서도 썩지 않고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다. 이제는 원전사고로 인한 핵폐기물 오염수도 바다에 방류되고 있으니 해양생태계 오염에 대해 말해 무엇하랴. 어쩌면 지구는 인간을 포기해야 할 시점에 왔는지도 모른다. 인간이 입는 옷은 또 어떠한가. 옷은 재활용되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안 입는 옷들은 다른 나라에 수출되어 필요한 곳에 쓰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어떨까?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다큐멘터리는 그동안 가졌던 우리들의 순진한 생각을 단번에 깨부순다. 매년 생산되는 옷은 1000억 개. 같은 해 버려지는 옷은 330억 개. 어디서든 클릭 한 번으로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싼 옷들. 한 철 입고 말지 하는 생각으로 구매하는 패스트푸드 같은 의류들로 우리의 지구는 망가지고 있다. 이 옷들은 어디로 갈까? 태평양을 넘어 지구 반대편 대서양으로 흘러간다.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 사는 사람들은 바다를 생업으로 삼고 사는 이들이다. 하지만 물고기를 잡으러 가기 앞서 파도를 따라 흘러오는 옷더미를 건져내는 것이 이들의 일상이 됐다. 고기잡이를 하는데 옷뭉치가 너무 많아 고기잡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 종류의 옷들이 걸려서 배의 모터에 끼어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 옷뭉치들은 이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가 버린 옷들이 바다로 흘러 흘러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까지 오다니. 지구가 하나로 이어졌다는 것을 다시 실감할 수 있다.

 

ⓒ위클리서울/ 픽사베이

사지 않는 생활, 불필요하게 사지 않는 생활이 필요하다

가나의 ‘칸타만토’ 시장은 서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중고시장이다. 이곳에서 주로 거래되는 품목은 바로 ‘헌 옷뭉치’다. 옷이 아니라 옷뭉치. 시장 사람들은 꼼꼼히 비닐로 이중 포장된 옷뭉치를 나른다. 이 물건들은 짐작하다시피 ‘헌 옷’이다. 가나 인구는 3천만 명. 그 인구의 절반인 1500만 개의 옷이 매주 이곳으로 들어온다. 옷은 영국, 미국, 중국, 한국 등에서 온다. 옷은 하나씩 개별로 사는 것이 아니다. 포장된 포대를 킬로그램으로 구매한다. 운이 좋으면 괜찮은 옷을 건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쓰레기와 같은 옷만 사게 된다. 그런데 그런 옷들이 무려 40%에 달한다. 매주 1500만 개의 옷이 오고 그중 600만 개의 옷은 ‘칸타만토 강’ 인근에 쓰레기로 버려진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강 인근은 거대한 옷 무덤이 언덕을 이룬다. 언덕 위에는 소들이 풀 대신 합성섬유 옷들을 뜯어먹으며 배를 채운다. 마치 영화 같은, 이 말도 안 되는 풍경이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주민들은 쓰레기 더미에서 생활하고 쓰레기 더미에서 생업을 이어나간다. 쓰레기를 쌓을 공간이 협소해지면 소각을 한다. 소각하면서 생기는 거대한 양의 대기 오염물질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한국은 헌 옷 세계수출 5위다. 헌옷수거함에서 수거된 옷들은 선별작업을 거쳐 인도, 캄보디아, 필리핀, 가나 등 전 세계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된다. 재활용되니 괜찮은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물건이 많아도 너무 많은 게 문제다. 대량생산하고 옷의 소비 기간이 짧아지고 그에 따라 폐기물의 양도 많아진다.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옷들의 향연. 우리는 사고 사고 또 사고 버리고 또 버린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많은 합성섬유 옷들의 원료는 플라스틱 페트병과 같은 소재로 만들어진다. 옷을 버린다는 것은 플라스틱을 버리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커다란 플라스틱은 수거를 해서 처리할 수 있지만 나노플라스틱으로 분해가 되어버린 플라스틱은 바다로, 강으로 흘러들어 결국 인간에게 다시 돌아온다. 한 사람이 일주일에 먹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신용카드 1개 정도의 분량이라는 연구 결과에서 보듯이 생태계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엮이고 엮이다 결국 가장 최종 먹이사슬인 인간에게 돌아온다.

옷 때문에 생긴 온실가스는 전 세계 선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단가를 줄이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생산하고 그렇게 만들어졌지만 결국 팔리지 않는 옷들의 대부분은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그런데 이렇게 소각하고 매립하는 과정에서 처리비용 때문에 그냥 바다에 버리거나 무단투기하는 나라들이 많다. 그렇게 지구는 점점 거대한 쓰레기처리장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현실에 경각심을 가진 많은 디자이너들이 폐페트병, 방수천, 우산천 등을 이용한 업싸이클 패션 용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많은 소비자들도 이런 좋은 취지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우리 환경에 도움이 될까? 싸구려 합성섬유의 옷을 샀다가 아무 죄책감 없이 버리기를 반복하는 것보단 당연히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현재 입는 옷을 잘 활용해서 오래 입는 것.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골라서 소비하는 옷이 아닌 현명하게 오래오래 나에게 잘 어울리는 기본 아이템으로 구비해서 입는 것. 지구를 위해 더 이상 옷을 사지 않는다는 배우 ‘제인 폰다’처럼은 하기 어렵겠지만 이제 그만 사고 그만 버릴 때다. ‘사지 않는 생활’, 꼭 필요한 물품만 구매하는 ‘미니멀리즘’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구를 구하는 선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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