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서울=강진수 기자] 63.새벽 일찍 태즈, 형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은 호스텔을 나서 버스에 올랐다. 차창에 기대 잠깐 잠이 들었을까. 따뜻한 아침 햇살이 차 안으로 스미고 고개를 들어 창 너머를 바라보았다. 멀리서 보이는 빙하의 모습,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빙하라는 모레노 빙하가 저 멀리에 희끗희끗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 차가 멈춰 서고 아직은 멀리 떨어진 빙하를 앞에 둔 채로 사람들은 사진을 찍었다. 5분 안에 얼른 사진을 찍고 다시 서둘러 버스에 올랐다. 이것은 맛보기에 불과했다. 빙하 바로 앞 전망대에 갈 뿐만 아니
[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 아들이 군대를 간다. 첫째 아들은 작년에 군대를 갔고 이번엔 둘째 아들이다. 이런 상황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나는 드디어 자유!” 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왠지 무작정 좋아라 할 수만은 없는 것이 아이들은 군대를 가기 전 학교를 휴학하고 짧은 우울증 같은 시기를 겪는데 대략 이런 느낌인 것 같았다.“봄날은 가고 혹독한 겨울만이 날 기다리고 있구나.”그러니 위로의 말을 해준다거나 맛있는 거라도 만들어 듬뿍 먹여야할 텐데 그것 또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첫째를 통해 알게 됐다. 그래서 둘째
[위클리서울=이석원 기자] 지난 6일 스웨덴 정가는 물론 시민들도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현 정부의 외교 장관인 마고 발스트룀(Margot Wallström. 64)이 느닷없이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스웨덴 최대 일간지인 다겐스 뉘헤테르(DN)는 이날 발스트룀 장관이 전격적으로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잇따라 각 일간지와 방송사는 물론 SNS도 그의 외교 장관직 사임 소식을 전했다.발스트룀 장관의 사임 발표가 충격을 준 것은, 그가 최근 20년 내 스웨덴에서 가장 의미 있는 외교 장관으로 이름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위클리서울=김일경 기자]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어 중학교의 난타 동아리 수업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2학기 첫 수업을 가기 전 나는 아이들 이름과 사진 속 얼굴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수업내용과 앞으로의 진도를 점검했다. 학교 축제일까지 단 4회만을 남겨 둔 시점. 긴장도 되고 아이들을 만날 생각에 두려움과 약간의 설레는 마음도 생겼다. 마냥 두렵기만 하던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니 기분이 좋아졌다.그러나 너무 마음을 놓고 있었던 탓일까. 늦여름 열기가 기승을 부리던 2학기 첫 수업 날. 난데없는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내 나이 38세.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안정적인 한국생활을 뒤로 하고 타국에서 하루아침에 외노자(외국인 노동자의 준말) 신세가 되었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아프리카만큼 멀게만 느껴졌던 중국이라는 나라,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38살 아줌마의 중국 체험기, 지금부터 시작해본다. 딸이 국제학교에 다닌 지 어언 3주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딸만 바쁜 게 아니라 엄마인 나도 매일 위챗과 전자우편, 학교 관련 앱(스쿨스버디, 시소)을 오가며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일단 위챗(微信 wēix
[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 마트에서 오늘. 씽씽한 가을 꽃게를 100g에 940원에 판매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만원이면 소자는 여섯. 중자로 다섯. 대자 네 마리 정도를 살 수 있다. 이 말은 A+ 안심과 등심을 50% 세일가로 파는 것과 비슷한 행사라 나는 아침부터 부리나케 집을 나섰다.사람들이 집게를 하나씩 집어 들고 꽃게를 찔러대고 들어 올리고 뒤집어대는 통에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닌 상황이었다. 종이 상자를 하나씩 비껴 차고 남편이 고르면 아내는 “어머 어머~”하며 받아 담고, 애들은 발을 구르며 “나도 만져 볼 거야~
[위클리서울=이석원 기자] 스웨덴 소설 중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너머 도망친 100세 노인(원제 : Hundraåringen som klev ut genom fönstret och försvann)’과 더불어 최고의 베스트셀러 소설로 통하는 ‘오베라는 남자(원제 : En man som heter Ove)’의 작가 프레드릭 베크만은 “발콩(Balkong. 발코니의 스웨덴어)에서 커피를 마시며 작품을 쓰기 위해 타자를 칠 때 가장 행복하다. 내 작품은 발콩에서 태어난다”고 말했다.아바(ABBA)의 멤버였던 베니 안데르손(Benny An
