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정약용
정약용

[위클리서울=박석무] 오랜 유배생활로 옆에 두고 자식들을 가르칠 수 없던 다산은 유배지에서 간절하고 교훈적인 편지를 수없이 아들들에게 보냈습니다. 보통의 편지를 통해서도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고 학문의 길도 말해주었지만 특별히 「가계(家誡)」라는 제목, 즉 집안의 부형이 자제들에게 내려주는 교훈적인 글을 정성을 다해 인편에 보내주었습니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는 그 전문이 한글로 번역되어 실려 있어서 많은 독자들이 그 글에 감동하면서 즐겨 읽는 내용이 되었습니다. 

「또 두 아들에게 보여주는 가계(又示二子家誡)」라는 제목의 글을 읽다 보니 혼자 읽기에는 너무 아쉬워 많은 분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습니다. ‘우리 인간의 본분(吾人本分)’, 인간이라면 본질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면서 다산은 최소한 두 가지 일에는 반드시 실천해야지 그냥저냥 허둥지둥 시간이나 보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첫째 선비들의 심사(心事)는 광풍제월(光風霽月)과 같이 털끝만큼의 가리는 곳이 없어야 한다.”라고 말하고는 무릇 하늘에 부끄럽고 사람에게 부끄러운 일을 전혀 범하지 않으면 자연히 마음이 넓어지고 몸이 윤택해져 호연지기(浩然之氣)가 있게 된다면서, 포목 몇 자, 동전 몇 잎 때문에 잠깐이라도 양심을 저버리는 일이 있으면 호연지기가 없어져 버린다는 경고의 말을 했습니다. 마음에 가리는 일, 양심을 저버리는 일이 없는 사람만이 인간이라면 가장 높은 인격의 경지인 호연지기를 지니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말을 삼가지 않으면 안 된다(口業不可不愼). 전체가 모두 완전하더라도 구멍 하나가 새면 이는 바로 깨진 옹기그릇일 뿐이요, 백 마디가 모두 신뢰할만하더라도 한 마디의 거짓이 있다면 이건 바로 도깨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하여 말을 신중하게는 일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말을 과장하여 떠벌리는 사람은 일반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 법이라고 했습니다. 

 

박석무
박석무

그렇습니다. 사람이란 마음가짐이 올바르고 정당하여 가슴을 열어젖히고 속을 들여다보아도 가리는 것이나 감춰둔 것이 없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요. 오늘날의 말로 ‘흑심’이 없어야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맑고 환한 달처럼 모두에게 속살까지 보이게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구업(口業)’, 입을 통한 일이니 바로 말이나 말씨, 언어를 말한다고 여기면 됩니다. 구업을 신중하게 하는 일, 그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옛사람들이라고 말을 신중하게 할 때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점잖은 사람들이 많을 때에는 그렇게 우리를 슬프게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정치하는 사람들, 이 나라의 지도급 인사들이 근래에 토해내는 허황된 말들은 참으로 우리들을 실망하게 만듭니다. 

정치적 반대파란 적(敵)이 아닙니다. 전쟁에서는 적은 죽여야만 끝나는 것인데, 정치적 반대파란 죽여야 끝나는 사람이 아닙니다. 정치에서는 반대파는 경쟁자, 즉 라이벌입니다. 서로 경쟁하여 이기는 쪽이 집권하고 지는 쪽은 야당이 됩니다. 야당은 반대파를 적으로 보고 차마 들을 수 없는 온갖 막말을 토해내고 여당도 크게 다르지 않게 막말로 응수하는 경우가 있으니 세상이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다산의 교훈대로 심사와 구업이 공명정대하고 극히 신중할 때에만 세상이 조용해진다는 것을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