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여성, 결혼을 말하는 순간 무시와 모욕⋅사직 강요 등 가시밭길 터널”
“직장여성, 결혼을 말하는 순간 무시와 모욕⋅사직 강요 등 가시밭길 터널”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9.1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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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2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과거의 직장 갑질은 어땠는지.

▲ 1970년, 1980년대의 직장 갑질은 상사가 마음에 안 들면 물건을 집어 던지고 술자리에서 폭탄주 만들어 먹이는 일들이 일상화된 직장문화였다. 당시에는 이런 일을 별문제로 여기지 않았고, 당연하게 생각했었는데 2020년 현재는 과거의 봉건적인 조직문화에서 적응하기 힘들다고 느낀 사람들이 급증했다.

그동안 문화가 바뀌고 시대가 그만큼 변했다. 국민의식 수준도 높아졌고 민주화 시대의 시민 눈높이도 급변했기 때문에 변화는 불가피하다. 노동부도 이런 변화에 같이 적응하고 따라가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관료조직 문화 특성상 속도와 인식의 차이가 커서 느리고 답답하다. 오히려 노동부가 코로나바이러스로 해고 대란을 앞둔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직장 갑질과 노동문제 등에 한발 앞서 해결의 선봉장이 되어야 한다.

 

- 시대는 앞서가는데 관료와 사회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 괴롭힘과 갑질 부분에서 말하면, 시대가 이제 많이 변했다는 것을 빨리 인지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 나 역시도 15년 전에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처음 아르바이트할 당시만 해도 물건을 집어 던지고, 잡일을 시키는 일들이 일상적이었다.

지금은 이런 게 용납되지 않는 시대다. 한국 사회가 갖고 있었던 가부장적 문화, 집단적, 군사적 문화가 고착됐던 것들이 하나씩 무너지고 있다. 무너지고 있다면 자신을 위해서 빨리 벗어 던져야 한다.

그래도 아직도 그런 의식을 가진 세대들이 버티고 있고 ‘요즘 젊은것들은 참을성이 없다’거나 ‘대한민국에서 기업 해 먹기 힘들다’는 등으로 일관하는 계층이 남아 있다. 이것은 급변하고 있는 시대 흐름에 맞춰가는 게 아니다.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기본예의로 본다.

 

- ‘광화문 촛불’이 ‘괴롭힘 금지법’을 탄생시킨 원동력이 됐는데.

▲ ‘괴롭힘 금지법’ 입법 시도는 꽤 오래됐다. 2013년 국회에서 몇 차례 시도되기도 했다. 문제는 입법자들이 항상 하는 말이 ‘사회적 공감대 부족’을 이유를 들어 법 시행이나 통과를 미온적으로 해왔다.

그러다가 광화문 촛불 영향으로 볼 수 있는 2017년 광장에서 민주주의 기치를 들고 공정사회를 외치며 나섰던 시민들 태반이 직장이었다. 이들의 상황을 봤을 때, 그 당시 정치도 엉망이었지만 가장 비민주적이고 가장 봉건적이고 폐쇄적인 곳인 직장이었다.

그동안 직장 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수십 년간 억눌려 있었다가 ‘촛불’이 타오르면서 폭발했다. 촛불은 기대감과 자부심을 주었다. 정권이 바뀌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직장인들은 그동안 말 한마디 못하고 있었는데, 광장에 나와서 이야기하고 폭로하는 상황이 열린 것이다.

 

- 그런데도 재벌 갑질이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다.

▲ 지난번 한림성심병원 간호사에게 선정적인 장기자랑을 시키는 등 일련의 사건들을 비롯해 곳곳에서 통상적으로 일어났던 일들이 터졌다. ‘광화문 촛불’ 이후에 ‘이것은 말도 안 돼!’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뭉쳤고,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직장갑질119나 사회적 기관들이 다양한 노력을 했다.

이런 것들이 2017년 말부터 시너지효과를 내면서 2018년 중반까지 우리 사회 직장 갑질이라고 하는 사회적 문제들을 드러낸 사건들이 있었다. 그 와중에 결은 다르지만, 2018년 10월에 양진호 회장의 직원 폭행 등 갑질 논란들이 들춰지면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요인들이 겹치면서 정부와 국회 입법기관을 압박했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2018년 12월 27일 국회 법사위를 거쳐 28일 통과됐고, 시행은 2019년 7월에 이뤄졌다.

 

- 경제계의 반응은 없었나.

▲ 이 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노-예스’로 과감하게 선을 긋거나 크게 반대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왜냐면 사회적으로 드러난 일부 재벌회사의 갑질 문제들로 인해 국민이 보기에도 말도 안 되고,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갑질과 괴롭힘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총 같은 경제단체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면, 동조자로 몰릴 우려를 하지 않았나 싶다. 당시 국민 여론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다.

 

- 법 통과에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

▲ 이 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던 때가 8, 9월이었고, 이후에 당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법사위 의원들이 처음에는 법 통과를 막았었다. 법 저지를 위해 제 2소위(小委)로 끌고 와서 논의 안에 붙이거나 해서 소위 ‘법의 무덤’이라 불리는 곳에서 발목이 잡히면 끝내 통과되지 못했다.

일부 국회의원과 소위의 힘에 밀려 묻혀버리는 일이 많았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도 그럴 뻔했다. 법 개념이 모호하고 혼란을 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논의를 거부했고, 그런 기류 속에서 우리도 법안 통과가 어렵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런 와중에 당시 양진호 회장의 갑질이 10월30일에 마지막으로 공개되면서, 다시 한번 사회적 공분을 샀고 국민 여론도 안 좋은 분위기로 가면서, 국회도 법안 통과를 계속 미룰 수만 없게 됐다. 물론 이 법에 대해 마음에 안들어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경제단체들이나 일부 극우세력, 정당, 언론이 그에 대한 위기의식이 전혀 없다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의 여론과 시대적 파도가 너무 컸기 때문에 막지는 못했다. 여기에 정부의 의지도 크게 작용했다.

