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40%, 인스타그램서 '그린워싱'...정유·에너지 가장 많아
그린피스, "기업들, 그린워싱 유혹서 벗어나야"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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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국내 대기업의 그린워싱(greenwashing)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기업들 스스로 그린워싱 유혹에서 벗어나야 할 뿐 아니라 ESG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하루속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내 그린워싱 규제 수준 낮아

그린워싱이란 환경과 관련된 기업의 실천, 또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환경적 이점에 관하여 소비자를 오도하는 행위(‘그린워싱의 7가지 죄악 : 북미 소비 시장의 친환경 주장에 관한 연구’)로 정의된다. 즉 그린워싱은 단순한 거짓말뿐 아니라 의도적으로 소비자들의 오인을 불러일으킬 만한 표현을 사용하는 행위를 모두 포괄한다.

국내의 경우, 친환경 시장이 확대되며 ‘친환경’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 여러 제품명에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ECO’, ‘그린’을 포함한 상품명은 각각 4820건, 3860건이었다. 

그러나 최근 3년간(2020~2022년) 국내에서 그린워싱으로 적발된 4940건의 사례 가운데 4931건(99.8%)은 법적 강제력이나 불이익이 없는 행정지도 처분을 받았고,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는 9건(0.2%)에 불과했다. 이는 해외의 규제와 비교할 때 낮은 수준이다.

프랑스는 2021년 8월 공포한 ‘기후·회복력법’을 통해 화석연료의 마케팅 및 판촉 광고를 금지했다. 

또한 기업이 탄소 중립을 연상케 하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보고서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지 않는 경우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인 후에 잔여 온실가스 배출을 상쇄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친환경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 하락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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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가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2886개 소속 회사 가운데 4월10일부터 6월7일까지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한 399개 회사에 대해 그린워싱 여부를 조사, 발표한 ‘소셜미디어로 침투한 대기업의 위장환경주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에 그린워싱 게시물을 한 건이라도 게재한 기업은 전체의 41.35%(165곳)에 달했다. 그린워싱에 해당하는 게시물은 650개로 집계됐다.

특히 그린워싱 콘텐츠를 가장 많이 게시한 업종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시급한 정유·화학·에너지 분야 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기계·자재, 금융·보험 업종이 그 뒤를 이었다.

그린워싱 유형으로는 자연 이미지 남용에 해당하는 게시물(51.8%)이 가장 많았으며 책임 전가(40.0%), 녹색 혁신의 과장(18.2%) 등의 내용이 뒤를 이었다.

그린피스는 “기업의 그린워싱은 TV나 라디오 광고 등 전통적인 매체를 넘어 소셜미디어 속으로 번지고 있다”며 “소셜미디어의 콘텐츠는 주로 이미지와 영상 등을 통해 짧은 시간 소비되는 특성을 지니므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통·소비되는 콘텐츠는 다른 미디어를 통한 것보다 그린워싱 여부를 식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린워싱을 자행하는 산업군이 증가하고 그 방식이 교묘해질수록, 소비자는 진짜 친환경적인 혁신에 나선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린워싱의 증가로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드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친환경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의 매출은 오히려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또 특정 기업의 그린워싱 행위가 발각됐을 때 친환경 시장 전반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하락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특히 그린피스는 “이는 산업계의 전반적인 친환경 혁신의 의지를 꺾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또 지구의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스는 “그린워싱에 대한 전체 사회의 경각심과 논의가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그린피스는 “기업들 자체적으로 부적절한 자연 이미지 남용이나 녹색 혁신 과장과 같은 손쉬운 그린워싱 마케팅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대신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기후위기 해결에 필요한 기업의 환경 역량을 키우는 모습을 소비자에게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린피스는 “기업의 그린워싱 여부를 검증할 수 있도록 관련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일관되고, 비교 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기후 대응 정보를 신속히 공개하도록 ESG 공시 제도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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