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역사 춘포역
가장 오래된 역사 춘포역
  • 고홍석 기자
  • 승인 2021.01.12 1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세상] 고홍석

[위클리서울=고홍석 기자]

ⓒ위클리서울/ 고홍석 기자
ⓒ위클리서울/ 고홍석 기자

 

일제강점기에 일본 사람(놈)들이 `들이 넓다`고 큰 대(大), 마당 장(場) 자를 써서 대장역으로 출발하였으나,

주민의 의견에 따라 대장촌이 `봄나루`라는 ‘춘포(春浦)’로 바뀌면서 춘포역이 되었습니다.

옛날에 군산 앞바다에서 만경강을 타고 배가 그곳까지 들어오고,

그러니 자연스레 시장도 서고 나루도 있었다고 합니다.

거의 20분 간격으로 무궁화호, 새마을호 등 열차는 늘상 지나가지만

1993년 비둘기호 승차권 발매중지,

1997년 역원배치 간이역으로,

2004년 화물·소화물 취급중지,

2005년 역원 무배치 간이역으로 격하하였습니다.

이렇게 헌 고무신짝 취급을 받던 무인역인 춘포역은 상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파국을 향해 치달리는 우리 시대의 눈물’로

2004년 환경단체 ‘풀꽃 세상을 위한 모임’이 준 ‘풀꽃상’이 바로 그 상입니다.

빠르게 달려야만 하는 속도 경쟁 속에서 한가로운 여유는 구시대의 버려야 할 가치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구부러지고 또 구부러지며,

굽이굽이 마을과 그곳에 살고 있는 마을사람들을 다 품어 나르는 간이역.

단 한 사람을 태우기 위해 그처럼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멀리 돌아갈 줄 아는 간이역.

직선과 속도로는 도달할 수 없는 그곳인 춘포역 철길은 그리움의 기억처럼 저녁나절 붉은 햇빛을 반사하고 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철길을 촬영하는데,

문득 대학 다닐 때 축제기간 중에 동아리에서 연출한 연극에 단역배우로 출연(?)하여

"이 열차는 순환열차이기 때문에 떠나는 곳이 곧 종착역입니다"라는 대사 한 마디만 하고 퇴장하였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언제부턴가 나이들어 갈수록 계절의 순환인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원형의 고리 형태로 순환하는 것이 아니라,

직렬로 배치되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른 봄, 다른 여름, 다른 가을, 다른 겨울,

그리고 또 다른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으로 순환하는 것 같습니다.

 

작년의 봄과 금년의 봄이 다르다는 것은 다른 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원형의 순환은 무한하나,

직렬의 진행은 곧 마지막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로 `떠나는 곳이 곧 종착역`인 순환열차처럼 사계의 순환도 그러는 것 같습니다.

붉은 해를 반사하고 있는 철길 위를 달리는 열차의 꽁무니를 바라보고 있자니

남은 시간이 살아온 시간보다 훨씬 적다는 생각,

홀로 뜨거운 차를 마실 때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느낌,

 

바로 그 정갈한 고독감이 느닷없이 설움으로 복받쳐 오릅니다.

 

 

 

 

<고홍석 님은 전 전북대 교수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