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재난과 영화 속 환경·기후 위기] ‘마이너리 리포트(Minority Report, 2002)’

전 세계는 폭염, 폭우, 한파, 가뭄, 쓰나미 등 전례 없는 기후 위기에 봉착했다. 이러한 지구 환경 변화는 앞으로 모든 생물이 멸종되는 ‘제6의 대멸종’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환경과 기후 위기를 어떻게 다루었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해볼까 한다.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영화는 사람들의 불안한 현실을 조금 더 앞선 미래의 이야기로 치환해서 보여주곤 한다. 마치 미래가 그렇게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듯, 과거의 상상이 그대로 실현되기도 한다. 기술의 발전이 그렇다.

백 년 전 지금의 첨단 기술을 예견하던 영화처럼, 실제로 우리는 그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예견이 늘 반가운 것은 아니다. 미국 극작가 필립 K. 딕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2002)’는 기술과 제도가 인간을 지켜주는 동시에 위협이 되는 미래 사회를 그린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이 작품은 ‘예견된 재앙’이라는 설정을 통해, 편리함을 좇아온 기술 문명이 이제는 우리의 삶 전체를 위협하는 현실로 되돌아오는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지구 평균 기온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산업화 이전보다 이미 약 1.5 °C 상승한 상태다.

영화 ‘마이너리 리포트’ 스틸컷 ⓒ위클리서울/네이버영화
영화 ‘마이너리 리포트’ 스틸컷 ⓒ위클리서울/네이버영화

앞으로 각국에서 탄소 배출을 극적으로 줄이지 못한다면, 향후 30여 년 안에 인류는 추가로 1.5 °C 더 뜨거워진 지구를 경험할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곤충의 약 6%, 식물의 8%가 멸종 위기에 처하고, 인류 역시 불 보듯 뻔한 종말의 위협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범죄를 사전에 예견하고 차단하는 미래 사회를 그린 것처럼, 지구의 종말 또한 미리 막을 수는 없는 것일까.

유전자처럼 인간도 미리 솎아내는 시스템

서기 2054년, 워싱턴 D.C. 프리크라임 본부. 이곳에서는 범죄를 미리 예방하는 첨단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프리크라임(Precrime)’이라고 불리는 이 제도는 강력 범죄를 사전에 예견하고, 이를 근거로 아직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을 미리 체포하는 방식이다.

마치 아직 발병하지 않은 질병을 유전자 검사로 찾아내 미리 제거하는 전략과도 같다. 한마디로 나쁜 유전자를 미리 솎아내는 작업이다. 그런데 이것을 인간에게 적용한다면 어떨까? 나는 아직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단지 그렇게 할 것이라고 예측된다는 이유로 범죄자가 된다면 과연 옳은 일일까?

당연히 많은 사회적 논란이 있었겠지만, 실제로 살인율이 사실상 0%에 수렴하게 되면서 이 제도는 ‘완벽한 치안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얻게 된다. 주인공 존 앤더튼(톰 크루즈 분)은 프리크라임 팀의 책임자로 누구보다 제도를 신뢰하며 임무에 매진한다.

영화 ‘마이너리 리포트’ 스틸컷 ⓒ위클리서울/네이버영화
영화 ‘마이너리 리포트’ 스틸컷 ⓒ위클리서울/네이버영화

그러던 어느 날, 예지자들이 예견한 살인 장면 속 범인이 바로 자신임을 알게 된다. 그는 36시간 뒤 살인을 저지를 예정인 ‘예비 살인자’였다. 졸지에 도망자가 되어버린 존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도주하면서, 미래를 예견하는 예지자 중 한 명인 아가사(사만다 모튼 분)를 데리고 나온다.

아가사는 프리크라임 제도의 핵심인 ‘예지자(Precog)’ 중 한 명으로, 그들의 존재 덕분에 본부는 사전에 범죄자를 색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가사를 포함한 세 명의 예언자들은 서로 뇌파가 연결된 장치를 통해 3차원 영상으로 미래의 장면을 구현한다. 수조 속에서 그들이 비명을 지르며 교신하는 장면은 기괴하면서도 씁쓸한 느낌을 남긴다.

