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늘길이 닫혔다
중국 하늘길이 닫혔다
  • 류지연 기자
  • 승인 2020.04.03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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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류지연의 중국적응기 '소주만리'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청천벽력(靑天霹靂).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칠 때가 있다던가. 며칠 전 한밤중에 겪은 일이 꼭 그와 같다.

때는 바야흐로 2020년 3월 26일에서 27일로 막 넘어선 시각, 12시 42분. 잠든 아이 옆에 누워 뒤척거리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카톡의 신소주정보방에 새로운 알림이 뜬다. 들어가 봤더니, 두둥! 3월 28일 0시부터 중국이 외국인을 입국 금지한다는 공고다.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에 재빨리 네이버 검색창에 ‘중국 외국인 입국금지’를 쳐 본다. 하나의 기사가 나온다. 중국 외교부에서 3월 26일 밤 11시(한국시간 밤 12시)쯤 해당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는 내용이다.

얼마 전 지인과 대화를 나누던 중 중국에 들어가는 상황이 점점 악화되어 걱정된다기에 난 희망 반, 예상 반으로 계속 입국자들을 지정(호텔) 격리하고 입국 봉쇄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거라고, 기다리다보면 더 나아질 거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라는 초강수를 둘 줄이야. 한편으로 ‘중국’이기에 가능하다고, 머리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아무튼 지금 당장은 불투명해진 미래가 걱정이다. 아빠가 보고 싶다는 우는 아이를 어찌 또 달래야 하며, 아이 학교는 4월 중순에 개학한다는데 언제 다시 돌아가서 등교시킬 수 있을지, 중국 집의 만기도 다가오는데 어찌해야 할지, 회사의 휴직 처리에는 문제가 없을지, 이러다가 여름까지 눌러앉아 여름옷을 일체 장만해야 하는 건 아닌지 등등.

사실 4월 1일 입국을 위해 김포발~상해 홍교(虹桥, hóngqiáo)행 비행기 표를 사둔 상태였으나 3월 25일부터 상해 홍교 공항 국제선을 전면 폐쇄하고 해당 항공편이 인천발~상해 포동(浦东, Pǔdōng)행과 통폐합되면서 운항횟수까지 줄어들어 4월 1일 입국을 절반쯤은 포기하고 있던 상태이긴 했다.(얼마 전부터 김포발 상해 홍교행은 국적기 운항이 모두 취소되고 중국동방항공에서만 일 1회 운항하는지라 그마저도 표를 사기가 쉽지 않았다. 통폐합된 인천발~상해 포동행은 더군다나 주 3회라 좌석을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항공편 감축에 불안감을 느낀 몇 몇 지인은 4월 초 입국을 계획했다가 며칠 전 급히 표를 바꿔 3월 27일 입국하는 표를 샀다고, 나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지만 아이와 둘이 14일간의 호텔격리를 견뎌낼 자신이 없어 사양했었다. 전면 입국금지 공고가 뜨고 보니 그들은 의도치 않게 마지막 중국 입국자가 된 셈이다.

입국하는 지인에게 함께 한 중국 생활이 즐거웠다며 자조가 섞인 작별문자를 보낸다. 그날 저녁에 들려온 소식은, 입국자들 전원 방호복을 입혀 호텔로 이동시킨다는 거였다. 중국에 남아있는 남편들은 이 소식을 듣고 사람을 바이러스 취급한다며 매우 분노했다고 한다. 언제부터 방호복 착용 방침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코로나19와의 사투로 각국의 방호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 2만5000여명 수준이라는 중국 입국자 전원에게 새 방호복을 입혀서까지 입국자들을 실어 나르는 걸 보면 한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사진 제공: 네이버 중정공 카페 기리짱짱님)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사진 1, 2)상해 포동 공항에 세워진 입국인 대상 표지판(여러 나라 말로 씌어진 게 눈에 띈다)과 방호복과 고글, 마스크를 착용한 입국자들(사진 제공: 네이버 중정공 카페 기리짱짱님)
상해 포동 공항에 세워진 입국인 대상 표지판(여러 나라 말로 씌어진 게 눈에 띈다)과 방호복과 고글, 마스크를 착용한 입국자들(사진 제공: 네이버 중정공 카페 기리짱짱님)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기습적인 외국인 입국금지 조치는 4월 18일 개최설이 흘러나오는 양회(兩會, liǎnghuì)의 사전준비라는 추측이다. 양회는 2개의 회의라는 뜻으로, 연 1회 개최되는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全国人民代表大会)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全国人民政治协商会议)를 뜻한다. 가장 크고 중요한 정치행사라고 할 수 있다. 공산당 승리 선언을 위한 코로나19 해외 역유입 확산 차단 차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언제까지 문을 닫아걸지는 알 수 없으나, 양회가 끝나면 개방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치라면 딱히 관심을 두고 싶지 않지만, 이젠 남의 나라 정치행사가 어찌 되나까지 촉각을 기울여야 할 판이다.

사실 재개방 이후에도 비행기 타기는 상당 기간 힘들어 보인다. 중국이 외국인 입국금지와 더불어 또 하나 발표한 정책이 있는데 3월 29일부터 당분간 모든 항공사에 중국 입/출국 노선을 주 1회만 허가하며 이마저도 총 좌석의 75%만 채워야 한다는 내용이다. 넓디넓은 중국 땅에 주1회 운항이니 상해행 비행기가 있는 것만도 감지덕지해야 할 수준이다. 4월 노선 중에서는 중국동방항공이 매주 화요일 인천~상해 포동행을, 중국춘추항공이 매주 월요일 제주~상해 포동행을 운영한다고 한다. 정 표를 못 구하면 제주도에 가서라도 비행기를 타고 들어가는 이들도 있지 않을지 생각해 본다.

관련기사)<연합뉴스> 한국-중국 오가는 항공편 대폭 축소...인천-베이징 주1회(https://www.yna.co.kr/view/AKR20200330043700083?input=1195m)

서울만리가 아닌 소주만리를 재개하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란다.

<류지연 님은 중국 소주에서 살다가 이번 바이러스 사태로 서울로 돌아와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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