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하나)요즘 들어서 네가 웃는 걸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웃더라도 피식거리고 말거나, 술 먹고 취해서 낄낄거리는 것 말고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 그것 말고 뭘 더 웃을 수 있겠냐 했더니, 그것 말고도 원래는 잘 웃었더라고 했다. 눈을 마주치고 고개만 마주하면 싱글 웃어주곤 했다며. 그러나 벌써 얼마 전의 이야기를 하는가. 나는 이제 그럴 일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도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나는 도저히 내 스스로 웃음을 만들어낼 수는 없던 것이다. 그것은 분명 서러운 일이다. 서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들려주고 싶은 시가
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등재 축하기념으로 국악관현악 최정상지휘자로 일컬어지는 임상규와 여섯 명의 절세 미녀소리꾼이 제주를 담은 소리로 ‘경칩에 천하를 깨울 천둥소리꾼 누구인가?’란 주제로 5일 오후3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전통기획사 용문 주최와 꿈에 오케스트라 주관으로 음악회가 개최된다.이날 공연에는 소리꾼 조용주가 임을 그리는 외로움을 한탄하는 제주민요 너영 나영과 대중에게 친숙한 님은 먼 곳에를 선보인다.이어 이윤선은 제주에서 전래되고 있는, ‘용천검’을 빗대어 사랑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 민요 용천검과 제주기생 애랑이 배비장을
일본 근대문학의 상징 나쯔메 소오세끼의 대표작 '이 몸은 고양이야'가 경쾌한 풍자의 맛을 살린 새 번역으로 창비세계문학에서 선보인다. ‘일본의 대문호’ 소오세끼를 문학의 길로 이끈 작품으로, 잡지에 단발성으로 실은 글이 뜻밖의 인기를 끌어 장편연재로 바뀌었을 만큼 기지 넘치는 해학과 능청맞은 장광설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이름 없는 고양이의 눈을 통해 제멋대로 우스꽝스러운 인간 군상을 그려내며 한바탕 웃음 뒤에 배어나오는 당대인의 고민과 슬픔, 인간의 근본적 비애를 담고 있다.20세기가 막 시작된 일본, 중학교 영어
신입 인턴으로 입사 첫 날 ‘위클리서울’ 편집장님께 인턴기를 연재하겠노라 언약했으나 지키지 않았다, 지킬 수 없었다. 6개월이란 짧지 않은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스쳐갔다. 그러나 결코 필자는 이 시간들이 짧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찰나의 그 나날 속에서조차 내 영혼의 일부 역시 동일한 속도로 육체를 스쳐갔기 때문이다.어찌됐건 6개월가량의 긴 노고를 마쳤고, 사회를 배웠다. 사람을 배웠다. 돌이켜 인턴 여섯 달의 날들을 되짚고자 하면 당시의 부분적인 기쁨이나 부분적인 서러움들이 희석되어 버렸으나 이제와 그곳에서 나의, 수많은 현재 속에
프랑스 출신의 피아니스트 ‘엘렌 그리모’가 국내에서의 세 번째 리사이틀을 5월 7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한다.2009년과 2013년 두 번에 걸쳐 성황리에 진행된 독주회 이후 4년 만에 더욱 완숙한 모습으로 팬들의 곁으로 찾아 오는 것이다. 이번 리사이틀은 자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그녀가 많은 애착을 갖고 있는 물을 주제로 한 피아노 작품을 한 곳에 모아 연주할 예정이다.그녀는 ‘물속에 잠긴 성당’, 베리오 ‘바서클라비어’, 포레 ‘뱃노래 5번’, 라벨 ‘물의 유희’, 야나체크 ‘안개 속에서 1번’ 등과 함
예순이 넘어 비로소 첫 작품을 발표했고 팔 년 후 세상을 떠나기까지 단 다섯 권의 에세이를 출간했음에도 세월이 지날수록 재평가되며 꾸준히 새로운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가가 있다. 1960년대 패전의 흔적이 가시지 않은 일본을 뒤로하고 유학길에 올라 십삼 년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거주했고, 귀국 후에는 연구자이자 번역가, 에세이스트로 왕성히 활동했던 스가 아쓰코다.그녀의 첫 에세이이자 제30회 여류문학상과 제7회 고단샤 에세이상을 수상한 '밀라노, 안개의 풍경'을 비롯,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풍부한 음색을 지닌 호르니스트 김오진이 독주회를 개최한다.9일 오후 7시 30분 영산아트홀에서 하는 이번 공연에서는 도니체티(G. Donizetti)의 호른과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으로 무대를 열어 크루코프(V. Kryukov)의 Italian Rhapsody for Horn and Piano Op. 65에 이어 춘천교육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 겸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수석단원으로 활동하는 트럼펫터 박기범과 함께 클라크의 Cousins for solo Trumpet and Solo Horn 작품으로 금관악기의 하모니를 들려줄 예정이다.또
