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제의 오체투지
어느 사제의 오체투지
  • 장영식
  • 승인 2020.12.15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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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위클리서울=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  

꼰벤뚜알 성 프란치스코 수도회 서영섭 신부와 백발의 차해도 정년퇴직 노동자 그리고 쌍용자동차 김득중 지부장과 윤충렬 노동자가 부산역에서 출발해서 영도조선소까지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꼰벤뚜알 성 프란치스코 수도회 서영섭 신부와 백발의 차해도 정년퇴직 노동자 그리고 쌍용자동차 김득중 지부장과 윤충렬 노동자가 부산역에서 출발해서 영도조선소까지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김진숙 지도위원 복직 문제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가의 공식 기관에서 두 차례의 복직 권고를 했고,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장에서 여야 의원들이 복직권고안을 의결했고, 부산광역시의회에서도 복직권고안을 의결했지만, 한진중공업 측은 “권고일 뿐이라며” 꼼짝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복직 투쟁 과정에서 암이 재발병되어 수술을 받고 회복 중에 있지만, 복직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참담한 상황 속에서 수도회의 인사 발령으로 부산을 떠나게 된 서영섭 신부가 김진숙 지도위원 복직을 촉구하기 위한 오체투지를 결행했습니다.

 

금속노조 부양지부 한진지회 조합원들이 김진숙 지도위원 복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노숙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혜란
금속노조 부양지부 한진지회 조합원들이 김진숙 지도위원 복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노숙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혜란

처음에는 부산시청에서 영도조선소까지 사흘간의 오체투지를 계획했습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11월 6일 낮 12시에 부산역에서부터 출발하여 영도조선소까지 오체투지 행진을 했습니다. 서영섭 신부의 오체투지 소식을 듣고 한진지회와 정년퇴직 노동자, 쌍용자동차 김득중 지부장 그리고 시민들이 합류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서영섭 신부의 오체투지 소식을 접하고 “두 무릎과 양 팔꿈치 그리고 이마를 차가운 바닥에 대며 한없이 낮추어 스스로를 던지는 고난의 길. 설산을 넘어 라싸를 향해가던 엄숙함으로 도심 한복판을 기어 영도의 조선소를 향합니다”라고 자신의 SNS에 기록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 복직을 촉구하기 위해 희망버스가 12월 19일 부산 영도로 출발할 예정이다. (이미지 출처 = 희망버스)
김진숙 지도위원 복직을 촉구하기 위해 희망버스가 12월 19일 부산 영도로 출발할 예정이다. (이미지 출처 = 희망버스)

오체투지를 마친 서영섭 신부는 인천으로 떠났습니다. 떠나기 직전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16일과 17일 이틀 동안 서울에서 오체투지를 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시작하여 청와대까지 가는 오체투지를 하겠다”라는 그의 눈빛은 단호했습니다. 저는 그 눈빛에 끝내 오체투지를 만류하지 못했습니다.

한진중공업의 어떤 싸움도 눈물겹지 않은 순간이 없지만, 특히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 투쟁은 눈물겹습니다. 열사 네 명의 투쟁기록과 김진숙 지도위원의 삶을 되돌아보면, 한진 자본의 거칠고 악랄한 반노동과 반인권적 노동관, 국가 공권력의 폭력성을 그대로 엿볼 수가 있습니다. 한진지회 조합원들이 ‘노동존중사회’를 공약했던 문재인 정부 청와대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올해 안에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 문제를 해결하라고 엄동설한에 꿀잠이 아니라 얼음처럼 차가운 길 위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희망버스도 김진숙 지도위원 복직을 촉구하기 위해 다시 부산 영도로 올 예정입니다.

 

서영섭 신부는 희망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12월 16-17일 이틀 동안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출발하여 청와대까지 오체투지를 하겠다고 밝혔다. ©장영식
서영섭 신부는 희망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12월 16-17일 이틀 동안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출발하여 청와대까지 오체투지를 하겠다고 밝혔다. ©장영식

한 사람이 35년의 해고자로 병상에 있습니다. 죽기 전에 ‘해고자’라는 낙인을 지우고 싶은 마음으로 복직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운 공장으로 돌아가서 조선소 노동자들과 따뜻한 밥 한 끼를 함께 먹고 싶다고 합니다. 조선소 작업복을 입고 단 하루만이라도 용접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35년의 꿈과 희망인 마지막 소원이 그렇게도 힘든 일일까요. 한진중공업과 산업은행은 그것이 그렇게도 힘든 일일까요. 이제는 문재인 정부가 답을 해야 할 때입니다.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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