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정은 어떻게 하지?”
“우리 일정은 어떻게 하지?”
  • 김준아 기자
  • 승인 2020.08.21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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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주나 캐나다 살기-17회] 홀리데이1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여행은 살아 보는 거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광고 문구이다. 좋아하는 걸 실행하고자 무작정 캐나다로 왔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그저 로키 산맥에서 살아 보고, 오로라 보러 다녀오고, 나이아가라 폭포가 보이는 곳에서 일 해보고, 캐나다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 내 꿈은 소박하다. 캐나다에 도착한 순간 다 이룰 수 있는 꿈이 되었으니까. 꿈을 좇는 그 열일곱 번째 이야기.

 

캘거리는 겨울에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굉장히 추운 도시이다. 그래서 다운타운 대부분의 건물이 연결되어 있다. 백화점 1관에서 2관가는 연결 통로처럼 말이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이때까진 동생이 다음 날 출발하지 못 하리라 상상하지 못 했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캐나다에 도착한 지 어느덧 4개월이 되었다. 나에게 남은 워킹홀리데이 비자 기간은 8개월. 지난 4개월 동안 워킹(Working, 일)과 홀리데이(Holiday, 휴가)를 7:3 비율로 살았던 것 같다. 모든 게 익숙해졌고, 모든 게 안정이 되었다. 하지만 캐나다는 겨울엔 여행이 무척 힘들어지니 잠시 워킹을 멈추고 홀리데이에 집중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워킹을 멈추고 홀리데이에 집중한다고 하면 “너 부자야?”라는 질문을 들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 비자의 이름이 참 마음에 든다. 내 선택에 따라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그 누구의 질문도, 시선도 받지 않고 말이다. 돈을 모으고 싶으면 열심히 일을 하면 되고, 놀고 싶으면 눈치 안 보고 놀아도 된다. 하지만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마음에 안 드는 점도 있다. 첫째, 대부분의 나라가 1년밖에 체류가 안 된다는 것(호주, 영국 등은 2년 가능), 둘째, 만 30세까지만 신청이 가능하다는 거다.

내가 만약에 20대로 돌아간다면 유일하게 하고 싶은 일이 매해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는 거다. 얼마 전 SNS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현대 나이 계산법이라고 재미난 계산법이 나왔는데 지금 자신의 나이에 0.8을 곱하라고 했다. 나는 현재 외국에 있으니까 만으로 32세. 거기에 0.8을 곱하면 무려 25살이다! 이렇게 어린데 더 이상 워킹홀리데이가 불가능 하다니…. 워킹홀리데이 비자도 시대 흐름에 따라 언젠가는 나이 조정을 할 것이라고 본다. 내가 만 35세가 되기 전에 만 35세로 조정되었으면 좋겠다. 실제로 만 35세까지 인 나라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불가능 한 일이니 캐나다의 1년은 나에게 마지막 워킹과 홀리데이를 즐길 수 있는 기회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즐겨야 한다.

 

캐나다에 살게 된다면 캘거리에 살고 싶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동생과 다음 날 가려고 찜 해둔 피자집. 결국 가지 못했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정들었던 캔모어와 작별 인사를 하며 그래도 조금 덜 슬펐던 이유는 이번 홀리데이에 여동생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친구들과의 헤어짐은 슬프지만 동생과의 만남이 기다린다. 설레는 마음으로 캘거리에 동생을 마중 나갔다.

캘거리는 캔모어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알버타주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가끔 한국 식품을 구매하러 갔던 곳이기도 하다. 밴쿠버나 토론토 같은 유명하고 큰 도시들에 비해 한국인이 많은 건 아니지만, 한인 미용실, 한인 마트, 한식당 등 다양한 한인 편의시설이 있다. 만약 캐나다에 살게 된다고 하면 나는 주저 없이 캘거리를 선택할 것 같다. 알버타주는 캐나다에서도 세금이 가장 저렴하고(5%), 의료보험(헬스케어)이 무료이다. 캔모어는 자연이 좋긴 하지만 편의시설이 부족하다. 하지만 캘거리는 로키산맥까지 차로 1시간밖에 걸리지 않지만 편의시설이 충분하다. 게다가 방값도 캔모어보다 저렴하다. 다른 대도시와 비교해 보면 거의 절반까지 저렴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생활비가 적게 들어가지만 캐나다에서 최저임금(15불)이 가장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살고 싶은 캘거리에 동생이 도착하기 하루 전날 미리 가서 열심히 한식을 먹었다. 나름의 준비랄까. 하하. 그리고 다음 날 만날 동생과의 일정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조심히 와! 너 한국에서 20일에 출발하는데 캐나다 도착해도 20일 인 거 알지?”