(엽서 하나)나는 지금 서재라고 할 것이 없는 서재에 둘러 싸여 원고를 쓰고 있다. 책들을 오랫동안 쌓아두고 치우지를 않았는데 매번 이 방에 들어올 때마다 책상 위를 치워야만 할 텐데 하면서도 금방 게을러져 치우지를 않던 것이다. 이것은 오래된, 고질적인 습관과도 같은 것이어서 고치지 못하는 나의 병이라고 여기면서도 금방 그것을 위안하고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다는 식으로 합리화를 하곤 한다. 그리고 이런 답답한 풍경을 지그시 바라보고만 있어야 원고가 더 잘 쓰인다는 완전한 헛소리나 내뱉어 가며 미련이 많이 쌓인 문서들과 서적을 정리
결혼 10주년 기념일이다. 약속대로라면 나는 이번 기념일에 몇 년 전 팔아버린 다이아반지를 대신해 더 크고 굵은 알의 반짝거리는 반지를 받아야 했다. 더불어 무릎까지 내려오는 치렁치렁한 모피코트와 따뜻한 나라에서 맞는 해외여행까지.하지만 우리의 기념일은 온 가족이 나가서 외식을 하는 것으로 조촐히 마무리했다. 모든 걸 고집할만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기념일이 다가오면서 웬일로 남편이 먼저 말을 꺼낸다. “그 날 나가서 먹을, 좋은 데 좀 알아봐. 그래도 특별한 날인데 동네에서 외식하는 건 나도 싫다.” 호오~. 해가 서쪽에서 뜨
펭귄 원정대의 가슴 벅찬 모험을 담은 블록버스터 경영우화 '빙산이 녹고 있다고?'로 개인과 조직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존 코터가 10년 만에 경영혁신 어드벤처 우화 '하던 대로나 잘 하라고?(원제: That’s Not How We Do It Here!)'로 돌아왔다. 그가 이번에 다시 우화를 선택한 이유는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간결하게 선보이는 동시에 생각할 거리도 함께 나누고 싶어서이다. 보초 서는 동물로 잘 알려진 칼라하리 사막의 미어캣이 그 주인공이다.권위 있는 두 명의 지도자인 모로와 마라가
“욕심이란 것은 밑빠진 독아지여”대문이 있다손 열려 있기 일쑤인 해남 북일면 내동리. 여느 갯마을처럼 마을 공동의 갯밭이 있다. 갯밭에 울타리나 자물쇠가 있을 리 만무하지만 아무나 무시로 들어 바다의 재물을 탐하지 않는다.마을 공동으로 개를 트는 날이 있고, 날을 받으면 하루 두 번 물때 중 나이 드신 분들도 함께 갈 수 있는 시각에 개를 트고 집집이 2인1조로 나가 일한 몫을 공평하게 가져간다.개불 작업은 지난한 노동이다. 돌이 많은 갯벌에서 쇠스랑에 올라타듯이 다리에 힘을 줘서 몇 번씩 파들어가 뒤집는 작업이 녹록할 리 없다.
이번 달이 졸업식이 있는 달이라는 것을 한참 잊고 있었다. 길을 걷다보니 꽃다발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띤다. 대학교 정문에는 꽃을 파는 사람들이 내게 꽃다발을 흔들어 보이고, 오늘 졸업했는지 기분 좋아 보이는 학생들이 한껏 차려입은 옷맵시를 자랑하며 걷는다.타지에서 여섯 달간 생활을 하고 돌아온 한국이라, 이런 모습들이 문득 어색한 기분도 든다. 누군가의 끝을 축하해주고 축하받는 달. 그리고 다른 시작을 두려워해야만 하는 새로운 출발선. 졸업이라는 글자가 전달하는 느낌은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그것은 한국에서만 가지는
경북 김천시 구성면 월계리. 속명 ‘골마’라는 곳에서, 전원생활에 푹 빠져 사는 나. 시골댁~~. 언덕위에 위치한 농가의 해발높이가 300m이니 마을지대가 꽤나 높은 편이다. 필자가 사는 농가에 가기 위해서는, 김천에서 25km정도를 거창 쪽으로 가다가, 충북 영동 쪽으로 조금 들어가다 보면 맑은 냇가를 만난다. 올갱이가 살고 있는, 아직은 오염되지 않은 청정 개울을 건너 산중턱으로 오르다 보면 빨간 지붕이 보인다. 1987년도에 대구에서 이곳 월계리로 이사 온 울 아버지. 지금처럼 귀농개념도 없었던 시기에, 젖소 목장을 하시겠다고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명품조연으로 활약중인 배우 이달형이 이끄는 ‘모임 서른 즈음에’와 K&J픽처스가 함께 제작한 연극 '무박삼일'(이달형 작,연출)이 3월 3일부터 4월 30일까지 대학로 스튜디오 76 무대에 오른다.연극 은 가정을 지키려 뼈를 깎는 아픔과 숨막히는 고통 속에서도 늘 웃음으로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하는 대한민국 중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가족을 위해 자신을 지우고 살아가는 삶에 지쳐 모든 것을 버리기 위해 바다를 찾은 여자. 가족을 위해 묵묵히 희생하며 살아가지만 가끔씩 자신만을 위
