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원전 이대로 괜찮은가’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처장-3

<2편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원전 5대강국 중 3국은 원전사고 겪어, 남은 국가 중 확대하는 나라는 우리 뿐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역할 제대로 못해, 안전성 제대로 검토되지 않아
한빛원전 문제 심각, 지금 당장 교체하거나 교체 때까지 가동 중단해야 
언론도 원전 마피아들의 관리 대상, 한수원 지속적으로 광고와 기사 후원 


 

▲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처장

 

-후쿠시마는 현재 어떤가.
▲밤에 머무를 수는 없고 낮에 이동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기들 문제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후쿠시마에 들어가서 살게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연방사능은 높아야 2밀리시버트 정도다. 자연방사능에 1밀리시버트 정도 더한 것이 세계적인 기준치다. 그런데 일본정부는 20밀리시버트로 기준치를 높였다. 20밀리시버트가 되지 않으면 들어가도 된다는 것이다. 20밀리시버트는 아직도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체르노빌 원전 반경 30킬로미터의 일부지역과 비슷한 수준이다.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나.
▲고향을 버리기 싫은 사람, 나이 드신 분들이 있다. 피난지역으로 지정이 되면서 피난지원금이 나왔다. 하지만 피난지역에서 해제가 되면 지원금이 끊긴다. 그런 이유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조금 있다.

 

-국내 유통되는 일본산 수산물에 문제는 없나.
▲8개현은 금지구역이고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는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러시아산 수산물도 문제다. 최근에는 일본산 수산물이 다른 나라에서 가공이 돼서 원산지가 세탁 돼서 수출되는 것이 확인돼서 문제가 됐다. 일본 수산물이 베트남 공장에서 가공이 돼서 대만으로 들어갔다. 아직 확인된 사례는 없지만 우리도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일본산 수산물만 들어올 때마다 표본검사를 하고 다른 나라에서 들어오는 수산물은 1주일에 한 번 정도 무작위 검사를 하니 오염된 수산물이나 음식물이 들어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입금지한 8개현의 수산물도 수입금지 해제를 하려고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전에 ‘원전사고 다음 타깃은 한국’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우리는 미국 러시아 일본 프랑스와 함께 원전 5대강국으로 손꼽힌다. 미국, 러시아, 일본은 이미 원전사고가 일어난 나라들이다. 현재 프랑스와 우리만 남아있는데 프랑스는 현재 원전을 줄이고 있다. 이 중에 원전을 확대하는 나라가 우리다. 우리는 지금의 발전설비를 두 배 가까이 늘이겠다고 하고 있다. 단위면적당 원전 설비용량도 세계 최대이고 인구도 밀집해있다. 사고가 날 확률도 높고 사고가 났을 때 피해규모가 굉장히 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규제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원전 가동에 있어서 안전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확신한다. 월성원전 1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을 때나, 한빛원전의 여러 안전성 쟁점이 생겼을 때 규제기관이 하는 행동들을 보면 원전 진흥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의 안전과 규제 역할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더 불안하다.

 

 

-규제와 진흥은 상반된 개념이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원전사업자의 편이다. 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도 원전 사업을 계속하려면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끊임없이 규제에 대한 역할을 이야기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에서 세운 원칙은 진흥과 규제가 독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흥과 규제가 같은 부처에 있으면 진흥의 논리로 가기 쉽기 때문이다.
전 세계 원전 국가 중에서 진흥과 규제가 같은 곳에 있는 곳이 일본과 한국이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로 두 나라 다 분리가 됐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 때 규제위원회가 대통령산하로 가면서 분리가 됐다. 그러다가 국무총리 산하로 재편됐다. 그런데 국무총리는 원자력 진흥위원장이다. 다시 규제와 진흥이 한 몸인 곳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규제가 어렵다. 지금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는 규제 논리가 아니다. 안전성이 최우선이 아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들도 안전성보다 국익을 먼저 이야기 하고 있다.
신고리 3호기에 사용된 재료가 불량이었다. 사업자가 리콜을 할 때까지 규제기관이 아무도 모르는 촌극이 벌어지게 된 것도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계속 국익 타령을 한다. 국익·애국이란 말을 자신들의 이익을 포장하기 위해 너무 쉽게 사용한다. 그런 위원들이 모인 위원회의 결정을 우리가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나.

 

-우리에게 원전 폐로 기술이 있나.
▲아직 없다고 봐야한다. 폐로의 견본이 없다. 폐로의 핵심은 해체기술이다. 방사능에 오염돼 있기 때문에 원격조정을 하거나 로봇을 투입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독일이 이 분야에서는 강국이다. 우리는 이제 시작한 상태다. 해체 견본이 있어야 한다. 중수로 원전 하나, 경수로 원전 하나.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등 노후원전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바로 해체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연해체는 30년 이상을 기다려야한다. 세슘과 같은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가 30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30년의 간격을 두고 해체하는 경우가 있는데, 설계를 하고 운전을 해본 사람이 죽고 난 후일 수 있기 때문에 위험요소가 있다. 대신 즉시 해체를 하면 피폭을 많이 받는 위험이 있다. 즉시 해체를 한다고 하더라도 중단을 시키고 최소한 5년은 기다려야한다. 월성 1호기는 중단시킨 지 벌써 2년이 넘었었다. 앞으로 3~4년만 더 있으면 해체 수순을 밟을 수 있는 상황이다.
폐로에 드는 비용도 확보해야한다. 한수원에서는 1개의 원전을 해체할 수 있는 비용을 마련했다고 한다. 물론 현재 확보했다는 6300억원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우리의 계산이다.

