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꾸면 된다?
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꾸면 된다?
  • 박정섭
  • 승인 2019.01.17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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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박정섭의 ‘내 집짓기 해법’-3회

현대인들이 도심에서 전원으로 삶의 터를 옮기고 싶어 하는 욕구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임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러한 주거문화의 변화에 동참하여 내 집을 짓는다는 것은 분명 큰 즐거움이다. 더구나 도시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 전원주택을 마련한다는 것은 일생동안 단 한번 있을까한 가슴 벅찬 기쁨이고 기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연습 삼아 한번 집을 지어본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사람은 늘 착각이나 오류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어 집짓기의 첫걸음부터 시행착오가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현상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도처에서 이와 같은 시행착오가 반복되고 있는 까닭은 아마 사람들이 자기가 알고 있는 만큼만 볼려고 하며 그 테두리 안에서 매사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습성이 있다는 사실을 가끔 망각하기 때문일 것이리라 본다. 또한 해당분야 전문가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 척 하지만 진정으로 건축주가 마음의 문을 열어젖히고 전문가의 기술력과 오랜 경험을 인정하는 데는 더더욱 인색하기 때문인 것으로도 짐작된다.

누구든 돈 없애고 속 편한 사람 없듯이 내 집을 짓기 위한 과정에서의 지나간 시행착오에 대해 “얼마짜리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해버리고 넘기기엔 그로 인한 비용 낭비는 너무나 큰 액수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에, 다가오는 전원주택 대중화 시대를 앞두고 찌든 도시의 울타리를 벗어나 전원생활의 정취와 여유로움을 설계하는 분들에게 터 고르기부터 준공ㆍ입주해서 터다지기까지 전반적인 과정상 겪기 쉬운 시행착오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그 요령에 대해 여섯가지 주제로 나누어 실무지침적인 내용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 글 싣는 순서 】

Ⅰ. 택지를 살 때 기본적으로 「체크」해야할 사항

Ⅱ. 설계의 중요성 인지는 예산절감의 지름길

Ⅲ. 공법의 선택에 따라 쾌적성이 달라진다

Ⅳ. 시공업체 선정시 이런 점을 유념하라

Ⅴ. 무조건 저렴한 「평당공사비」선택은 부실주택으로 돌아온다

Ⅵ. 건축주와 설계ㆍ시공자가 지켜야할 점이 있다

 

14평형-클래식
14평형-클래식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주택설계 요령

공사비와 직결해서 볼 때 불필요한 금액낭비를 줄이면서 실용적인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 ‘경제적인 설계’이다. 이에 그 실무적인 요령에 대해 열거해 본다.

① 지붕형태에 지나친 변화를 피하고 가능한 단순화 한다.

② 지붕의 경사도는 해당 지역의 적설량이나 강우량을 감안하되 박공지붕인 경우 약25~30도 이하의 표준 경사지붕으로 처리한다.

③ 주택 평면 형태는 장방형의 직사각형 형태가 가장 경제적이며 모서리 벽이 늘어날수록 공사비가 상승하기 때문에 기본 형태는 단순하게 처리하고 현관, 포치(Porch), 데크(Deck) 등 부가적인 요소를 첨가시켜 주택형태의 변화를 연출한다.

④ 설계의 표준화와 규격화된 자재를 적용하는 것이 원가절감과 하자예방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⑤ 반드시 2층 주택으로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 가능한 단층구조에 부분 다락공간을 활용함이 2층 구조보다는 약간의 공사비가 절약될 수도 있다.

⑥ 현장시공식 목조주택인 경우 1층 바닥구조체는 목조 건식공법보다 콘크리트 슬라브구조가 다소 저렴하다.

⑦ 실내 천정은 필요한 부분만 경사천정을 채택하되 평천정이 경제적이다.

⑧ 설비배관은 배관길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욕실, 주방, 다용도실 등 연계 공간을 짜임새 있게 집중 배치한다.

⑨ 실내 마감자재는 일부 차별화하여 고급스럽게 하고 싶은 공간을 별도 선정하고 나머지는 중급화 처리해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고급스럽게 연출할 수 있다.

⑩ 외부 데크(Deck)를 최대한 수용·설치해서 내외부 공간을 연결시킬 뿐만 아니라 외부 데크 면적을 적극적인 생활공간으로 활용토록 설계상 차원있는 테크닉을 구사한다.

⑪ 거실, 주방, 식당, 가족실로 이어지는 주 생활공간의 유기적인 연계성을 부여한다.

⑫ 주부들의 주 활동공간을 편리하게 유도할 필수적인 요소들을 반영한다.

⑬ 가족중심 공간(Family room)을 필히 확보한다.

⑭ 침실은 물론이고 욕실 또한 이제는 휴식공간 개념으로 연출한다.