“응. 알아. 나 지금 비행기 탔어. 잘자!”

 

도서관에서 새롭게 계획을 세워야했다. 그래도 도서관이 예뻐서 잠시 화가 풀렸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내 동생은 캘거리의 랜드마크도 보지 못 했다고 한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조식을 먹고 동생 마중을 나가려고 일찍 일어났는데….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지? 여동생에게 연락이 엄청 많이 와 있는 것이 아닌가. 분명히 비행기에 있어야 하는 시간인데 말이다.

“망했어. 비행기 아직도 인천공항이야. 비행기 결함 있다고 계속 지연되고 있어. 시동도 계속 껐다 켜고…. 캘거리 가는 건 진작 놓쳤고, 밴쿠버에서 캘거리 가는 비행기 어떤 거 타게 될지도 모르고, 태양의 서커스 볼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몰라. 비행기 안에서만 거의 4시간째야.”

“진짜 망했어. 비행기 오늘 출발 못 하고 내일 아침에 출발 일정 나오면 알려준대. 일단 근처 호텔로 간대. 우리 일정은 다 어떡하지? 일단 언니 태양의 서커스는 혼자 보고, 렌터카 회사에 연락해야 할 듯해. 면세품까지 다 반납하고 나가는 중이야. 짐도 찾아야 해.”

“나 짐 찾고 나와서 지금 호텔가는 버스 기다리는 중인데 내일 오후 1시에 비행기 있을 예정이래. 그것도 확정은 아니래. 에어캐나다 직원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했는데 아직 오지도 않았고…. 직원 만나서 확정 짓고 가려고 기다리는데 말이야. 지금 투어 가는 관광객도 엄청 많은데 다들 화났어. 여행사 직원들도 불쌍하고… 내일 1시에라도 타면 다행일 듯.”

“우리 일정은 어떻게 하지? 언니 일어나서 메시지 보면 진짜 황당하겠다. 출국 취소 심사하고 들어왔어. 진짜 어이없다.”

“언니가 언제쯤 일어날까…. 나 일단 호텔 도착했고, 씻고 나올게.”

“아직 안 일어났네. 씻고 나오니까 메일이 와있어. 지금 여기 00시 05분인데 19시 비행기래.”

 

내 기분을 알았던 걸까? 혼자 공연을 보러 가는데 비가 내렸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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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인정하자. 혼자 봐도 솔직히 말해서 재미있었던 태양의 서커스. 둘이 봤으면 더 좋았겠지?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도대체 이게 다 무슨 말인가. 잠이 확 깨서 전화를 걸었다. 오후 3시 30분에 출발했어야 하는 비행기는 조금 지연이 되었다가 활주로를 달렸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시동이 꺼졌고, 한참을 서 있었다는 것이다. 다시 조금 앞으로 가고 또 멈추고… 그렇게 활주로에서 4시간을 멈춰 있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나서 운항을 못 하니 모두 내리라고 한 것이다. 비행법상 출발하지 않은 비행기 안에서 4시간 이상 있을 수는 없다. 버스를 타고 비행기가 달린 활주로를 돌아와 대기했다. 비행기 부품이 없어서 고치지 못 했다고 결항이 되었다. 그 많은 인원이 면세품을 반납하고 출국 취소 심사를 한 것이다. 정말 많은 여행을 다녀봤지만 출국 취소 심사라는 건 처음 들어본다. 그렇게 나와서 비행기가 출발 했어야 하는 시간이 9시간 지난 후에야 안내해 준 호텔에 도착했단다. 일단 다행이었다. 이륙 전에 브레이크 고장을 발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제외한 모든 사실이 최악이었다.

