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너의 이름은…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너의 이름은…
  • 류지연 기자
  • 승인 2019.12.24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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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류지연의 중국적응기 '소주만리'
국제학교 전경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드디어 오고야 말았다. 엄마들에게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그것의 이름은 바로… 방학!

학생이던 시절엔 그렇게 좋기만 하던 방학이, 엄마가 되니 가장 무서운 존재가 되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저 긴긴 하루가 무사히 흘러가기만을 바라며 방학의 문턱에 무릎 꿇을 수밖에.

가장 곤란했던 점은 딸아이가 12월 13일 방학식을 시작으로 1월 6일 개학식까지 장장 3주를 집에 있는데, 소주대학교 어학당은 1월 3일까지 설날(1월 1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줄곧 수업이 있다.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성탄절이 공휴일이 아닐뿐더러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성탄절 자체를 챙기지 않는다. 학교에서 캐롤도 전혀 배우지 않는단다. 오로지 상점에서만 분위기 진작을 위해 트리를 세우고 캐롤을 튼다고 한다.)

 

사진 1)중국의 대표 포털인 바이두(百度, Bǎidù)에 성탄절(圣诞节, Shèngdàn Jié)을 검색하면 뜨는 충격적인 연관(혹은 자동완성) 검색어들. 첫 번째는 ‘성탄절은 몇 월 며칠’, 두 번째는 ‘성탄절 영문(으로)’이다.
중국의 대표 포털인 바이두(百度, Bǎidù)에 성탄절(圣诞节, Shèngdàn Jié)을 검색하면 뜨는 충격적인 연관(혹은 자동완성) 검색어들. 첫 번째는 ‘성탄절은 몇 월 며칠’, 두 번째는 ‘성탄절 영문(으로)’이다.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처음에는 3주 내내 학교에 데리고 다닐까 하다가 아무래도 장장 3시간씩 아이를 옆에 앉혀놓고 수업을 듣는 건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같은 반 학생들에게도 못할 짓 같아서 어딘가를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한국놀이학교. 소주에 처음 왔을 당시 보냈던 놀이학교가 가장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경영난으로 올 가을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래서 등원 후보에서 탈락했던 다른 두 군데라도 감지덕지하는 마음으로 전화했다. 이전에 보냈던 놀이학교는 여름방학에 1~2주의 단기등원 아이들도 받아주는 걸 보았기에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소주에 와서 사귄 친구인 Y의 아들이 그렇게 단기등원을 했기에 돌아오는 겨울방학에도 둘을 같이 보내자고 한창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게 웬걸? 두 군데 다 단기등원은 받지 않는다고 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처음 보냈던 놀이학교는 이미 그때도 재정이 어려운 상황이라 단기등원생이라도 받아 운영비에 보탰던 게 아닌가 싶다.

첫 번째 희망이 물거품이 되고 나니 조급해진다. 한인정보방에 광고가 올라오는 학원들을 찾아 전화를 돌리기 시작한다.

가베학원이란 곳에 전화를 해보니 1주에 1~2회 정도 수업은 하지만 하루에 줄창 3시간씩 매일은 불가능하단다. 음악/미술 학원에 전화를 해보니 아직 방학 일정이 좀 남아서 특강 계획을 따로 안 짰단다. 방학이 3주밖에 안 남았는데….

잠깐 여기서 소주의 한인 대상 사교육 시장에 대해 한마디 하고 넘어갈까 한다. 사실 난 아직 아이가 어려 따로 과외를 시키거나 학원을 보내지 않았다. 또한 사교육을 지양하는 사람이어서 소주의 사교육 시장을 경험한 것은 아니다. 그저 지인들에게 듣는 바에 의하면 여기야말로 블루오션이라는 생각이 든다. 왕년에 사교육 시장에서 뛰었던 실력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어서 중국으로 건너와 돈을 갈퀴로 긁어모으라고 권하고 싶다. 외국에서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많은 서비스들이 그렇듯이, 품질 대비 가격은 비싸고 만족감은 떨어진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소주에 건너온 남편 회사 동료들의 부인들은 대부분 아이에게 중국어와 영어 과외를 시켰는데, 10살 아이의 영어과외비가 시간당 230위안~300위안(한화 약 3만9100원~5만1000원)이란다. 기겁을 했다. 그렇다고 소위 말하는 정통 미국, 영국인도 아니다. 과외선생 중에는 필리피노 혹은 영어권 국가에서 산 중국인들도 다수이다. 소주대에 같은 반인 나이지리아 학생도 오후 시간엔 영어 과외를 한다고 한다. 물어보니 나이지리아는 고유언어(부족언어)가 거의 사라지고 영어를 사용한다고는 한다. 하지만 그녀에게 배운 지인의 증언에 의하면 두 번이나 “Does he has…?”라고 가르쳐서 “Does he have…?”가 아니냐고 물어봤더니 그럼 다음 시간에 알아보고 오겠다며 책에 별표를 치길래 깜짝 놀랐다고 한다.

