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재난과 영화 속 환경·기후 위기] ‘오블리비언 (Oblivion, 2013)’
전 세계는 폭염, 폭우, 한파, 가뭄, 쓰나미 등 전례 없는 기후 위기에 봉착했다. 이러한 지구 환경 변화는 앞으로 모든 생물이 멸종되는 ‘제6의 대멸종’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환경과 기후 위기를 어떻게 다루었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해볼까 한다.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는 지금 거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 겨울은 잔혹한 한파로, 여름은 끝없는 열기로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 바다는 경계를 넘어 육지를 삼키고, 대지는 마치 오래전 빼앗긴 균형을 되찾으려는 듯 거대한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상 현상은 이제 일상이 되고 있다. 작금의 위기 상황은 인간이 자연을 바라본 방식으로 우리가 만들어온 문명의 역사가 축적된 결과다. 즉 현재의 모습은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대우해왔는가에 대한 질문과 맞닿아 있다.
인간의 역사 속에서 과거 자연은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정복과 개발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지금, 그 선택의 결과가 우리 앞에 남아있다. 영화 ‘오블리비언(Oblivion, 2013)’이 그려낸 하늘은 더 이상 우리가 알던 하늘이 아니다. 하늘은 황량하고, 바다는 사라졌다. 도시의 잔해는 모래 속에 묻혀 있다.
영화가 그려낸 지구는 낯설지만, 어쩌면 우리 미래의 초상일지 모른다. 전쟁과 자원 고갈, 그리고 무분별한 선택이 남긴 폐허 모든 것은 영화 속 허구에 머물지 않는다. 자연은 이제 침묵을 거두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너희는 이 행성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가?”
황폐해진 지구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는 인류
2017년, 지구는 외계 종족 ‘스카브’와의 전쟁으로 초토화됐다. 인류는 핵을 이용해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핵무기 사용으로 인해 지구 환경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바닷물이 메말랐고, 육지는 사막처럼 황폐해졌다.
지구는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되었다. 대부분의 인류는 토성으로 이주했고 일부는 토성의 위성 타이탄과 지구 사이를 중계하는 우주정거장 ‘테트’로 이주했다. 지구에는 소수의 인력만이 남아 바닷물을 채취해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계를 관리하고 있다.
60년이 흐른 2077년, 잭 하퍼(톰 크루즈 분)는 5년 전부터 드론 정찰병으로 지구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의 임무는 단순하다. 드론을 정비하며, 드론 정찰을 통해 스카브 잔당으로부터 에너지원을 만드는 기계를 보호하는 일이다.
그는 타워 49에서 동료 빅토리아(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분)의 도움을 받아 외부를 돌아다니며 무인 드론설비를 보수 정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루할 정도로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다. 그러던 그에게 변화가 찾아온다. 그가 꾸는 반복적인 꿈이 시작이었다.
잭은 매일 밤 엠스테이트 빌딩에 있는 한 여성의 얼굴을 본다. 자신의 지워진 기억에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도무지 그 기억이 생각나지 않는다. 영화의 제목 ‘오블리비언’은 ‘망각’이라는 뜻이다. 잭의 지워진 기억과 망각 사이에서 영화는 전개된다.
어느 날 밤, 수력설비 하나가 스카브의 공격을 받아 폭발해 버리는 사고가 감지된다. 서둘러 해당 장소로 가보는 잭. 그런데 공교롭게도 잭이 출동한 장소는 그동안 잭의 꿈속에서 자주 등장하던 곳이었다. 수상한 신호의 정체는 17 구역이라는 좌표로 안내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알 수는 없지만, 잭은 임무를 수행한 후 자신만의 비밀 아지트에 가서 잠시 숨을 돌린다.
잠깐 잠이 들었는데 또 그 여인이 꿈 속에 보인다. 잠에서 깬 잭은 수상한 비행 물체가 추락하는 광경을 보고 급히 쫓아간다. 추락한 비행선에는 생존자들이 동면 캡슐에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그 안에는 잭의 꿈에 계속 나왔던 여인도 있었다. 잭을 엄호하던 무인 드론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면 캡슐을 무자비하게 파괴하기 시작한다. 잭은 여인이 있는 캡슐을 드론 몰래 빼 낸다.
영혼을 가진 복제인간, 인류를 구하다
캡슐을 열자 여성이 깨어난다. 여인의 이름은 줄리아(올가 쿠릴렌코 분). 줄리아는 60년 동안 동면 상태였다. 그녀는 60년 전 실종된 오디세이호의 실종자였다. 줄리아는 비행기록계만이 원인을 설명할 수 있다며 추락한 우주선의 비행기록계가 필요하다고 잭을 설득한다.
다음날 잭은 줄리아를 태우고 우주선이 추락한 지점에 갔다가 외계인에게 붙잡힌다. 하지만 외계인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은 사실 평범한 인간이었다. 잭은 지하에 숨어 있던 말콤(모건 프리먼 분)을 만나게 된다. 말콤은 드론에 핵무기를 실어 인류가 살고 있는 우주정거장 ‘테트’로 보내 폭발시키려 한다. 잭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었다. 잭은 당연히 거절한다. 말콤은 잭을 풀어주면서 방사능 구역으로 가보라고 한다.
그런데 줄리아는 갑자기 자신이 잭의 부인이라고 말한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잭은 숨겨진 기억을 떠 올린다. 줄리아와의 행복했던 장면들이 조각난 기억 사이로 나타났다. 잭은 말콤과의 만남을 통해 진실과 대면하게 된다. 진실은 잭의 기억 속에 숨겨져 있었다. 지구가 파괴된 진짜 이유, 외계 종족 스카브의 존재,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충격적인 비밀이 연이어 밝혀진다.
사실 외계인과의 전쟁은 없었다. 인류가 전쟁에서 이긴 것도 아니었다. 모두가 조작된 정보였다. 지구와 전쟁을 한 건 외계 종족이 아닌 거대한 외계 인공지능 시스템 ‘테트(TET)’였다. 잭과 빅토리아가 생존한 인류가 살아가고 있다고 믿었던 우주정거장 ‘테트’는 거대한 외계 인공지능 시스템이었던 것. 잭은 자신이 테트가 만든 클론 ‘49’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진실을 다 이해하기도 전, 드론이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잭과 말콤 일당은 반격하지만 말콤은 전투에서 치명상을 입는다. 잭은 비행선을 타고 테트로 향했다. 비행선 안에는 잭이 잊고 있었던 모든 과거가 녹음 파일 안에 들어있었다. 2017년, 지구에서 출발한 오디세이호에는 동면 중이던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이중 잭과 빅토리아가 가장 먼저 깨어났다. 그런데 갑자기 정체불명의 우주선이 나타나 오디세이호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위험을 감지한 잭은 줄리아의 동면 캡슐을 분리해 지구로 보낸다. 잭과 빅토리아는 외계 우주선에 빨려 들어간다. 이후 외계 인공지능 ‘테트’ 시스템에서 잭과 빅토리아는 제2의 잭과 빅토리아로 배양되어 복제인간으로 재탄생됐다. 지금의 타워 49에서 일하는 잭과 빅토리아는 49번째 복제인간이었다. 진실을 깨달은 잭은 마지막 선택을 한다. 테트를 파괴하고, 남은 인류와 지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일이었다.
영화가 그린 황폐한 행성은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길 끝에 놓인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영화 ‘오블리비언’은 인간이 자연과 맺어온 관계의 결말을 암시하는 은유다. 지구를 버리고 다른 행성을 꿈꾸는 지금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영화는, 결국 우리가 지금 이 땅에서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무엇을 회복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