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세상] 고홍석

[위클리서울=고홍석 기자] 

그물에 노을빛이 
머물고 있습니다.

하고픈 말은 다 풀어내지 못한 지는 해는
그물의 날줄과 씨줄을 엮어
아쉬움의 서정시를 쓰고 있습니다.

 

ⓒ위클리서울/ 고홍석 기자


유럽에서 68 혁명의 열풍이 불 때,
학생 시위자들은
프랑크푸르트 대학 교수로 있던 아도르노의 강의실에 있는 칠판에
“아도르노가 평화롭게 지낸다면 자본주의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적으며

수업을 방해했습니다.
그러나 아도르노의 생각은 달랐다고 합니다.
“행동주의자들이 사유를 공격하지만, 사유를 하려면 필요 이상의 노력을 들여야 한다. 사유는 정말 공들여 해야 한다. 사유야말로 진정한 실천이다.”라고 항변했습니다.
저는 아도르노의 이 항변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우슈비츠 이후에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다."라는 말은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오늘
이 바다 갯벌에서
지는 해는 서정시를 쓰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지는 해는 아도르노의 말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홍석 님은 전북대학교 명예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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