 

- 보완 법이 만들어지면 국회 통과가 가능할까.

▲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됐고, 그 한계도 드러났다. 지금은 일단 집은 지어 놓았는데, 창문이나 문도 없어 바람이 들어오는 상태로 비유할 수 있다.

이제 리모델링 할 때다. 시기를 놓치면 또 유야무야(有耶無耶)로 끝날 수도 있고, 법은 법인데 ‘무늬만 법’인 채로 작동하지 않는 법이 될 수도 있다. 올해가 법 개정 ‘골든 타임’이라 본다. 무엇보다 국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국민의힘’(구 미래통합당)이나 정의당 등 각 당의 국회의원들이 발안한 법만 9개나 된다. 이런 흐름이면 일정 부분 개정될 것으로 본다. 다만 어떻게 의미 있게 개정하고, 중지를 모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국회 논의가 언제 어떻게 시작될지도 관건이다.

만약 올 하반기에 국정 문제를 놓고 여야가 강경대치 국면으로 돌아설 경우, 논의가 지지부진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법 개정 통과를 낙관한다. 단, 법 개정이 되고 안 되는 건 의원들의 인식에 달렸다. 사안의 시급성을 깊게 파악해 다양한 중지를 모으고 개정 작업을 준비해야 한다.

 

- 갑질 유형 중 가장 많은 부문을 든다면.

▲ 임금체불이다. 또 휴가 수당이나 퇴직금을 안 주거나 월급을 늦게 준다거나 적게 준다는 등 갑질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것은 법률상 괴롭힘은 아니다. 갑질과 괴롭힘은 다르다. 갑질로서는 임금 관련 괴롭힘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법률적 문제로는 폭언, 폭행, 모욕적인 말을 하는 일이 있다. 고졸 출신이라는 학력 비하나 명예훼손도 많다.

 

- 모성보호법이 있지만, 직장여성 출산휴가도 쉽지 않고 아이 낳기는 더 힘든 사회다.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많은데.

▲ 통계청 자료를 보면, 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92로 나왔다. 우리 사회에서 직장에 다니는 여성과 남성 모두 출산,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는 것은 어렵다. 특히 직장여성이 첫 번째 출산휴가를 가면, 눈치를 살살 보면서 다녀야 하고, 둘째 아이를 낳으려면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여성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 정기휴가, 유산, 사산, 난임 휴가 등 모성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은 많이 있다. 이를 지키지 않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작동하지 않는 게 큰 문제다.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거부하면 500만 원 과태료 부과를 할 수 있지만, 실제로 과태료를 맞는 일은 극소수다. 법이 작동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사업주를 미워서 하는 말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잘못된 제도나 관습에 대해 ‘경종의 시그널’을 계속 보여주어야 한다.

 

- 기득권층 ‘면죄부 반복’과 ‘경종 없는 사회’가 고착돼 갑질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 법 작동이 잘 안 되니까, 사업주들이 오히려 ‘벌금 안 내도 되겠네’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들이 나쁘고 착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 육아휴직으로 회사를 비우면, 그 공백을 다른 사람이 대신해야 하는데, 그러면 새로 사람을 뽑아야 하고 직장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육아휴직이 끝나면 다시 자리로 돌아올 사람을 준비해야 하는 과정 등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이런 과정들을 사업주들이 감내하고 당연히 받아들이도록 만들려면, 제도나 법이 확고하게 작동할 필요가 있다.

그게 너무 말로만 하다 보니 ‘뭣 하러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는 그릇된 관념까지 갖게 만든다. 이런 것들이 오랫동안 반복되고 쌓여 고착되면서 대한민국이 OECD 출산율 최저 국가라는 불명예를 얻게 된 원인이 됐다.

개인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할 문제가 아니라, 낳으려면 마음 편하게 낳을 수 있고, 낳으면 뭔가 더 좋아지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출산하려면 회사를 그만둘 생각까지 하고,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사직해야 하는 악순환은 비극이다.

 

- 서구 사회의 근로계약은 호혜적 평등 관계지만, 우리 사회는 일방적 불평등 관계다. 이런 불공정한 인식이 고착된 이유를 무엇이라 보는가.

▲ 갑질과 괴롭힘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요인 중 하나가 근로계약 관계다. 근로계약이라는 것은 노사가 평등하게 ‘나는 이런 것을 제공할 테니, 당신은 이 일을 해라’고 상호 간에 법적인 계약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 사업주는 근로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를 마치 자신의 사적인 재산으로 취급하는 등 매우 전근대적인 의식을 가진 문화가 팽배해 있다. 이런 요소들이 갑질을 반복해서 만들어 낸다. 노동문제와 함께 갑질-괴롭힘은 서로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임금문제와 괴롭힘은 서로 맞물려 있다.

결국은 사업주의 의식을 바꿔나가야 하는데, 이것을 바꿔가려면 무엇보다 노동자들이 서로 모이고 뭉쳐야 한다. 자본경제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집단은 노동조합이다. 노동조합으로 많이 결집하는 게 중요하다. 개별회사 노동조합으로 뭉치기 어렵다면, 온라인 직종별 커뮤니티 모임을 만들면 된다.

여기서 본인들이 경험한 직장에서의 문제를 강하게 목소리를 내고, 사업주가 노동자들을 자신의 개인적인 하수인으로 부리지 않도록 문화를 바꿔가야 한다. 갑과 을의 관계를 동등한 관계로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결국 뭉치는 길밖에 없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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