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무급휴직’ 해고는 또 다른 갑질…정치권, 근본적 사회안전망 대책 세워야”
“코로나 ‘무급휴직’ 해고는 또 다른 갑질…정치권, 근본적 사회안전망 대책 세워야”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9.17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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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3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2회에서 이어집니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직장여성의 임신과 양육, 출산휴가 갑질 문제도 심각하다.

▲ 한국의 직장여성들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사회적 환경에서 살고 있다. 직장에서 여성들은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라는 ‘4단계’를 통과하기 불가능하다. 아니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힘들다’는 표현이 맞다.

결혼을 입에 올리는 순간 무시와 모욕, 따돌림, 불이익, 사직 강요라는 가시밭길이 시작된다. ‘아이 업고 회사에서 일할 거냐’, ‘국가 돈 챙기려 입사했냐’는 등 ‘모성침해’의 기나긴 갑질 터널을 거치면서 찔리고 채이고 쓰러져 결국 회사를 그만둔다.

갑질은 가깝지만, 모성보호법(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남녀고용평등법)은 너무나 멀다. 불평등을 바로잡아야 할 정부도 보이지 않는다. 출생률도 급락했다. 2019년 통계청 출생통계를 보면, 작년 출생아는 전년보다 7.4% 줄어든 30만2,700명으로 1970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저다.

합계출산율도 역대 최저인 0.92명으로 떨어졌다.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출산율이 감소했고, 2030 세대의 출산율도 각각 -12.9%, -5.7%로 크게 줄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 0.98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평균 1.63명의 절반 수준으로 꼴찌다.

 

- 현장에서 모성보호법 작동은 어떤가.

▲ 사업주가 출산휴가 법을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와 함께 사업주에게도 고용안정장려금(육아휴직 등 부여)과 출산 육아기 고용안정장려금(대체인력 지원금)이 지급되지만, 대한민국 사업주들은 모성보호법과 일⋅가정양립법에는 안중에도 없다.

현행 모성보호법에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직장인에 대한 8대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출산 전후 90일 휴가와 통상임금 지급과 고용보험은 최대 180만 원까지다. 배우자도 10일 출산휴가를 갈 수 있다.

임신 12~36주 이후 1일 2시간 단축 근무와 임금이 보전된다. 유산과 사산휴가도 사용할 수 있고, 통상임금이 지급된다. 난임 치료 휴가 3일도 사용할 수 있다. 출산 이후에는 육아휴직 1년과 고용보험에서 통상임금의 40%를 지급한다.

아이가 아플 경우, 연간 90일 동안 가족 돌봄 휴직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이게 지켜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직장인들은 첫째는 낳았어도 둘째는 꿈도 못 꾼다. 여성 직장인들은 눈물을 삼키며 회사를 떠나고 만다. 한국이 OECD ‘출산율 제로’ 국가인 이유다.

 

- 올해 직장 갑질 설문 조사를 했는데.

▲ 직장갑질119가 올해 6월 19~25일까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하 갑질금지법) 시행 1년을 맞아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갑질 감수성 지수와 직장갑질 경험 및 대응, 갑질금지법 인식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다.

직장인 1천 명 중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총 454명으로 45.4%나 됐다. 모욕·명예훼손 29.6%, 부당지시 26.6%, 업무외 강요 26.2%로 높게 나타났다. 폭행·폭언 당한 경험도 17.7%에 달했다.

괴롭힘 경험은 2019년 44.5%보다 0.9% 높았다.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 경험자(n=454)들은 괴롭힘 수준이 ‘심각’ 응답이 33.0%로 나타났다. 괴롭힘으로 인한 의료-진료는 4.0%로 매우 낮았고, ‘진료나 상담’도 받지 못했다가 32.6%였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행위를 한 사람은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44.5%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임원 또는 경영진’ 21.8%, ‘비슷한 직급 동료’ 21.6% 등으로 나타났다.

 

- 직장인의 ‘괴롭힘 대응’은 어떤가.

▲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대응에 대해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가 62.9%, 개인적 항의 49.6%, 친구와 상의 48.2%, 사직 32.9% 순이었다. 괴롭힘을 당했을 때 회사나 노동청 신고는 3.0%였다. 직장인 45.4%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어도 극소수만 신고했다.

신고해도 인정받지 못한 비율은 50.9%였고, 신고이유로 부당한 처우 경험도 43.3%였다. 갑질금지법 시행을 알고 있다가 63.1%로 나타났지만, 인지도는 격차가 컸다. 정규직 72.8%가 이 법을 알고 있었지만, 비 상용직은 48.5%로 절반 이하였다.

일용직이 45.2%, 아르바이트 32.0%, 프리랜서·특수 고용 54.3%로 불안정노동자 법 인지도가 낮았다. 노조 가입 노동자 79.4%는 노조가 없는 직장인 58.9%보다 법을 알고 있었다. 사무직 70.8%, 서비스직 52.0%와 큰 차이를 보였다. 5인 미만 40.0%, 5~30인 60.9%와 공공기관 75.2%, 300인 이상 75.7%와 큰 차이를 보였다.

 

- ‘코로나 2.5’ 방역법을 악용한 해고 갑질도 늘고 있다.

▲ 방역 당국의 코로나 2.5단계 조치로 인해 8월 30일부터 9월 6일까지 47만여 개 영업장이 8일 동안 영업 제한을 받았다. 그로 인한 무급휴직 강요도 많았고, 정부의 집합금지 명령에 따른 휴점을 이유로 동의 없이 무급휴직이 적용됐다.

코로나가 심각했던 3월에도 2주간 무급휴직 동의서를 쓰고 쉬었지만, 그때도 사업주들은 휴업수당을 주지 않았고, 정부지원금도 신청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부 명령 때문에 서명을 거부해도 무조건 무급휴직을 강요받은 사례가 많다.

