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기본’
가장 중요한 ‘기본’
  • 류지연 기자
  • 승인 2020.05.14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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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류지연의 중국적응기 '소주만리'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중국에서 집을 구하러 다닐 때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중국에 고작 7개월하고도 24일간 머무르다 돌아와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4개월 차가 되어 가는 필자이지만, 짧은 경험담으로도 강력히 말하고 싶은 것은 중국에서는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다.

그럼 과연 집의 기본은 무엇일까? 비바람을 막아줄 수 있어야 하고, 더위와 추위를 덜 느끼게 해주는 것일 게다. 깜짝 놀랄 일이지만 중국에서 처음 구한 집은 이 모든 것들이 허술했다. 그렇다고 집세가 싼 허름한 아파트를 구한 것도 아니었다. 무려 진지호(金鸡湖)를 앞에 끼고 소주의 랜드마크인 동방지문(东方之门)과 소주중심(苏州中心)이 지근거리에 위치한, 고급(겉으로 보기에만 그렇다. 실상은 아파트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곳이다) 아파트였다. 그런데 막상 입주해 보니 집 창문들 중 절반은 고장이 나서 여닫기가 제대로 안되고 창문 틈이 허술하게 들떠서 바람이 세게 부는 밤만 되면 창문에서 귀신 우는 소리가 난다. 미세먼지 심한 날은 창문 틈으로 공기가 새니 아무리 공기청정기를 틀어도 효과가 없다. 또한 안방 창문은 통유리 형식인데 장마철이 되니 물이 줄줄 샌다. 물새는 걸 처음 발견한 날 수건을 받쳐놓는 정도로는 밤새 해결이 안 될 것 같아 바가지와 통들을 받쳐놓고 잤는데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밤사이 흘러내리는 물길이 바뀌었는지 바가지엔 얕은 물만 차있고 방바닥에 필자만큼이나 거대한 물구덩이가 생겨있었다.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니라 같은 아파트 다른 동에 사는 남편 회사 동료들 집도 모두 비가 샌다고 했다. 관리사무소에 물어보니 아파트 전체 외벽의 문제인데 수리할 돈이 없어 수리를 못하고 있단다.(그게 작년 7~8월의 일이고 아직도 수리가 안됐다.) 엄청나게 오래된 아파트도 아니고 2004년에 지어진 아파트라니 말 다했다.

그리고 중국 집들은 에어컨이 대부분 호텔에서나 보았던 천장을 통한 공조 형태인데, 이 에어컨이 낡아서 그런 건지 고장이라 그런 건지 구조가 원래 그런 건지 몰라도 틀어도 딱히 시원하지 않다. 그렇다고 종일 틀면 전기세 폭탄을 맞는다. 필자의 경우 아무리 틀어도 시원하지 않아 호텔처럼 하루 종일 켜놓는 거라는 부동산 사장 말만 믿고 종일 틀어놨다가 지난여름 2개월 치 전기세 2678위안(한화 약 45만5000원) 고지서를 보고 며칠간 분노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문제는 에어컨의 찬바람이 제대로 안 나와 고장 난 게 분명한데, 사람을 불러도 제대로 수리도 안 되고, 문제없다는 말만 하고 가버린다는 거다. 큰방 에어컨의 경우 심지어 찬바람을 틀어도 뜨거운 바람이 나와(중국 에어컨은 공조 형태라 겨울용으로 온풍기능도 있다.) 수리기사를 불렀는데 기껏 기사 두 명이 와놓고도 설명은 제대로 듣지 않고 한번 틀어보더니 바람이 나오니까 문제가 없다며 가버리는 거다. 뒷목이 당기고 혈압이 오른다는 게 어떤 건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체험이다.