 

-중수로원전인 월성 원전이 더 위험하다는 지적이 있다.
▲월성 1~4호기는 중수라는 냉각제를 사용한다. 중수는 중성자가 하나 더 들어가 있는 수소로 이루어진 물이다. 원래 수소는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로 이뤄져있다. 양성자에 전자보다 훨씬 큰 중성자가 하나 붙기 때문에 무겁다. 무거운 물을 쓰다보니까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한 중성자 하나가 더 붙은 삼중수소라는 방사성 물질이 굉장히 많이 발생한다. 경수로 원전보다 30배 이상이다. 그러다보니 주변이 삼중수소로 오염돼 있다. 지하수에도 스며든다. 사람의 몸에도 당연히 축적된다. 그러다보니 암 환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중수로 원전은 사용 후 핵연료가 엄청 많이 나온다. 또 체르노빌 원전처럼 원자로가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후쿠시마 사고는 원자로는 폭발하지 않고 당시 녹아내리면서 생긴 수소가 새어나가서 건물이 폭발했다. 건물이 폭발하는 것과 원자로 핵심이 폭발하는 것은 피해 정도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3기가 폭발했지만 피폭량이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의 5분의 1 정도 수준에 머물 수 있었던 것은 핵심이 폭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수로 원전은 핵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핵분열이 급격하게 일어나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중수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11퍼센트밖에 안 된다. 중수로 원자력 발전소의 원조인 캐나다가 가장 많고 우리나라가 그 다음이다.

 

-한빛원전은 어떤 문제가 있나
▲한빛 원전은 3호기, 4호기의 증기발생기 세관에 문제가 있다. 재료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 인코넬 600이라는 취약한 합금을 사용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균열이 많이 생겼다. 증기발생기는 하나에 5000~8000개에 이르는 가느다란 관이 있다. 그 사이를 150기압에 320도에 달하는 뜨거운 물이 지나가는 것이다. 직경 2센티미터 길이 2~30미터에 두께가 1밀리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그 관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한빛 3호기는 99년에 필터가 깨져서 금속 조각들이 8000개의 관 사이사이에 박혀있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술이 없기 때문에 계속 가동을 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17일에 그 중 하나의 관이 누설이 생겼다. 11억 베크렐의 방사성 물질이 방출됐다.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관에 금속물질이 끼어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그래서 제거를 했다. 너트, 금속 조각, 철망 등이 잔뜩 끼어있었다. 그런데 34개는 결국 제거를 하지 못했다. 문제를 안고 있는 증기발생기는 2017년에 교체를 하기로 했다. 금속 이물질을 끼워둔 채로 그 때까지 가동을 하겠다는 이야기다. 
지난 4월 10일 사무처가 자의적으로 허가해줘서 100퍼센트 출력 후 20시간 만에 다시 중단됐다. 일본은 재가동할 때 원자력 규제위원회 심의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동의까지 받아야하는데 우리는 사무처에서 허가하면 끝이다. 한빛 원전 문제는 심각하다. 지금 당장 교체해야 한다. 당장 교체가 불가능하면 교체할 때까지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한다.
자기 최면을 거는 것 같다. 사고의 위험성을 이야기하면 그럴 확률이 낮다고 답한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 평가했을 때 그런 사고는 1억년에 한 번 일어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3개의 원전이 한 번에 사고가 터졌다. 1억년에 한 번 일어나는 확률이라는 것은 1억년 후에 일어날 수도 있지만 당장 내일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원전과 관련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알리는 활동들을 계속 하고 있다. 보도자료를 내고, 토론회를 개최하고 캠페인, 교육도 한다. 집회를 열기도 한다.

 

-문제의 중요성과 시민사회의 노력에 비해 시민들이 관심을 끌지는 못하는 것 같다.
▲언론도 원전 마피아들의 관리 대상이다. 한수원이 얼마나 많은 언론사에 광고를 내는가. 기사 후원도 한다. 원전이 깨끗하다고, 싸다고 선전한다. 혹은 대안이 없다는 세뇌를 한다. 2011년 4월 19일 KBS 9시 뉴스에서 ‘고유가의 대안 태양광’이라는 보도를 하면서 앞에 잔뜩 태양광의 중요성,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마지막에 2011년 한 해의 전기 소비를 태양광으로 공급하려면 전국토의 60퍼센트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했다. 결국 대안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런데 계산을 잘못했다. 다시 계산을 해보니 당시 6.7퍼센트였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지금은 4퍼센트 이하로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정부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탈핵은 단순히 안전과 사고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의 한국 사회에 대한 그림을 어떻게 그리냐는 문제다.
우선 수많은 생명이 달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보 공개가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우리는 다수결로 밀어붙이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서 소수의 의견도 존중하는 내용적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민주주의의 발전에 맞춰 원전 문제도 투명하게 공개되고, 공론화 돼야한다.
또한 과거 값싼 전기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던 경제는 이제 그 끝이 보인다. 더이상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지 못한다. 새로운 에너지 산업에 투자함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한다.
10~20년 후에 사용하는 에너지는 달라질 것이다. 우리 사회는 재생에너지 100퍼센트 사회로 갈 수 있는 기술과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개인이 발전을 하고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렇게 변화하면 현재의 원전을 비롯한 발전소들은 필요없게 된다. 지금부터 그 사회를 준비해야한다. 정부는 원전에 대한 집착을 벗어나 미래의 먹거리 산업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탈핵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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