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김양미의 ‘해장국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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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 나는 책을 읽고 Facebook에다 가끔 리뷰를 남긴다.

이곳에는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쓴 다양한 서평들이 올라오곤 하는데 그걸 읽어보고 책을 살 때도 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 같은 경우, 서점에 직접 가서 이런저런 책들을 들춰보고 맘에 든다 싶으면 집어오게 된다. 다른 누군가가 책에 대해 써 논 글을 참고하기도 하지만 막상 책 몇 장을 읽어보고 나면 나와 스타일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이 책 정말 좋아요!'라고 말한다 해도 그게 나에게 맞는 건 아니다. 평점이 높고 베스트셀러 도장이 쾅 찍혔대도 내가 읽어봐서 와 닿지 않은 건 아닌 거니까.

리뷰를 올릴 때 기본적인 틀이 있는 건 아니지만 보통의 경우엔, 책 내용이나 작가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 그리고 자신이 읽고 느낀 점 등을 주로 쓴다. 하지만 나는, 책에 대해 서술하거나 인상 깊었던 문장을 소개하기 보다는 그 책을 읽으며 떠올리게 된 나의 이야기나 추억에 대한 글을 주로 쓴다. 한 마디로 내 맘대로 리뷰인 셈이다.

Facebook 특성상, 친구 맺기를 통해 알게 된 페친(페이스북 친구)이 책을 내게 되면 의리(?) 내지는 호기심(?)으로 책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페친의 책이 많이 팔리길 바라거나 혹은 조금 더 널리 알려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리뷰를 올리기도 할 거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 책에 대해 좋은 말을 써놨다고 해도 ‘책장사를 도와주려고 저러는구나’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요즘처럼 책이 안 팔리는 시대에, 설령 누군가의 리뷰를 보고 책을 샀다고 해도 그게 뭐 그리 억울한 일인가 싶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커피 한 잔에 케이크 한 조각만큼의 가격인 것을......

Facebook에 올라온 서평을 보고 사게 된 책들이 제법 있다.

좋은 것도 있었고 나한테 맞지 않는 책도 때로는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 산 걸 후회한 적은 없다. 어쩌면 내가 올린 리뷰를 보고 소개 된 책을 산 페친도 더러는 있을지 모른다. 보기엔 따라선, '저거 책 팔아주려고 오버하는 거 아냐'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을 거다.

온라인공간이라고는 하지만 이곳도 사람이 모이는 세상이다 보니 뒷말들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네임드 있는 사람이 누군가의 책에 대해 서평을 올리는 것은 책임감이 뒤따른다는 말도. 공정한 시각으로 책을 읽고 장단점 내지는 비평이나 혹평도 쓸 수 있어야만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뜻일 테다. 다행히, 그런 부담감을 가지지 않아도 될 만큼 나는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부담 없이 내 방식대로 글을 올리고 있다.

사실, 내가 학생일 때만해도(핸드폰이 없던 시절) 동네에는 크고 작은 서점들이 있었고 버스에서 책을 읽다 정거장을 지나쳐버리는 사람들도 더러는 보였다. 하지만 요즘은 어딜 가도 책을 읽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취직을 위해 도서관에서조차 영어 책이나 수험서를 들고 와 공부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대학을 가기 위해 중학교 때부터 학원으로 내몰린 학생들의 손에 소설책이나 시집이 들려있을 리도 없다. 한 마디로 책이 읽히지도 팔리지도 않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이런 시대에, 책을 쓰겠다고 들어앉아 있는 사람들은 참으로 고달프지 않겠나.

잘 나가는 시인이나 소설가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엔 이름 없고 가난한 글쟁이들이 훨씬(압도적으로) 더 많다. 그 사람들도 돈을 벌어야 먹고 살 수 있는 생활인이다. 죽어라 썼지만 책이 되어 나온 지 한 달도 못 돼 서점의 가판대에서 사라져 버리고, 아니 처음부터 그곳에 놓여진 적도 없이 사라지는 책들도 많다. 그런 분들의 책을 소개하고 서평을 올리고 소문 내주는 사람들이 나는 그래서 고맙다. 대형 출판사에서 몇 만부씩 찍어내는 유명한 작가들의 책도 있겠지만 초판 2천부 찍어놓고 맘 졸이는 작은 출판사도 많을 거다. 그런 책들이 이런 온라인 공간에서조차 소개되는 걸 눈치보고 뒷말에 신경 써야 된다면, 글쎄... 난 모르겠다. 설령, 책을 권한다 하더라도 그게 뭐 그리 문제될 게 있나 싶다. 억지로 권하는 술도 아닌데......

유익하고 수려하며 많은 지식을 담고 있어야만 좋은 책은 아니다. 그걸 사서 읽는 순간, 내 안에서 일어나는 반향은 누군가의 객관적인 평가로 이뤄질 수 없는 거니까.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글을 쓰고 있을 가난한 작가들에게
천상병 시인의 시 한 편 보내본다.

 

나의 가난은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 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서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

 

지금이 새벽 2시.

나는 이 시간에 부엌에 서서 김밥을 말고 있다.

밥에 참기름과 간장, 깨를 넣어 쓱쓱 비벼두고 날김을 가스 불에 앞뒤로 살짝 구운 다음 거기다 밥을 얇게 펴서 둘둘 말은...... 그러니까 아주 예전, 내가 어린 시절에 먹어본 그런 김밥이다. 이걸 말고 있는 이유는, ‘서교동에서 죽다’(고영범. 가쎄 출판)를 읽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이런 게 먹고 싶어진다. 이 책 역시, Facebook에 올라온 리뷰를 읽고 구입한 거다. 나는 이걸 읽으며 오랜만에 추억에 젖어 옛 기억들을 떠올려 본다.

시골에서 올라와 우리 집에서 시집 갈 때까지 함께 살았던 자야 언니는 지금쯤 호호 할머니가 돼 있으려나......

<김양미 님은 이외수 작가 밑에서 글 공부 중인 꿈꾸는 대한민국 아줌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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