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전문가들, "노동자 건강권 위해 저임금·고용불안 해소 시급"

건강검진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돌봄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노동자들의 저임금 구조와 불안정한 고용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존에 가족이 담당하는 무급노동으로 인식됐던 돌봄노동은 고령화 등 사회 다변화로 인해 2000년대에 들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장애인활동지원제도, 무상보육제도 등 공식일자리로 제도화됐다.

특히 돌봄노동은 전체적인 규모에서도 2011년 53만2200여명에서 2021년 98만8100여명으로 10년간 2배 가까이 증가해 가장 빠르게 고용이 증가한 영역으로 꼽힌다.

그러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보육교사 등 돌봄노동자 526명을 대상으로 건강권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인, 장애인, 아동 등 돌봄대상에 대한 행동지원, 이동 및 정서지원 역할을 하는 돌봄노동자들에게 근골격계 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비스 대상자로부터의 폭언, 괴롭힘 등으로 인한 정신질환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돌봄노동은 1대다(多) 또는 1대1 구조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1대다 구조는 1인당 담당하는 이용자수가 많아 노동강도와 휴게시간의 문제가 발생하며 1대1 구조는 휴게시간과 휴가사용, 임금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 요양보호사는 야간에 1인이 담당하는 이용자가 20명을 넘나들어 현실적으로 휴게시간을 취하는 것이 어려우며 1대1 구조의 장애인활동지원사의 경우 실제로 교대제나 팀제 근무가 확보되지 않는 이상 휴게시간 부여가 불가능한 것이다.

또 감염 예방을 위한 매뉴얼이 구체적이지 않아 감염위험이 높고 시설 안전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시설 노후화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없었다. 돌봄보조 기구에 대한 투자나 지원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실제로 돌봄노동자 대부분은 자신에게 닥친 질병이나 재해를 산업재해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근무환경보다는 자신의 퇴행성질환이거나 부주의로 인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방문형(방문요양, 장애인활동지원사 등) 노동자의 경우 건강상 문제가 발생하면 서비스 이용자와의 매칭이 중단돼 고용이 중단될 수 있어 불이익이 생길 것을 오히려 두려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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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사회적 돌봄이 영리화돼 돌봄노동자 건강권의 문제 등이 이윤과 경쟁의 논리에 매몰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박대진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돌봄시장에 각종 민간기업의 무분별한 유입으로 인해 사회적 돌봄의 의미가 퇴색됐으며 경쟁이 심화됐다”며 “돌봄기관이 이윤 추구를 위해 인건비, 시설운영비 등을 축소하는 경쟁을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노동조건은 악화되고 건강과 관련된 문제는 부차화됐으며 노동자는 건강보다 임금과 고용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박대진 국장은 “민간기관에 돌봄서비스를 위임해 급여를 제공하는 형태로는 돌봄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힘들다”며 “사회서비스원을 확대하거나 국공립기관을 확충해 민간기관이 가지고 있는 건강권 문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국장은 “돌봄노동자의 저임금 구조와 불안정 고용을 개선하지 않으면 건강권 보장을 위한 어떠한 방안도 실효성이 없다”고 짚었다.

이에 그는 △생활임금 이상의 임금 지급 △돌봄노동의 상시·월급제·정규직 등 고용형태로의 안정화 등을 제언했다.

또 그는 “유급병가를 서비스 급여에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1대1 구조의 방문서비스 제공형태를 교대제로 제공하거나 팀제로 운영하거나 대체인력을 활용해 휴게시간 및 휴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돌봄노동자가 업무싱 이유로 갖게 된 질병 등을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권남표 직장갑질119 공인노무사는 “현행 산재의 증명을 노동자가 책임 지게 하고 있어 업종별 주요한 신체부담작업을 기록 및 녹음, 녹화해 자료로 보관해 인과관계 증명의 어려움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업무와 질병 등 재해와의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이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권남표 공인노무사는 “고령이나 기초질환이 업무상 이유로 악화될 수 있으나 개인적 부주의 또는 퇴행이라는 생각에 산재 신청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며 "노동조합 차원에서 집단 산재 신청 등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직업병 통계는 해당 직종의 산업안전보건 현황을 가늠하고, 안전보건조치의 효과를 평가하는 지표"라며 "직종별·성별 통계를 작성을 시작으로, 직종별 산재 승인 사례 등을 전수 조사해 현 상태를 진단하고, 돌봄노동자 건강권 확보에 필수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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