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재난과 영화 속 환경·기후 위기] 돈 룩 업(Don’t Look Up, 2021)
전 세계는 폭염, 폭우, 한파, 가뭄, 쓰나미 등 전례 없는 기후 위기에 봉착했다. 이러한 지구 환경 변화는 앞으로 모든 생물이 멸종되는 ‘제6의 대멸종’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환경과 기후 위기를 어떻게 다루었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해볼까 한다.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위를 쳐다보지 마! (Don’t Look Up)”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려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막는 사람들. 영화 속에는 진실을 외면하고, 선동하며, 눈을 가리는 이들이 있다.
사실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일어나는 일이기에, 이러한 풍경은 낯설지 않다. 지난 2021년 개봉한 아담 멕케이 감독의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은 표면적으로 혜성 충돌을 다룬 재난 영화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현대 사회의 기후 위기를 부정하고, 지구의 환경이 무차별적으로 훼손되고 있는데도,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무관심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숨겨져 있다.
영화 속 과학자들은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을 발견하고 경고를 하지만 정치인들은 사람들을 표로 환산할 궁리만 한다. 각종 미디어는 자극적인 이슈에만 반응하고, 대중은 지구에 대해 관심이 없다. 이러한 설정은 과학자들과 환경 운동가들이 수십 년간 지구의 기후 변화에 대해 경고하며 지구 환경 개선을 촉구해 왔지만 무관심하게 흘러온 지금의 현실과 매우 흡사하다.
영화는 직접적으로 기후나 온실가스, 탄소 배출과 같은 단어를 쓰지 않지만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늦장 대응, 시스템적 무능이 어떻게 현재의 지구 파멸로 이어지는지를, 블랙 코미디의 형식을 빌려 허탈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거대한 혜성, 지구와 충돌하기 6개월 14일 전
에베레스트 크기의 거대한 혜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 지구와 충돌하기까지 단 6개월 남았다. 이를 발견한 건 미국의 한 대학교 천문학과 대학원생인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분)와 천문학자 랜들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 박사다. 이들은 처음에는 새로운 혜성 발견에 기뻐 축배까지 들었지만, 이내 이 혜성이 태양계 궤도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한다. 혜성의 크기와 속도를 계산해 보니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이 새로운 혜성은 지구를 멸망시킬 정도의 엄청난 크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산이 틀렸나 하고 몇 번을 다시 반복해 봐도 결과는 같았다. 케이트는 “정확히 6개월 14일 후 지구와 충돌한다”라고 민디 박사에게 말한다. 민디 박사는 즉각적인 대처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다. 지구 방위합동본부장인 오글 소프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나사와 긴급 협의해 방법을 모색하기로 한다. 민디 박사와 케이트는 백악관에 초청되어 대통령에게도 이 사실을 알린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이와 같은 긴급함은 아는지 모르는지 생일 축하 파티와 기타 잡무들을 우선시하고, 민디 일행을 계속 기다리게 한다. 심지어 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대통령 비서실장은 늦었으니 내일 다시 오라고 한다.
드디어 다음 날, 대통령 올리언(메릴 스트립 분)과 만난 두 사람. 민디 박사는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면 거대한 쓰나미가 밀려올 것이고, 이는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0억 배 넘는 위력을 가질 것”이라며 열변을 토한다. 그러나 빨간색의 정열적인 투피스를 입고 빨간 안경테를 착용한 금발의 대통령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 듣고도 “누가 봐도 미친 소리잖아요”라며 웃어 넘긴다. 아니, 이게 웃을 일인가. 황당한 두 사람. 하지만 더 황당한 일들은 계속 이어진다.
대통령은 참모에게 선거가 언제냐고 묻는다. 3주 후에 대통령 중간 선거가 잡혀있다. 이제 곧 선거인데 지구가 멸망한다는 혜성을 대중들에게 발표하라는 건 선거에는 그야말로 재앙임이 틀림없다. 민디 박사는 “0.02%의 확률로 안 일어날 수도 있지만 거의 100%에 가깝다”라며 대통령을 설득하려 하지만, 대통령은 99.78%가 아닌 0.02%에 더 가능성을 둔다. 그리고는 곁눈질을 하며 민디 박사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보다 더 명문대학을 통해 다시 알아보라고 지시를 내린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사이, 지구는 멸망하다
민디 박사 일행은 대통령의 부정적인 태도를 보고 여론에 호소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정말 진실을 전하면 반드시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을까? 하지만 불편한 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방송국 관계자들은 케이트가 나간 부분의 시청률이 높았다며 케이트를 이용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한다. 대중들은 케이트의 이 화면을 SNS상에서 ‘밈’으로 만들어 조롱하며, 심지어 조울증 환자로 치부한다.
언론은 이 기가 막힌 사실을 가십거리로 전락시킨다. 진실을 말하지만 아무도 듣지도, 믿지도 않는다. 한편 글로벌 IT 기업 ‘배쉬’의 CEO 피터(마크 라이언스 분)는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혜성을 기업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생각하고, 이를 이용하고자 한다. 그는 자사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스마트폰을 세상에 공개하며 자신의 기술이 인류의 미래를 이끌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대통령과 손을 잡고 혜성이 지구에 없는 자원을 채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선동하며 대중들을 호도한다.
사람들은 베쉬의 첨단 기술이 지구를, 그리고 자신을 구할 것이라고 믿는다. 인류는 어떻게든 해답을 찾는다. 길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이들은 결국 해답을 찾아냈다. 대통령과 피터는 지구로 날아오는 혜성을 로켓으로 격추시키면 지구와 충돌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계획을 세우고 바로 실행한다.
드디어 디데이, 로켓 발사 날.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로켓이 일제히 혜성을 향해 날아오르는데, 그런데 갑자기 배쉬의 CEO 피터가 대통령에게 잠깐 보자고 청한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피터는 대통령에게 혜성 속에 희귀 광물이 많이 잠재해 있다고 보고한다. 이를 셈하면 약 140조 달러, 한화로 약 18경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라는 것이다. 혜성이 지구에 다가오면 일부를 타격해 우주에서 작은 암석으로 쪼개고 지구에 떨어지게 하면 된다는 설명도 이어진다.
이에 욕심이 생긴 대통령은 로켓 회수 명령을 내린다. 로켓 발사가 실패한 후 지구는 어떻게 될까? 선거철이 임박하자, 대통령은 외친다. “돈룩 업! 하늘을 보지 마세요! 우리는 더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관중들은 환호하고 자신의 눈과 귀를 스스로 가린다. 민디 박사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조용히 지구 멸망 최후의 날을 맞이한다.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눠 먹고, 웃고 또 슬퍼하며 그날을 맞는다. 막상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려 하자 대통령과 기업인, 부자들은 자기 목숨을 챙기기에 급급하다. 이들은 우주선을 이용해 지구를 떠난다. 사람들은 연예인과 가십에 흥분하고, 정치인은 지지율에만 급급하고, 기업인은 자신의 이익에만 몰두한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 느낌은, 이러한 일이 비단 영화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늘만 보면 혜성이 날아오는 것이 보이는데 이들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지 않는다. 그리고 보지 말라는 선동에 더욱 귀를 기울인다. 한 마디로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고 숨바꼭질을 하는 아이처럼, 얕은꾀로 남을 속이려는 ‘눈 가리고 아웅’의 상황이다. 한심해 보이지만 지금 우리 현실에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당장 눈앞에 닥친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라는 거대한 혜성 앞에서는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진실을 보려고 하지 않고,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영화 속 혜성처럼 되돌릴 수 없는 재앙으로 우리는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