이외에도 권고사직이 아닌 1달 무급휴가 후, 권고사직을 당하는 등 8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재유행이 무급휴직 등 해고 대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8월 2, 3, 4주 동안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162건 제보 중 코로나 관련 해고는 12.3%였다.

8월 2주 10.3%, 3주 10.6%였던 비율이 4주 차에는 15.8%로 늘었다. K-방역 성공으로 줄었던 ‘코로나 갑질’ 제보가 코로나 재유행으로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 1차 유행기였던 3~4월에는 연차강요가 많았지만, 2차 유행기는 무급휴직 또는 해고 강요가 대부분이다.

 

- 일방적 퇴직 강요가 예견되는데.

▲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사용한 회사들이 지원 기간 6개월이 끝나면서 고용유지조치 종료 후 1개월까지 감원이 없어야 한다는 조항을 악용해 1개월 무급휴직을 강요했다가, 1개월 후에 해고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국민 세금인 정부지원금만 타 먹고 1개월 뒤에 노동자를 해고하는 ‘코로나 악질 사업주’들이 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로 휴업이 시작된 이후, 6개월 유급휴업→1개월 무급휴가→해고⋅권고사직으로 이어지면, 10월부터 해고 대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여행업 등 특별고용지원업종만 고용유지지원금 사용 기간을 180일에서 240일로 늘렸기 때문에 ‘추석 해고 대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뿐만 아니다. 사용자들은 경영악화로 인한 휴업을 할 때, 근로기준법 제46조에 따라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해야 하는 법망을 피하려 진정⋅고소 등 일체의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무급휴직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또 휴업 신청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면서도 직원을 계속 출근시켜 일하게 하거나, 법정 휴업수당보다 적은 수당을 지급하는 등 악용사례도 늘고 있다.

 

- 10월 ‘실업대란’도 문제다.

▲ 특히 코로나 2차 대유행으로 인해 고용보험에 가입해있지 않은 학원 강사, 학습지 교사, 헬스트레이너, 일용직, 아르바이트 노동자 등 고용보험 밖 노동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상황임에도 고용노동부는 손을 놓고 있다.

코로나 방역 2.5단계처럼 일자리 방역도 2.5단계 수준으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 또 정부 지원 사업장에 대해 전수 조사를 통해 해고금지를 강화하고, 영업 제한 사업장에 대한 휴업급여 지원이나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하고, 고용보험 밖 직장인들의 소득을 보전해야 한다.

 

- ‘무급휴직’이 또 하나의 사회적 갑질로 떠 올랐다.

▲ 지난 8월 30일부터 시행된 코로나 2.5단계로 학원, 음식점 등 47만 개 시설의 운영이 제한됐고, PC방과 노래방, 독서실 등은 아예 운영이 중단됐다. 더 심각한 것은 ‘2.5단계 명령’이 발효되자마자 업주들은 직원들에게 무급휴직을 요구하는가 하면, 정부의 ‘집합금지 명령’을 이유로 휴업수당 지급도 회피하고 있다.

전국 47만 개 사업장에서 일하는 수백만 명의 직원들은 ‘2.5단계 행정명령’ 하나로 아무런 잘못도 없이 무급휴직이라는 악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노동자들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정부가 나서야 한다.

당국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 조치로 코로나 자가격리 자에게 유급휴가비와 생활지원비를 지원했다. 마찬가지로 정부는 2.5단계 행정명령에 따른 영업 제한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휴업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물론 정부가 코로나 일자리 대책으로 특별고용지원업종과 중소기업 노동자가 휴업할 경우, 휴업수당(평균임금의 70%)의 90%를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지급했다. 따라서 코로나 2.5단계 행정명령에 따라 불가항력 적으로 휴업하게 된 영업 제한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평균임금의 63%(70%×90%)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 정부의 ‘일자리와 방역’ 정책에 누수가 있는 것 아닌가.

▲ 먼저 당국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사업장의 해고 실태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고용유지조치가 끝난 사업장들이 늘면서 감원하는 사업장도 같이 늘어났을 것이다.

따라서 고용유지지원금 효과 확인 차원에서 사업장 감원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정부는 코로나 시국의 심각성을 고려해 헌법 제76조 제1항을 근거로 긴급 해고 금지 명령을 취할 필요가 있다.

 

- 마지막으로 정부와 정치권, 시민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 무엇보다 국회가 매우 중요하다. 지금 국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게 있다. 이 시대에서 가장 열악하고 가장 힘든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일이다. 큰 기업에 다니는 노동자를 말하는 게 아니다.

지금 코로나 경제난국 시기에 누가 제일 어려운가를 봤을 때, 프리랜서들이 가장 어렵다. 규모가 큰 기업의 직원들은 회사가 휴업 신청하면, 정부의 고용안정기금지원금을 받아 버틸 여력이 있다. 일부 나쁜 사업주는 빼고,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그렇게 버티고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들은 고용보험도 없고, 언제든 한순간에 일자리가 끊길 위기에 있다. 지켜줄 방파제도 없다. 코로나 난국에서 가장 먼저 밀려난 이런 사람들이 지금 엄청나게 많다. 요식업이나 서비스업, 소규모 식당, 면세점 등에서도 많이 밀려 나왔다.

코로나-19 경제난 시대에 정치권은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방역과 재난지원금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물어야 한다. 재난지원금 30만 원이 문제가 아니다. 그것만으론 안된다.

이들이 한때 월 150, 200, 300만 원을 벌었지만, 지금은 절반의 반도 안 되는 상황에 내몰렸다.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어떻게 짤 것인가를 국회가 최우선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다. 국회의원이 가야 할 곳은 이들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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