동생은 캘거리에 오후 도착 예정이었고, 같이 저녁 공연을 보고 다음 날 캘거리에서 차를 빌려 로키 여행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모든 숙소를 예약해놨고, 렌트카부터 공연까지 전부 2명 예약을 해놓은 상태였다. 심지어 6일 후에는 비행기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만약에 한 지역에서 6일을 머무는 계획이었으면 그래도 너그럽게 생각했을 텐데 우리는 무려 800km나 운전하며 여행을 할 계획이었다. 숙소도 중간 중간 일정에 맞게 예약해놓은 상태. 그런데 도착 예정 다음날 저녁에 도착해서 2일을 버려야 한다고? 정말 최악이었다.

속이 타서 잠이 안 오는 동생과 캘거리 여행이고 뭐고 화가 나서 잠이 확 깬 나는 일단 모든 계획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차량 렌트는 다음날로 변경이 가능했는데 공연은 당일이기에 취소가 되지 않았다. 에어캐나다 측에서 보상해주겠지 생각하고 일단 넘겼다. 숙소도 전부 취소가 되지 않기에 처음 일정을 빡빡하게 조정하기로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자….”

이런 대화를 메시지로 나누고 있는데 동생이 또 화가 나서 전화가 왔다. 에어캐나다 측에서 비행기 결항으로 인한 보상으로 유효기간 1년짜리 에어캐나다 바우처 400불과 할인코드 30%를 보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연이나 차량 렌트, 숙소에 대한 보상은 해줄 수 없다고 했단다. 정말 화가 나는 대처였다. 언제 또 다시 에어캐나다를 이용하게 될 줄 알고? 하… 브레이크 고장이라는 엄청난 결함을 미리 확인하지 않아서 모두에게 한 번뿐인 소중한 시간을 빼앗아 놓고 바우처와 할인쿠폰이라니. 하지만 우리는 에어캐나다에 엄청난 항의를 할 수는 없었다. 대부분의 승객이 다음 날 저녁 7시 비행기를 타기로 결정되었는데 내 동생은 오후 1시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동생을 만나서 워킹홀리데이 챕터2 ‘홀리데이’를 시작했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비행기 체크인을 하고 있는데 옆에 어린 학생과 부모님이 엄청 걱정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아이 혼자 유학을 보내는데 밴쿠버에 도착해서 경유를 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걸 듣고 동생은 선뜻 도와주겠다고 했다. 옆자리로 좌석을 선택하고 출국심사와 비행기 탑승까지 계속 같이 있었다고 한다. 동생이 오후 7시 비행기를 안내 받은 시각, 아이 어머니에게 “오후 1시 비행기 타시죠?”라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에어 캐나다에 전화해서 알아보니 경유를 해서 멀리 가야하는 승객(아이만 해당됐다)만 오후 1시 비행기에 탑승 시켜준다고 했단다. 내 동생도 밴쿠버에서 캘거리까지 가야한다고 하니까 캘거리까지 가는 비행기는 많아서 안 된다고 했단다. 아이 이동을 도와주기로 했다고 하니 1시 비행기를 탈 수 있게 해준 것이다. 동생이 그 아이를 도와주지 않으면 에어캐나다 측에서 이동 서비스를 해줘야 했다. 본인들의 인력을 쓰지 않고, 동생의 표를 바꿔주기로 한 거다.

그렇게 다음 날, 오후 1시 비행기를 탄 동생은 밴쿠버를 경유해서 도착 예정 시간 24시간이 지난 후에 캘거리에 도착했다. 아직 제대로 된 여행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사건이 벌어지다니…. 1년을 지낼 나에게 일어난 일이었으면 이 정도로 화가 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가족의 일이고, 2주라는 정해진 시간이 있었기에 너무 화가 났다.

혼자 공연을 보고, 혼자 좋은 숙소에서 머무는데 하나도 좋지가 않았다. 캘거리 여행은 제대로 하지도 못 하고, 와이파이가 터지는 도서관에 앉아서 계속 동생이랑 연락을 했다. 그렇게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챕터2였던 ‘홀리데이’가 시작되었다.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질지 전혀 알 수가 없는 나는 오늘도 여행길이다.

 

김준아는...
- 연극배우
-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 Instagram.com/juna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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