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영화 톺아보기] ‘파수꾼’

 

영화 ‘파수꾼’ 포스터

‘2011년 올해의 발견’, ‘가장 빛나는 데뷔작’이라 주목받던 영화가 있다.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수상, 제40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내역이 있다. 화려할 것 없는 그 시절을 긴장감 넘치는 감정복선으로 탄생시킨 영화 ‘파수꾼’(2011년 개봉)이다.

한 소년이 죽었다. 평소 아들에게 무심했던 소년의 아버지(조성하)는 아들의 갑작스런 공백에 매우 혼란스러워한다. 뒤늦은 죄책감과 무력함에 아들 기태(이제훈)의 죽음을 뒤쫓기 시작한다. 아들의 책상 서랍 안,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던 사진 속에는 동윤(서준영)과 희준(박정민)이 있다. 하지만 학교를 찾아가 겨우 알아낸 사실은 한 아이는 전학을 갔고 한 아이는 장례식장에 오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천진하고 순수했던 그 시절, 미성숙한 소통의 오해가 불러일으킨 비극적 파국. 독단적 우정이 가져온 폭력과 그 상처의 전염은 우리를 아프고 충격적인 결말로 이끌어간다.

기태, 동윤, 희준 세 남자 고등학생들의 묘한 감정복선으로 흘러간다. 의미심장한 말과 의미심장한 눈빛. 많은 걸 설명하지 않는다. 기태의 죽음도, 그들의 관계도. 대부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한다. 때문에 특별히 부딪히는 장면이 없어도 묘한 긴장감은 영화 끝까지 남는다. 영화가 끝난 뒤에 다소 찝찝한 느낌이 있을 것이다. 시원시원한 전개도 아니고, 마무리도 깔끔하지 못하다. 작품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스토리 특성을 말하는 것이다. 영화 ‘버닝’을 봤을 때 이런 묘한 감정이 들었다. 왜 사건에 대한 설명을 해주지 않는 걸까, 왜 말을 하다가 아끼는 것일까, 등장인물들은 왜 저리 답답하게만 구는 것일까.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 내용에 대해 곱씹는 재미가 생긴다. 그들의 묘한 감정복선을 관객 나름대로 해석해보는 것이다.

 

영화 ‘파수꾼’ 스틸컷
영화 ‘파수꾼’ 스틸컷
영화 ‘파수꾼’ 스틸컷

때문에 영화에선 배우들의 연기력이 매우 중요했다. 적절한 캐스팅이었다. 잘생긴 외모로 주목을 받았다가 연기력까지 인정받는 이제훈은 기태 역을 맡았다. 역시나 이번 영화에서도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였다. 영화 스토리를 끌고 가는 중요한 역이었기에 부담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세심한 부분까지 잘 묘사해서 연기했다. 희준 역을 맡은 박정민. 실력 있는 연기파 배우답게 희준을 완벽히 흡수했다. 답답하고 소심해 보일 수 있는 강한 캐릭터지만 그 안에 담긴 분노와 슬픔, 다양한 감정까지 잘 표현했다. 굉장히 사실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동윤 역을 맡은 서준영은 아역배우 출신답게 풋풋한 고등학생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흔히 성장드라마에 나올 법한 캐릭터였지만 이제훈과 박정민의 연기에 잘 맞춰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연기했다.

약 5000만원의 제작비가 들었다지만 그 이상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감독 윤성현은 단편 ‘고백 한잔’, ‘아이들’로 국내외 여러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인권프로젝트 다섯 편의 옴니버스 영화인 ‘시선 너머’중 한 편과 ‘파수꾼’을 동시에 선보였다. 그의 첫 장편 영화였던 ‘파수꾼’으로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상, 제 32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제 12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감독상 등을 수상했다. 특유 섬세한 표현과 탄탄한 연출력이 한국 영화계에 밝은 미래를 보여준다. 앞으로도 더 많은 작품이 기대되는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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