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리영희상’ 수상,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독성화학공장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도 심각하다.

▲ 국내에 화학물질을 만들고 가공하는 화학공업업체들이 매우 많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의 경제활동에 비교했을 때 화학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 특히 원유를 정제해서 만드는 화학제품 가공 산업이 발달해 있다. 대규모 화학 산업단지만 해도 남해의 여수와 여천에 분포해있고, 울산·충청지방 등에도 산재해 있다. 환경오염에 의한 환경피해문제 등 때문에 이전부터 주민들을 대부분 이주시켰다. 그럼에도 아직 문제가 많다. 이주를 했지만 멀리 못가고 공장 근처에 사는 이주자가 많아 문제의 소지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화학 산업이 석유와 석탄 등의 물질을 쓰는데다 휘발성이고 분진 등 오염 물질이 인근지역으로 확산되어 나타나는 공해의 영향도 크다. 특히 자극적인 독성물질이 날아와 피부가 가렵고 기침과 천식, 아토피 등이 발생한다. 이것이 만성화 내지는 전신질병으로 바뀌면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어렵지만 정부와 관계 기관이 지속적으로 연구를 해야 한다.

 

 

-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1급 발암물질인 석면관리 실태는 어떤가.

▲ 석면은 일제시대 당시 중요한 군수물자였다. 주로 군함이나 선박을 건조할 때에 많이 쓰였는데 항해 중 배에 화재가 날 것에 대비해 소방단열 재료로 쓰였다. 배는 철로 만들어져 있어서 화재가 나면 금방 뜨겁게 달궈지기 때문이다. 철판에 시멘트와 석면을 섞어 ‘뿜칠’ 형태로 붙여 사용했다. 1960년대까지는 주로 선박 단열재로 쓰였다. 그러다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석면을 사용했던 건물이 1968년에 세운 종로의 삼일빌딩이다. 그 당시 주변에 지은 고층빌딩들이 대개 그런 방식이었다. 그로부터 1990년대까지 아미텍스나 석면텍스를 쓰고 있어서 위험성은 낮다. 문제는 비석면텍스는 응집력이 약해 한번 물에 닿으면 구멍이 뚫리면서 떨어지는 단점이 있고 일반 석면은 물이 닿으면 누렇게 변색이 된다는 점이다.

 

 

- 우리나라에서 석면광산의 실태는 어떤가.

▲ 한반도에서 폐 석면광산이 일제시대에 많이 개발됐는데 남한에만 약 20여 곳이 있었다. 석면은 일종의 변성암이다. 오랜 세월동안 지열과 지압을 받아서 형성된 광맥이 많은 곳에 분포한다. 이런 지질학적 특성에 따라 충청지방과 경상남도·소백산맥·영주 지방에 석면 광산이 있다. 이것이 마지막으로 폐광된 시기가 1983년이다. 문제는 그동안 석면광산에서 경제성이 높은 질 좋은 석면을 캐내고 난 뒤 버린 일부 광해(鑛害)물질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경제적 효용가치가 없는 잡석 찌꺼기 석면가루가 적지만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잡석을 건설업자들이 다시 캐내서 못 쓰는 땅을 복토하는데 쓰거나 공원과 강, 하천 주변공사 등에 쓰면서 한때 문제가 심각했었다.

 

 

- 고리원전 지역 주민들의 갑상선암 실태도 조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 국내 1호 원전인 고리원전 지역주민들에 대한 갑상선암 발생 관련성을 이전에 다른 사람이 조사했었다.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주민들의 갑상선암이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전체적인 상황으로 봤을 때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하는 의구심이 들어서 지난 2013년에 직접 재분석을 했다. 논점이 되는 이슈가 몇 가지 있다. 먼저 고리원전 운용 초기 당시의 연구결과를 보면 환경방사능 노출수준이 현저히 낮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사능 수치가 낮았는데 어떻게 해서 암 발생은 증가 했는가’, 또 하나는 ‘갑상선암은 건강검진을 받으면 검진상 쉽게 발견되는 질환이어서 많아진 것이다’는 주장이었다. 갑상선암이 방사능과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결론이 난 것이다. 이것이 쟁점사항이었다. 그래서 당시의 여러 관련 자료들을 분석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보유한 1987년 당시 고리지역 방사능 수치자료 보고서를 본 결과로는, 고리원전이 운용상 미숙했다고 하더라도 초기에 상당히 많은 가동정지가 있었다. 원전가동 정지에 따른 외부기관감사 자료에서도 그 당시 방사능수치가 높았던 것으로 일부 나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여러 보고서를 검토해야 하지만 이 문제가 오래 됐기 때문에 당시 관련 자료들이 제대로 남아 있을지도 의문이다.