난방은 또 어떤가. 중국 사람들은 온돌개념이 없기에 바닥 난방을 하는 집이 많지 않다. 요즘은 한국인이 많이 살다보니 바닥 난방이 깔린 아파트가 많아졌고, 세입자가 계약 전 협상 때 요청하면 바닥 난방 공사를 새로 해주기도 한다. 지금 집도 바닥 난방 공사를 새로 해준 거라고 해서 따뜻할 줄 알았는데 바닥에 영 온기가 없어 수상했다. 1월 말 나와 아이는 한국에 건너오고 남편은 소주에 남았는데 아뿔싸, 2월 어느 날인가는 난방이 완전히 꺼졌다는 거다. 남편은 얼음장 같은 집에 그나마 나와 아이가 없어 다행이라며 날 풀리면 천천히 돌아오라고 했다. 그때는 한창 코로나가 기승일 때라 수리기사를 불러도 오지 않으니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바닥 난방 공사를 새로 한 게 아니라 기존에 깔려있던 배관을 재활용했다고 한다. 따뜻하지도 않고 가스만 엄청나게 잡아먹는 이유가 있었던 거다. 냉방 전기세 못지않게 보일러 가스비도 만만치 않은데, 더군다나 가스비는 쓰면 쓸수록 계속 단위비용이 올라가는 구조라서 몇 개월 사이에 같은 양의 가스 사용에도 훨씬 더 비싼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작년 가을부터 일찌감치 올해는 꼭 이사를 가리라고 다짐했던 터다. 단지 근처에 한국인 커뮤니티가 없어도 상관없으니 그나마 기본이 멀쩡할 신축 아파트를 찾아가리라고 벼르고 별렀다. 그나저나 집 만기는 5월 말인데, 나와 아이는 돌아갈 기약이 없으니 이번에도 남편 혼자 집을 구해야한다. 그리고 찾아온 선택의 시간…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신축을 찾았으나, 단지 내에 한국인이 별로 없다. 나와 남편은 오히려 좋지만 문제는 아이다. 외동이라 그렇잖아도 교우관계에 목말라있고 언니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아이인데, 말 통하는 친구 하나 없는 단지에서 얼마나 쓸쓸할까(+필자를 볶아댈까)를 생각하니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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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한 눈에 반해버린 신축단지, 주택 같은 2층집 구조에 새 가구부터 단지 내 조경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아이 친구들이 많이 사는 대단지 아파트를 골랐다. 신축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집보다는 연식이 덜했다. 지인 집들을 다녀보니 단지 내 관리상태도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아 아이를 위해 대승적으로 양보하기로 했다. 물론 이 단지도 단수가 자주 되고, 지인 집의 경우 갑자기 멀쩡한 베란다 창문이 저절로 와장창 깨진다던가 하는 불상사가 있었다.(그 지인도 이번에 단지 내 다른 집으로 이사 간단다.) 남편에게는 창문 상태, 냉/난방 상태, 청소 상태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라고 했다. 단지 내에서 대여섯 집을 둘러보고 그럭저럭 맘에 드는 한 집을 골랐다. 지금 집은 들어갈 때 이것저것 요구하지 못해 많이 아쉬웠던 터라 이번에는 부동산도 바꿨기에 되든 안 되든 다 요구해보기로 했다. 청소 등의 자잘한 사항을 제외한 굵직한 요구 목록은 다음과 같다.

#가전/가구 구매

1. 거실 TV

2. 식탁/의자

3. 주방 수납장

4. 안방 화장대

5. 거실/작은방 수납장

6. 기존 냉장고 대용량으로 교체

7. 인덕션

그런데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을 인덕션 교체만 제외하고 다 해준다는 것이 아닌가! 인덕션 교체 대신 기존 가스레인지 부품도 새 걸로 바꿔준다고 한다. 냉난방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더니 에어컨은 분해청소 하는 사진을 찍어 보내주고 난방도 배관청소 이후 직접 하루 동안 틀어보게 해줬다. 가구도 직접 고르라고 해서 이케아(IKEA) 홈페이지를 뒤져보고 있다. 이전 집에서는 새로 사준 가구/가전이라야 거실 TV 한 대와 전자레인지, 가스레인지가 다였던 걸 생각하면 극과 극이 아닐 수 없다. 중국에서 사귄 Y가 처음 집을 구했을 때 주인이 가구를 이것저것 직접 골라서 살 수 있게 해줬다고 해서 내심 부러웠는데 드디어 나도 비슷한 집주인을 만난 것이다. 아직 살아보기 전이지만 시작이 좋다. 물론 언제쯤 새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드디어 양회가 5월 말로 잡혔으니 6월에는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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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구한 집의 거실과 안방, 중국 집들은 가전/가구가 딸린 채로 세를 놓기 때문에 취향이 맞는 집을 구하기가 은근히 까다롭다. ⓒ위클리서울/ 류지연 기자

아직 부족한 경험이지만 중국에서 집을 구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기본’ 상태를 유의해서 보라는 것, 요구를 어려워하지 말고 일단 해보라는 것, 부동산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집에 문제가 생기면 집주인보다도 먼저 부동산에게 연락해서 수리를 받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부동산이 얼마나 사후관리를 잘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아무쪼록 이번 집은 집의 기본 역할에 충실해서 오래오래 살 수 있기를 희망한다.

<류지연 님은 중국 소주에서 살다가 이번 바이러스 사태로 서울로 돌아와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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