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톺아보기] ‘길버트 그레이프’(1994)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 포스터 ⓒ위클리서울

[위클리서울=정다은 기자]  사람냄새가 가득한 영화 한 편 소개해보려 한다. 이 영화를 보면 세 가지 키워드가 떠오른다. 가족, 자유 그리고 삶. 가장 가까이 있고, 항상 생각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세 단어. 이 영화를 보며 세 단어에 대해 또다시 한 번 되짚어 보게 된다.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1994)다.

작은 시골마을 엔도라에 사는 길버트 그레이프(조니 뎁). 평범하지 않은 가족들을 돌보며 산다. 집안의 가장인 그에게는 자살한 아버지 때문에 충격으로 초고도 비만이 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어머니(다렌 케이츠), 누나 에이미(로라 해링턴)와 반항적인 여동생 엘렌(메리 케이트 쉘하트), 그리고 지적장애인 동생 어니(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있다. 틈만 나면 높은 곳에 올라가 골칫거리인 어니는 길버트의 말은 잘 따른다. 길버트 역시 그런 어니를 잘 돌본다.

어느 날 캠핑카를 타고 여행 중인 베키(줄리엣 루이스)가 고장 난 차 때문에 엔도라에 잠시 머무른다. 우연히 가스탱크에 올라가 있는 어니를 따뜻하게 대하는 길버트를 보고 그의 순수한 마음에 호감을 느끼는 베키. 답답한 일상에 지친 길버트도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베키에게 끌리게 된다.

뛰어난 연기 실력은 물론 팔색조의 매력을 가진 조니 뎁. 그의 젊은 시절 연기를 볼 수 있어서 감회가 남달랐다. 최근엔 판타지, 코미디 장르의 영화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캐릭터도 강했다. 그래서인지 다소 정적이고 평범한 분위기의 길버트를 연기한 걸 보니 색달랐다. 그때 당시 조니 뎁의 풋풋한 외모와 아주 잘 어울린다. 겉으론 감정 변화가 크게 없어 보이지만 내적으로 자유에 대해 갈망하는 길버트를 아주 잘 연기했다.

연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당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적장애인인 어니를 완전히 흡수했다. 당시 그가 연기하는 어니의 모습은 우습다기보단 오히려 영화를 더 슬프게 한다는 평까지 나왔다. 뛰어난 외모 때문에 연기 실력이 묻혀 일부러 살도 찌우고 외모를 망가뜨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외모, 실력 모두 갖춘 디카프리오. 이 영화에서 그의 연기력을 똑똑히 보여준다.

 

‘길버트 그레이프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 스틸컷 ⓒ위클리서울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 스틸컷 ⓒ위클리서울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 스틸컷 ⓒ위클리서울

영화에 포인트는 이 두 배우도 있지만 스토리에도 있다. 첫 번째론 가족과의 갈등이다. 아프고 힘들어하는 엄마를 대신해 가장인 길버트와 누나 에이미는 일도 하고 동생들을 돌본다. 이런 상황이 힘들어 도망도 가보려하지만 결국엔 다시 돌아온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여기서 느껴진다. 가족은 가깝고 당연하게 느껴지기에 쉽게 상처를 주게 된다. 그래도 용서하고 이해하는 건 가족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자유와 삶이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길버트에게 찾아온 자유로운 영혼 베키. 그를 통해 길버트는 더욱더 자유를 갈망한다. 그가 평생을 살아온 동네 엔도라를 떠나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았지만 한 번의 시도 끝에 포기한다. 그에겐 돌봐야할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버리고 돌아설 수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엄마였다. 아빠에 대한 기억을 버리지 못하고 집에 눌러앉아 버린 엄마. 결국 엄마가 아빠에게 돌아가고 길버트는 어니, 베키와 함께 떠난다. 여기서 어니에게도 주목할 만하다. 끊임없이 나무와 높은 굴뚝에 올라가는 모습. 그 역시 자유에 대해 갈망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약 27년이 지난 영화지만 지금 봐도 참 따뜻하고 대단한 영화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보여주는 희로애락이 보는 관중들로 하여금 가슴 뛰게 한다. 두 배우의 연기 실력, 따뜻한 스토리, 또 마을의 정겨운 풍경까지 마치 다가오는 봄을 연상케 하는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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