[위클리서울=이석원 기자]스웨덴은 익히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몇 개의 기업 가문, 즉 재벌이 스웨덴 산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발렌베리(Wallenberg) 가문이 존재한다.발렌베리 가문이 이끄는 발렌베리 그룹은 스웨덴 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도 가장 큰 대기업 집단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기업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세계적인 가전 회사인 일렉트로룩스를 비롯해 통신 회사인 에릭손도 발렌베리 그룹의 소유다
[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 내 고향은 부산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19년을 살고 스무 살 때 대학을 가면서 가족이 모두 서울로 이사를 왔다. 부산시 서구 동대신동이 내 고향 주소다. 어린 시절, 이사를 많이 다녀 어디가 딱히 고향이라고 말하기 뭐하다는 친구들도 있는 걸 보면 태어난 동네에서 19년을 살았고 내 고향을 정확히 어디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건 어찌 보면 나름 행운이다. 부산에서 열아홉 살 때 서울로 이사를 왔고 결혼을 하면서 대전에서 신혼 생활을 했다. 큰 아이를 낳고나서 다시 서울 상도동으로 이사를 했고 그 다음은
[위클리서울=강진수 기자]61.푸에르토나탈레스를 떠난 건 이른 새벽, 토레스 델 파이네를 가기 위해 들렀었던 버스 터미널에서 엘칼라파테로 가는 버스를 찾을 수 있다. 잠이 덜 깬 눈을 부비며 가방을 짐칸에 싣고 좌석에 앉자마자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남부를 차지하고 있는 파타고니아는 넓고도 넓어 버스로 한참을 달려야 겨우 국경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의식도 없이 침을 흘리며 꿈을 꾸고 있을 때, 승무원이 우리의 어깨를 건드리며 일어나라고 말했다. 드디어 아르헨티나에 도착했다. 우리의 마지막 여정이 기다리는 마지막
[위클리서울=김일경 기자] 난타를 시작한 지 10여년이 되어 간다. 교육생이었을 때는 행동이 훨씬 자유로웠다. 몸이 아프거나 다른 일정과 겹치면 결석도 할 수 있었지만 강사가 되고부터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꼬박꼬박 수업 시간을 지켜야 했다. 아파서 쉬고 싶어도, 아이들 학교에 참석해야 할 일이 생겨도 프리랜서 강사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타 강사를 섭외해서 대신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왠지 그건 내 스스로가 허락할 수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자초지종을 회원들께 설명해 드리고 휴강을 한 후 보충 수업을 진행하는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내 나이 38세.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안정적인 한국생활을 뒤로 하고 타국에서 하루아침에 외노자(외국인 노동자의 준말) 신세가 되었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아프리카만큼 멀게만 느껴졌던 중국이라는 나라,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38살 아줌마의 중국 체험기, 지금부터 시작해본다. 2019년 8월 14일 수요일, 대망의 아침이 밝았다.‘아기다리고기다리던데이트’가 아니라, 6살 딸내미의 ‘아기다리고기다리던첫등교’일이다.아파트 단지 앞에서 학교버스를 타는 시각이 오전 7시 18분이기에 오전 6시
[위클리서울=이석원 기자]문재인 대통령 국빈 방문 후 더욱 높아진 한국 관심 반영북유럽에서 울리는 유일한 한국 문화의 외침 소리인 ‘2019 한국문화축제(Korean Culture Festival 2019)가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중심가 ’왕의 정원‘ 쿵스트래드고덴(Kungsträgården)에서 오는 24일 토요일 오후 12시부터 저녁 9시까지 화려하게 열린다.지난 2016년 첫 선을 보인 이후 올해 네 번째를 맞는 ‘한국문화축제’는 아직까지 한국의 문화와 삶에 익숙지 않은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사람들에게 우수하고 알차며 화려
[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 나는 오늘 드디어 가출을 한다. 29년 만이다. 22살 때에 집을 나가 절에서 1년을 살았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은 내 인생 전반에 거쳐 영향을 . 그리고 오늘 나는 남편에게 는 소리를 들었다.“나 일주일 동안 혼자 여행 좀 다녀올게.”“미쳤구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서 그래?!”그래. 나는 모른다. 아니 안다고 해도 무섭지 않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거기서 거기지 무섭긴 뭐가 무섭다고 그러냐고 맞받아쳤고 남편은 갈 거면 호적에서 파버리겠다고 되받아쳤다. 그러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