⑮ 각 방마다 장롱 대신 붙박이장을 설치하고 안방쪽에는 계절별로 옷 보관이 용이하도록 별도 드레스룸(Dress room)을 둔다.

 

▲우리나라 주거문화 및 환경에 맞는 설계

흔히 멋지게 보이는 외국주택 도면을 복사해서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어 이때 예상되는 문제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생활습관과 주거패턴이 다르고 우리만의 고유 정서가 있으며 주거문화적인 의식구조의 차이가 있으므로, 한국식 주택설계시 반영되어야할 필수조건들을 정리해 본다.

① 좌식 생활습관상 난방 방식은 라디에이터 시스템보다는 바닥난방 방식을 채택한다.

② 양변기, 세면대의 바닥 마감은 우리가 카펫(Carpet)문화가 아니므로 전체적으로 물 사용이 가능하도록 타일, 석재 또는 방습마루로 마감한다.

③ 주방으로부터 가까운 위치에 세탁기 및 손세탁 기능을 반영하고 장기간 보관 음식물 수납을 위한 김치냉장고, 냄새 또는 연기를 유발하는 음식조리용 보조싱크대 등 다용도 기능공간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④ 신발을 신은 채 입실하는 외국 문화와는 달리 신발 수납이나 악취 환기를 감안해야하고, 현관 내부에 중문을 설치하여 현관이 바깥바람의 집안유입을 1차 차단하는 방충·방풍실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우리 환경에 부합되는 현관구조를 고려해야 한다.

⑤ 잡동사니가 많은 생활양식을 고려해 짜임새 있게 실내 수납공간을 극대화 한다.

⑥ 주차장은 주택건물 내부에 서구식 차고(Garage) 형태로 설계하지 않고 옥외 주차로 배치하거나, 주택과는 분리시켜 별개의 차고로 축조함이 현행 법규상 유리하다.

⑦ 사계절의 구분이 뚜렷하므로 각 실의 채광을 위한 향 배치개념을 중요시하는 한편, 법규상 면적에 산입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처마 또는 캐노피(Canopy)를 적정길이로 설계함으로써 여름철 직사광선의 유입을 차단하고 비 들이침을 방지하는 효과를 내도록 한다.

 

26평형-모던
26평형-모던

▲디테일한 마감설계 및 정확한 자재 산출

설계도면 작성시 예산에 맞는 마감 수준을 결정하고, 부위별로 선정된 마감자재를 도면상에 상세하게 표기함으로써 누락됨이 없는 공사비 책정이 중요하다. 이는 곧, 추후에 당초 예산보다 공사비가 초과됨으로 인한 착오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재 역시 공사도중에 과부족이 발생되지 않도록 정확하게 물량을 산출하는 능력 또한 건축주의 예산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설계자·시공자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식 경량목구조 주택인 경우 정석 공법대로 시공하기 위해서 반드시 요소요소에 투입되어야 하는 부속자재들을 빠짐없이 산출, 적용하여 부실주택이 되지 않도록 함은 목조주택 설계 및 시공현장에서의 산 경험을 통해서만이 습득할 수 있는 노하우(Know-how)이므로 시공업체 선정시 건축주의 시행착오 없는 판단이 요구된다.

 

▲공사 중도에 설계변경은 금물

공사 진행 도중에 중도 설계변경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지양해야 한다. “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꾼다”는 사고방식은 단순히 자재의 낭비뿐만 아니라 설계변경으로 인한 부족자재 수급에 따른 공기지연, 재시공에 의한 자재비·인건비 손실 등을 초래하게 된다.

공사 마무리 또한 조잡해질 우려가 있으며, 내부 레이아웃(Lay-out) 변경으로 인해 다른 공간과 연계하여 파생되는 문제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잦은 설계변경으로 재시공이 반복될 경우에는 현장 작업자 개개인의 사기 저하로 간혹 불성실한 시공을 초래할 수도 있다. 결국 건축주에게 불리한 결과로 돌아오게 되므로 건축주는 당초부터 설계자와의 협의과정에서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설계내용을 확정시킨 후 뒤죽박죽이 되지 않게 공정순서와 절차에 따라 시행함이 가장 바람직하다.

결론적으로, 오랜 계획과 실행 끝에 완성된 주택이 외관상 남보기에는 그럴싸해도 내용적으로 부실주택이거나 기능면에서 건축주에게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이것은 분명 불편한 집이 아닐 수 없다.

전원속의 멋진 내 집을 꿈꾸는 사람들이 안락하고 편리하면서도 정서가 흐르는 쉼터로서의 내집이 축조될 수 있도록, 주택을 짓는 과정상 간혹 소홀하기 쉬운 ‘설계작업의 중요성’에 반드시 비중을 두어 제반 시행착오를 미연에 방지하고 예산을 절감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기사이어집니다.>

 

박정섭

 

- Hi-housing 대표
- 박정섭 목조건축디자인연구소 소장
-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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