만족할 만한 완성품을 얻어내기까지 계속하는 뜨거운 노력, 그야말로 시간의 결정체라 할만한 공예는 ‘손의 노동’이라 일컬어진다. 쓸모에 장식적인 아름다움을 더한 공예품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는 시도들이 잦아진 요즈음, 막연한 명품 조장 소비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또 다른 대안이 되는 것 이상으로 소통되는 다른 가능성에 대한 모색이 절실하다. 이런 가운데 컴퍼니안은 현대공예의 맥락을 되짚어보는 동시에 일생일대의 중요한 의식인 ‘혼례’에 밑받침이 되는 ‘혼수(婚需)’라는 궤를 통해 공예품이 가지는 독창성과 개성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혀보려
3월 3일은 “세계 야생 동물의 날”이다. 최근 100년 동안 95%가 사라진 호랑이를 비롯해 동물들의 보호를 위해 전 세계가 동물의 ‘적색 목록’을 만들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환경부 멸종 위기종 목록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 목록(Red List) 가운데,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우리와 함께 살았거나 살고 있는 중요한 야생 동물 22종을 살펴보고 있다.현재는 인류가 지구 생명의 멸종을 부추기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 대멸종이 일어난다면 생태계를 함께 구성하고 있는 인간도 예외는
보편적이면서도 진실된 인간 감정을 포착해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삶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작가, 켄트 하루프. 그는 삼십여 년의 작가 인생에서 단 여섯 편의 장편소설만을 남긴 과작의 작가이지만, 그럼에도 그의 작품은 어니스트 헤밍웨이, 코맥 매카시, 리처드 포드, 애니 프루의 작품에 비견되어왔다. 특히 하루프는 우리가 채 알아차리기도 전에 지나가버리는 평범한 매일의 삶을 뛰어난 감성과 통찰력으로 그려내는 데 뛰어난 작가로, 어슐러 K. 르 귄은 “일상적 형태의 사랑―계속되는 좌절, 충실함에 드는 장기적인 노력, 매일의 애정이 주는 편안
김훈의 신작 장편소설 '공터에서'는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우리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굵직한 사건들을 배경으로 한다. 이러한 사건들은 마씨(馬氏)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 마동수와 그의 삶을 바라보며 성장한 아들들의 삶을 통해 드러난다.작가는 만주와 길림, 상하이와 서울, 흥남과 부산 그리고 베트남, 미크로네시아 등에서 겪어낸 등장인물들의 파편화된 일생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그 신산스러운 삶을 바라보는 서늘한 시선을 드러낸다.일제시대, 삶의 터전을 떠나 만주 일대를 떠돌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가 겪어낸 파란의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최맹식)는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뜀걸음 형태의 포유류 발자국 화석을 세계 최초로 발견하였다.이번에 발견된 포유류 발자국 화석은 캥거루처럼 뜀걸음(hooping)하는 형태의 총 9쌍의 뒷발자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중생대 백악기 화석으로는 세계적으로 한 차례도 보고된 적이 없어 의미가 크다.* 뜀걸음(Hopping): 뒷발로만 뜀뛰기 하듯이 이동하는 형태, 대표적으로 캥거루, 캥거루쥐 등이 있음* 백악기: 중생대의 마지막 시기인 약 1억 4천 5백만 년 전부터 약 6천 6백만 년 전
“허수아비도 지 헐 목시는 허제”나락 한 알도 황금처럼 지키던 시절, 허수아비의 임무는 막중하였다. 허허벌판 불볕 아래 비바람 아래 우뚝 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그이가 허수아비다. ‘그 사람’을 허수아비라 욕하지 말라.차가운 바다 밑으로 꽃다운 아이들이 가라앉고 있는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은 패륜적 인간을 어느 한 시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묵묵히 새를 쫓는 소임에 충실한 허수아비에 비하지말라. “허수아비가 지키는 나락이 얼만디. 허수아비도 지 헐 목시(몫)는 허제.”고창 무장면 목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