[위클리서울=이석원 기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석사 유학 중인 강호정 씨(29. 가명)에게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옥션(Auktion) 찾아다니기’다. 호정 씨가 가는 옥션에서는 중고품을 거래한다. 거의 개인 소장품들이다. 구입보다는. 물건들을 둘러보고 남들의 경매 모습을 구경하는 것을 즐긴다.호정 씨가 즐겨 찾는 옥션은 스톡홀름에 있기도하고, 때로는 기차를 타고 스톡홀름 외곽에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스톡홀름에서 기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스웨덴 중부 모라(Mora)라는 곳 옥션에 가서 근사한 그림 한 점을 단돈 100크로나(
[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내가 어렸을 때. 술이라는 건 남자만 마실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때도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까지 쭈욱 그랬다. 술을 여자가 마셔도 별 문제 될 게 없다는 걸 알게 된 건 대학에 들어가고 난 이후였다. 요즘도 그렇지만 처음 대학에 들어가면 신입생 환영회다 뭐다 그러며 틈만 나면 술을 마시게 했다. 그런데 나는 그 흔한 맥주조차 한 모금 마셔보지 않고 대학에 들어갔던 터라 그 시간이 너무 고역이었다.지금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그때의 나는 비교적 순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짧은 바가지 머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내 나이 38세.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안정적인 한국생활을 뒤로 하고 타국에서 하루아침에 외노자(외국인 노동자의 준말) 신세가 되었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아프리카만큼 멀게만 느껴졌던 중국이라는 나라,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38살 아줌마의 중국 체험기, 지금부터 시작해본다. 때는 바야흐로 2013년 6월, 어언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남편과 나는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로 여름휴가를 간 참이었다. 휴양 목적이니 고급스러운 리조트에 묵어보자 싶어 인기 있는 대형 리조트 중 한
[위클리서울=강진수 기자]59.새벽 4시 즘 일출을 보기 위해 서둘러 일어났다. 이미 주변에서도 일출을 보러 토레스 삼봉을 오르기 위해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도 가져온 랜턴을 들고 아침도 거른 상태로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따라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경사도 있고 돌산인지라 새벽부터 빈속에 오르기엔 꽤나 버거웠다. 게다가 조그만 랜턴 불만을 따라 산을 올라야 해서 아직 컴컴한 주변에 겁부터 덜컥 났다. 처음엔 사람들을 따라 올라가면 됐지만, 점점 올라갈수록 사람들이 뒤처지거나 앞서가 흩어지게 되면서 랜턴 불빛에 더
[위클리서울=이석원 기자]1969년 68세의 스웨덴 총리 에를란데르는 고민에 빠졌다.지난 해 총선거에서 사민당은 사상 처음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단독 정부를 구성했다. 물론 에를란데르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그리고 총선 직후 그는 1년 안에 총리에서 물러나고 젊고 새로운 지도자가 스웨덴을 이끌게 하겠다고 공언했다.그러나 그의 고민은 자신의 뒤를 이을 차기 총리가 아니었다. 이미 자신의 보좌관 출신이며 스웨덴의 떠오르는 샛별인 42세의 올로프 팔메에게 총리 자리를 물려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의 고민은, 퇴임 후 어디에서 살아야 하
[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작년에 게재한 는 이렇게 시작했다.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는 자료만 습득하다보면 현장의 중요성이나 감각이 경험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놓치게 된다. 친절한 자료도 좋지만 온 몸을 사용한 동(動)적인 학습을 요구하는 박물관에 가는 건 어떨까.’ 학교에서 배운 다양한 지식을 내 것으로 체화하고 졸업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우습게도 내가 썼던 글에서 힌트를 얻었다. 4년 동안 무수한 가르침을 준 책과 강의가 아닌 다른 매체로 공부를 정리해보자는 결론에 도달한 것. 그렇게 국어국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