하물며 악기 교습도 비전공자에게 시간당 100~200위안씩 줘가며 배우는 실정이니 말 다했다. 더군다나 학원들은 얼마나 콧대가 높은지 시간도 학생이 아닌, 학원에 맞춰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직접 나서서 시간당 100위안에 그룹과외라도 모집하고픈 실정이다.

다시 음악/미술 학원으로 돌아가서, 아무래도 학원 입장에서는 방학이 최성수기일 텐데 방학을 3주 앞둔 시점에서도 아직 특강 계획이 따로 없다고 하니 참으로 태평성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소주대 수업을 듣는 다른 학부모에게 물어보니 A영어학원이 제법 괜찮단다. 오전 3시간(정확하게는 50분*3교시) 수업을 하는데 시간당 130위안(한화 약 2만2100원)이고 교재비는 별도라고.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1주일 보내는 가격이 무려 33만원이다.

그래도 보낼 데만 있는게 어딘가 싶어서 마음이 기운다. 하지만 시간이 묘하게 안 맞는다. 소주대 수업을 거의 절반을 날려야 통원을 시킬 수 있다. 아침에 시간당 100위안짜리 대학생 시터를 써서 등원을 부탁하면 수업 시간을 좀 덜 뺏길 수 있지만 시터까지 쓰자니 비용 대비 효과가 형편없다.

마지막으로 정보방에서 본 B학원에 전화를 건다. 보아하니 일종의 공부방인데 시간당 120위안. 마찬가지로 하루 3시간 수업이지만 일찍 데려다 놓고 늦게 데리러 가도 원장님이 옆에서 봐줄 수 있다고 한다. 놀거리와 간식을 가방에 넣어 보내기로 하고 1주일 등원을 결정한다. A영어학원보다는 아주 조금 싸지만 1주일 수업료에 교재비까지 하니 무려 2121위안(한화 약 36만570원)이다.

 

321위안(한화 약 5만4570원)의 교재비를 지불한 1주일 치 한글, 수학, 창의와 영재 교재. 가격만 보면 대학교 영어 원서 전공서적 정도 되는 느낌이다.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321위안(한화 약 5만4570원)의 교재비를 지불한 1주일 치 한글, 수학, 창의와 영재 교재. 가격만 보면 대학교 영어 원서 전공서적 정도 되는 느낌이다.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요즘 과외 시세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흡사 명문대생에게 한 달 과외를 받는 듯한 지출에 그저 가슴이 쓰릴 뿐. 주변에 아이 둘인 집들에 비하면 그나마 하나이니 낫다고 자위해 본다.

둘째 주는 남편이 휴가를 내어 절반은 겨울방학 특별여행, 절반은 아이를 돌보기로 했다. 마지막 한 주는 하루는 휴일(설날)이고 이틀은 소주대 기말고사라 평소보다 빨리 끝나니 아이를 데리고 등교하는 것으로 겨울방학 계획을 완료한다.

주변 엄마들을 보니 방학 동안 영어 공부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예 아이들을 데리고 필리핀이나 세부로 단기 어학연수를 가기도 한다. 지인의 경우 아이 둘을 데리고 4주간 필리핀에 갔는데 아이들은 하루 8시간씩, 엄마는 하루 4시간씩 영어를 배운단다. 1:1 수업과 그룹 수업을 적절히 섞어서 진행하는데 17년 전 필리핀에 어학연수를 간 친구에게 들었던 시스템이 아직도 그대로라니 놀라웠다.

엄마들이 선호하는 두 번째 선택지는 일시 귀국이다. 열악한 중국 병원에서 못 받은 진료를 한꺼번에 받으려고 병원 순례를 다니거나, 사교육에 집중하는 엄마들은 대치동 학원까지 아이를 보내 방학 특강을 듣고 오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부러웠던 엄마는 바로, 친구 Y이다. Y의 아들은 국제학교가 아닌 국제유치원에 다니는데, 국제유치원은 겨울방학이 크리스마스를 낀 딱 1주뿐이다. 진작 알았더라면, 딸아이의 학교 선택이 바뀌었을지도….

그나저나 소주대 수업 시간에 옆자리의 이태리 짝꿍에게 엄마들은 방학을 제일 무서워한다고 했더니 이태리 엄마들도 마찬가지란다. 그녀와 나는 아마 전 세계 모든 엄마들의 마음이 똑같을 것이라며 격하게 웃음을 나눴다.

딸아이도 커서 언젠가 아이를 낳으면 방학이 무서워질까? 족히 20년은 기다려야 그 답을 알게 될 질문이 생겼다. 그 사이 몇 번의 방학을 더 보내게 될까. 엄마에게도 방학이 있으면 좋겠다.

<류지연 님은 현재 중국 소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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