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선진국 생애비용 10배 차...밸류체인 원인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저소득 국가의 플라스틱 생애 비용이 고소득 국가보다 10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생애 비용은 제품의 생산 및 유입부터 버려져 처리될 때까지의 비용이다.

고소득 국가 및 중저소득 국가의 플라스틱 1kg에 대한 생애 비용 분석. ⓒ위클리서울/WWF
고소득 국가 및 중저소득 국가의 플라스틱 1kg에 대한 생애 비용 분석. ⓒ위클리서울/WWF

세계자연기금(WWF)이 달버그 어드바이저에 의뢰해 발간한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 국가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고소득 국가에 비해 약 3배 적지만 환경, 건강 및 경제에 미치는 플라스틱의 실제 비용은 10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저소득 국가의 플라스틱 1kg에 대한 총 생애 비용은 약 150달러(19만 원)로 이는 고소득 국가 총 생애 비용(19달러)의 8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저소득 국가만을 놓고 보면 총 생애 비용은 200달러로 고소득 국가와의 차이가 10배에 달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폐플라스틱은 연간 약 1000만 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1인당 약 145kg을 소비하는 양으로 이는 플라스틱 주요 소비국 1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 중 약 20% 정도만이 물리적으로 재활용되고, 나머지 70% 이상은 대부분 소각되고 있다. 

플라스틱에 숨겨진 실제 생애 비용은 생산과 폐기물 관리의 최소 수명 비용을 고려해 2019년 기준 고·중·저소득 국가 간의 비용을 비교해 추산했다. 여기에는 초기 플라스틱의 생산비, 온실가스 배출비, 해양 생태계 복구비, 폐기물 처리비 등 정량화 가능한 비용이 포함돼 있다. 

직접적인 생산에 관여하지 않는 중저소득 국가들이 플라스틱 오염과 관련된 비용에 대해 불평등하게 큰 부담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불평등한 비용 부담의 원인이 현재 플라스틱 밸류체인(가치사슬)의 불평등한 구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했다. 

우선 중저소득 국가는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과 설계 방식에 대해 영향력이 미미하다. 제품의 설계와 생산 라인 등의 결정은 플라스틱 생산이 많은 국가나 고소득 국가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의 상위 레벨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의 약 60%가 일회용 제품이며, 1회 사용 이후 폐기되도록 설계돼 있다. 또 플라스틱 폐기물의 경우 2019년 기준 단 9%만이 재활용 됐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플라스틱을 고려했을 때, 중저소득 국가가 수명이 다한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에 가용할 수 있는 기술 및 재정적 역량은 고소득 국가들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중저소득 국가는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한 직접적인 환경 및 사회·경제적 부담을 계속해서 지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와 함께 중저소득 국가가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를 위해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에는 연간 약 26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에이리크 린데브제르크(Eirik Lindebjerg) WWF 플라스틱 정책 담당자는 “플라스틱에 대한 국가와 기업을 아우르는 공통의 의무 없이는 공정한 순환 경제 달성이나 독성 플라스틱을 처리해야 하는 중저소득 국가의 비용은 더욱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라며 “이에 대한 불균형 해소를 위해 플라스틱 오염이 우리의 건강, 환경,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소득 국가와 기업이 책임지게 할 방법이 미비한 만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각국에 의무화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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