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살’을 구하는 사회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살’을 구하는 사회
  • 이석원 기자
  • 승인 2019.10.15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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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기획]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살아보기 / 이석원
스웨덴 사람들은 자살이 특정한 남의 일이라고 여기기보다는 누구나 그 충동의 범위에 있다는 생각으로 자살 충동자들을 대하려고 한다. 이것도 자살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정서가 되고 있다.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스웨덴 사람들. (사진 = 이석원)
스웨덴 사람들은 자살이 특정한 남의 일이라고 여기기보다는 누구나 그 충동의 범위에 있다는 생각으로 자살 충동자들을 대하려고 한다. 이것도 자살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정서가 되고 있다.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스웨덴 사람들. ⓒ위클리서울/이석원 기자

[위클리서울=이석원 기자]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솔렌투나(Sollentuna)에 살고 있는 크리스틴(32)은 8년 전인 24살 때 2번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었다. 당시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크리스틴은 심각한 대인 기피에 공황 장애까지 앓고 있었고, 초기 조현병 증상에 시달리기도 했던 것이다.

한 번은 근처에 살고 있는 엄마에 의해, 또 한 번은 친구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크리스틴은 이후 병원의 심리 상담 치료와 코뮌에서 운영하는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치유 모임을 통해 우울증을 치료했고, 공황 장애까지도 나았다.

약 3년에 걸친 치료를 통해 크리스틴은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돼 새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 살고 싶지 않았던 심리는 완전히 치유가 돼 삶의 활력이 넘쳤고, 그전까지도 거의 집에만 있던 그는 코뮌에서 운영하는 여성 축구팀에도 들었다.

무엇보다 크리스틴은 자신이 경험했던 지옥과도 같았던 유혹을 느끼는 다른 사람들을 치유하는 사람이 됐다. 1년 간 공부한 후 그는 심리 상담사 자격을 땄고, 자살 충동과 알콜 중독을 지료하는 심리 상담가가 된 것이다.

최근에도 크리스틴이 담당하는 피상담자 중에는 10대 청소년들이 많다. 그들이 우울증을 앓고 자살 충동을 겪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주위에서 조금의 관심만 기울이고, 적극적인 심리 상담을 진행하면 어렵지 않게 자살 충동을 극복할 수 있는 아이들이었다.

한 차례의 자살 시도 후 엄마 손에 이끌려 크리스틴이 있는 코뮌의 심리 상담소를 찾은 고등학생일 엘리자벳은 요즘 증가 한결 호전된 후 크리스틴처럼 자신도 심리 상담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크리스틴은 엘리자벳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심리 상담가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약속했다. 이미 엘리자벳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던 친구 2명을 심리 상담소로 이끌면서 심리 상담가의 자질을 발휘하기도 했다.

오래전 우리가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를 통해 배웠던 것이 ‘세계 자살률 1위는 스웨덴’이라는 말이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복지 정책을 가지고 있는 행복한 나라가 왜 자살률 1위일까 의아했지만, 그것 사실이었다.

그러나 꾸준하게 자살을 예방해온 결과 스웨덴은 현재 자살률이 상당히 낮은 나라 중 하나다. 2016년 OECD의 국가별 자살률 데이터를 보면 스웨덴은 인구 10만 명 당 자살률이 11.2명으로, 11.8명인 뉴질랜드와 12.8명인 호주, 그리고 13. 1명인 프랑스와 15.8명인 벨기에 보다 낮다. 심지어 한국은 25.8명으로 스웨덴보다 2배를 훌쩍 넘기고 있다.

1990년 대 초반만 해도 분명 스웨덴은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였다. 이 시기 극심한 경제 위기로 인해 대량 해고로 인한 실작자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사회 불안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위태로운 심리로 이어졌고, 자살률이 정점에 이르렀던 것이다.

동시에 이 시기 스웨덴 중앙 정부는 물론 각 코뮌에서도 자살에 대한 사회적 심각성을 깨닫고 자살률을 줄이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시작했다.

 

1990년대 초까지도 세계 자살률 1위였던 스웨덴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살 예방에 비교적 성공한 편이다. 지금은 OECD에서도 자살률이 낮은 나라에 속한다. 사진은 스톡홀름 전경. (사진 = 이석원)
1990년대 초까지도 세계 자살률 1위였던 스웨덴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살 예방에 비교적 성공한 편이다. 지금은 OECD에서도 자살률이 낮은 나라에 속한다. 사진은 스톡홀름 전경. ⓒ위클리서울/이석원 기자

시기상으로 계속 업그레이드가 됐지만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는 자살 예방을 위한 조치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를 확충한 것이다. 아무래도 소득이 낮은 층에서 우울증도 심하고 자살에 대한 충동도 많을 것이기 때문에 저소득층이 일상 속에서 지나친 부족함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회보험을 확대하고 일자리를 늘려주고 있다.

둘째, 술의 문제를 점검하고 있다. 자살 위험군 중에는 상대적으로 알콜 중독자도 많다. 각 코뮌에서는 알콜 중독자로 분류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주류 판매를 제한한다거나 중독 예방 프로그램을 적극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스웨덴에서의 자살 시도가 주로 총기나 약물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총기 규제와 항우울제 등의 강한 약품 구매 제한 등을 적극 추진한다. 스웨덴도 총기 휴대가 허가제이기 때문에 개인이 휴대한 총이 적지 않다.

넷째, 코뮌이나 학교, 직장 등에서 자체적으로 상담 시설을 편안하게 운영한다. 병원에서 심리 상담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접근의 용이성 등을 감안해 찾아가기 쉽고 부담이 적은 인접성에 근거한 편한 심리 상담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다.

다섯째, 자살 시도자를 만났을 때 어떻게 그들을 대하고 조치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주는 정보의 제공이다. 누구나 자살 시도자가 될 수도 있고, 그렇기에 누구나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는 취지다. 인터넷과 교육을 통해 주로 이런 정보 제공이 이뤄진다.

여섯째, 위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사회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누구나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살이 특별한 남의 일이 아닌 모두의 일이라고 인식하게 화는 것이다.

일곱째, 의사와 심리 상담가 뿐 아니라 교사와 경찰, 종교인 등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들을 적극 양성하고 교육하는 일이다. 실제 스웨덴은 OECD 국가에서도 시민 10만명 당 자살 심리 상담가의 수가 가장 많은 나라다. 뿐만 아니라 경찰과 응급요원들에게도 별도의 자살 방지 교육을 시키고 있다.

여덟째, 자살 사건이 발생한 후 이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을 실시하고 데이터를 만들어 놓는다.

크리스틴처럼 본인이 자살 시도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자살을 예방하는 일에 종사하는 일이 적지 않다. 스스로가 치유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을 치유하려는 의지가 생긴 것이다.

스웨덴 정부는 아직도 매해 조금 씩 늘어나는 자살 시도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끊임없는 관심이 결국 해결책들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석원 님은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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