 

 

- 그렇다면 다른 원전들의 방사능 문제는 어떤가.

▲ 국내 원전 중 월성원전은 중수로다. 나머지 원전은 모두 경수로 방식이다. 1977년 고리 1호기 원전이 첫 가동을 한 이래 지난 2013년까지 약 100번 정도 가동이 정지됐었다. 그런데 그 100번 중 15%가 가동 첫 해에 발생한 것이다. 원전 온도가 좀 올라갔다거나 또는 원전계기의 센서가 고장이 나서 작동을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외에도 여러 사유들이 있다. 물론 초창기에 경험부족으로 원전운용을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 이에 비해 지금 현재 원전방사능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시각각 지속적으로 하고 있고 일부 환경단체와 관련 정당들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과거 오래된 원전 지역에 비하면 낮은 수치라고 본다.

 

 

- 밀양송전탑 건설 문제로 주민이 자살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고압송전선로의 전자파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데.

▲ 고압송전선로 전자파는 암을 일으킬 수 있다. 지난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시한 ‘전국 고압송전로 주변 지역주민 암 관련 건강영향조사 최종보고서’를 보고 정부에게 불리한 내용이 빠진 것을 지적했다. 전자파와 암 발병과는 어떠한 연관성이 없다는 정부의 주장에 제동을 걸었다. 특히 밀양의 고압송전로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 연구결과를 밝혔다. 지난 2002년 세계보건기구의 공식발표에서는 휴대폰 전자파도 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전자파는 AM 라디오 송신소에서도 발생하는데 인근에 거주하는 어린이에게서 백형별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다. 또 전자파에 노출되는 위험인구를 줄여야 한다. WHO가 지정한 전자파 발암가능성의 결정적인 원인은 4mG 이상 전자파에 지속적으로 노출됐을 경우다. 2010년 환경부가 밝힌 현재 우리나라의 전자파 위험인구는 전체의 약 5.5%로 280만 명 정도다. 2mG 이상은 11.9%에 580만 명 정도다. 전체적으로 대략 83%의 국민이 전자파 영향에 노출되어 있다고 볼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전자파 차폐시설을 갖춘 고압송전선로를 지중화(땅속 매립)해야 한다. 밀양 송전로 경우도 장기적으로 대용량 발전과 송전방식을 지양하고 단기적으로는 전자파 차폐시설을 통해 지중화 설치로 장거리 송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마지막으로 정부 등에 할 말이 있다면.

▲ 현재는 산업보건의학을 ‘직업환경의학’이라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산업보건의학의 시작은 1963년 정부가 산재보상법을 제정하면서부터다. 산재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주기 위해서 건강검진을 처음으로 시행한 것이 시초다. 소위 근로자 건강검진과 특수검진을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도화된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건강검진 즉, 1년에 1~2회 검진을 받는 검진법은 여전히 그대로다. 1960년대의 낡은 법체계나 검진의료수준이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 법에 따르면 그 건강검진 밖에 안 된다. 수십 년 전의 검진법을 속히 개선해야 한다. 문제는 법도 법이지만 무엇보다 현대산업사회에서 다양한 직업병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체계나 조기발견 시스템이 아쉽다. 관계 당국이 관리하는 검진노하우와 전문 의료진의 확보 문제도 심각하다. 미국의 경우 한국처럼 강제법적으로 1년에 몇 번 검진하라고 엄격히 제한하지 않는다. 물론 미미한 검진 등은 하지만 체계적이고 면밀한 검진이 필요한 부분은 국가가 담당한다. 그렇게 해서 조기에 해당질병을 찾아내 치료를 할 수 있다. 우리처럼 강제하는 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모든 미국인들은 국가의 관리 하에 질병검진을 받는다. 우리도 보다 실질적인 검진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법적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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