이 영화가 개봉한 시점이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이었으니, 당시 관객들이 받은 충격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컸을 것이다. 존은 도망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려 한다. 그리고 아가사를 통해 프리크라임 제도의 허점을 알게 된다. 사실 이들의 예지는 완벽하지 않았다. 세 명의 예언이 언제나 일치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명이 다른 결과를 예견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영화의 제목인 ‘마이너리 리포트(Minority Report)’, 즉 ‘소수 보고서’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예언이 일치하지 않아도 프리크라임 센터는 해당 인물을 미리 체포했다. 다수의 안전을 위해 소수의 인권을 희생시키는 방식, 그것이 바로 이 제도의 본질이었다.

미래를 예언한 70여 년 전 원작

영화는 지금의 현실을 그대로 복사한 듯 미래를 보여준다.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달라지는 홀로그램 광고판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리즘에 의해 콘텐츠를 추천받고, 검색했던 상품 광고가 끊임없이 따라붙는 현실과 겹쳐 보인다.

존이 손짓으로 화면을 조작해 공중에서 데이터를 검색하는 장면은, 현대의 멀티 터치스크린과 모션 센싱 장치로 구현된 인터페이스를 떠올리게 한다. 눈동자를 스캔해 신분을 확인하는 장면은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안면 인식 기술이 일상이 되었다.

영화 ‘마이너리 리포트’ 스틸컷 ⓒ위클리서울/네이버영화
영화 ‘마이너리 리포트’ 스틸컷 ⓒ위클리서울/네이버영화

자율주행도 마찬가지다. 영화 속에서 차량이 스스로 운행하거나 원격으로 제어되는 장면은, 오늘날 상업화 단계에 들어선 자율주행 기술과 운전 보조 기능들을 연상시킨다. 존을 추적하는 감시 드론이나 실내 감시 로봇 또한 이미 현실에서 군사용·감시용으로 활용되고 있다.불과 수십 년 전 이런 미래를 상상해 낸 70여 년 전 필립 K. 딕 작가와 이를 영상으로 구현해 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재능은 놀랍기만 하다.

감독도, 작가도 묻는다. 미래를 예견하고 사전에 차단하면 정말 그 미래는 오지 않는 것일까? 미래는 과연 바꿀 수 없는 것일까? 내가 아직 저지르지도 않은 죄로 처벌받는 일이 정당한가?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겉으로는 범죄 스릴러와 SF 액션의 형식을 띠지만, 실제로는 인간 사회의 불안과 위기를 정면으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특히 범죄를 예언하고 막는 시스템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기후 위기와 놀랍도록 닮아 있다. 과학자들은 이미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5 °C 상승했다고 경고하며, 앞으로 더 심각한 재난이 닥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마치 영화 속 예지자들이 미래의 범죄를 화면으로 보여주듯, 과학자들의 데이터와 모델은 우리에게 지구의 미래를 경고하고 있다.

존이 체제 안에서 맹목적으로 시스템을 신뢰하다가, 허점을 발견하고 스스로의 선택으로 운명을 바꾸려 한 과정 또한 오늘날 우리가 처한 상황과 겹쳐 보인다. 과학자들의 경고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성장과 편리를 앞세우며 해야 할 선택과 행동을 피해왔다. 하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지구 온도가 오르고 있는 지금, 과학자들은 이제는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존의 선택처럼 이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미 다가온 경고를 외면하고 계속 도망친다면 우리에게 기회는 없다. 기후 위기의 경고를 믿지 않거나 외면한다면, 예견된 재앙은 현실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작은 선택과 변화가 모이면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20여 년 전 영화지만 이미 경고된 미래 앞에서, 우리가 외면할 것인지 아니면 행동할 것인지 영화는 여전히 묻고 있다. 그리고 아직은 존처럼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선택의 시간이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다고 믿고 싶다.

영화 ‘마이너리 리포트’ 포스터 ⓒ위클리서울/네이버영화
영화 ‘마이너리 리포트’ 포스터 ⓒ위클리서울/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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