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만에 겪은 신기한 일들
3시간 만에 겪은 신기한 일들
  • 김준아 기자
  • 승인 2019.08.09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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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주나 – 세계여행] 베트남 호치민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여기, 주나>는 여행 일기 혹은 여행 기억을 나누고 싶은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의 세계 여행기이다. 여기(여행지)에 있는 주나(Juna)의 세계 여행 그 일곱 번째 이야기.

 

호치민 시청사. 유럽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호치민. 사실 프랑스 식민지 시대 때 지어져서 유럽 양식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호치민 시청사. 유럽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호치민. 사실 프랑스 식민지 시대 때 지어져서 유럽 양식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길을 나서며 나 혼자 오토바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나는 보행자 신호 때 나의 길을 걸을 것이니 나를 치지 않으려면 멈추시오.” 오토바이는 멈추지 않았다. 대신 나를 잘 피해서 갔다.
길을 나서며 나 혼자 오토바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나는 보행자 신호 때 나의 길을 걸을 것이니 나를 치지 않으려면 멈추시오.” 오토바이는 멈추지 않았다. 대신 나를 잘 피해서 갔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길을 나서며 나 혼자 오토바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나는 보행자 신호 때 나의 길을 걸을 것이니 나를 치지 않으려면 멈추시오.” 오토바이는 멈추지 않았다. 대신 나를 잘 피해서 갔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미식의 나라 태국에서 2주 동안 지내면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은? 바로 베트남 쌀국수이다. 그래서 베트남으로 향했다. 단순한 이유로 여행지를 정할 수 있는 나의 세계 여행이 참 좋다.

목적도 계획도 없이 다니다가 베트남 도착과 동시에 최초로 여행의 목적을 만들었다. “베트남 음식 정복!” 맛있다고 소문난 모든 식당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베트남 호치민 시내로 향했다.

 

호치민의 독특한 문화로 꼽히는 아파트 카페.
호치민의 독특한 문화로 꼽히는 아파트 카페.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치앙마이에서 산 엽서에 베트남 우표를 붙여 생일을 맞이 한 친구와 가족에서 엽서를 보냈다. 세계여행 중 나의 취미.
치앙마이에서 산 엽서에 베트남 우표를 붙여 생일을 맞이 한 친구와 가족에서 엽서를 보냈다. 세계여행 중 나의 취미.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오로지 먹기 위해 여행을 간 베트남 호치민. 도착한지 3시간 만에 겪은 신기한 일들

1. 세계 여행 전에도 꽤 여러 나라를 다녀봤는데 내가 다녀 본 나라 중 최초로 입국 신고서가 없었다. 베트남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비밀로 해주는 거 같아서 신기했다.

2. 나는 항상 새로운 나라에 도착하기 직전 예산을 짜고, 바로 직전 나라에서 사용하고 남은 돈을 도착한 나라 화폐로 공항에서 환전을 한다. 그리고 그 돈으로 시내까지 나가서 나머지 필요한 돈을 현지 ATM기에서 인출해서 사용한다. 공항 환전소는 수수료가 비싸지만 안전하다. 그런데 베트남은 공항 환전소는 환율표가 없고, 영수증도 주지 않았다. 돈을 내미니 계산기를 대충 두드리고 돈을 내밀었다. 어떻게 계산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냥 믿으라고 하는 거 같아서 신기했다.

3. 입국 후 꼭 필요한 돈이지만 너무 비싸서 괜히 아까운 돈이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 교통비이다. 그런데 호치민은 한화 약 1000원이면 안내원까지 있는 버스로 시내까지 갈 수 있다. 호치민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여행자의 주머니 사정을 배려해 주는 거 같아서 신기했다.

4. 1000원을 내고 시내를 향해 가고 있는데 버스가 갑자기 도로 한복판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안내원 아주머니께서 내리더니 다급하게 길을 건넜다. 무슨 일이지? 큰일이라도 난 줄 알고 긴장하며 지켜보았다. 그런데 세상에… 건너편에 있는 길거리 포장마차로 가는 게 아닌가? 그렇게 음식을 포장해 온 안내원 아주머니가 탑승한 후 다시 버스가 출발하였다. 직원의 저녁 반찬을 위해 승객들에게 아무 설명 없이 5분 동안 정차한 버스가 신기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기다려 주는 승객들도 신기했다.

5. 목적지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는데 내 앞으로 오토바이 3대가 연속으로 지나갔다. 왜 이 버스는 위험하게 나를 도로에서 내려준 건지? 화가 나려는 순간 내 발이 닿은 곳이 인도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6. 도대체 오토바이가 왜 인도로 지나갔을까? 의아해하면서 숙소를 찾아가고 있는데 오토바이 한대에 어른 2명과 헬맷을 쓰지 않은 어린아이 2명이 타고, 보행자 신호인데 그냥 달리는 걸 보았다. 그저 신기했다.

7. 보행자 신호인데도 달리는 수많은 오토바이를 피해 겨우 숙소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려는데 직원이 영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나는 베트남어를 한마디도 못하지만 무사히 체크인을 했다. ‘말 하지 않아도 알아요’ 세계 공통어 바디 랭귀지는 역시 참 신기하다.

8. 배낭을 내려놓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쌀국수와 스프링 롤 그리고 음료수까지 시켰는데 한화로 약 4000원이 나왔다. 후식으로 생망고 주스를 마시러 갔는데 2000원의 행복을 주었다. 하루 종일 숙박비를 포함해서 1만5000원을 썼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핑크 성당에서. 여행을 떠나기 전과 마찬가지로 나에게 하루는 24시간인데 같은 하루도, 같은 일주일도 꽉 채워지는 느낌이다.
핑크 성당에서. 여행을 떠나기 전과 마찬가지로 나에게 하루는 24시간인데 같은 하루도, 같은 일주일도 꽉 채워지는 느낌이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베트남 음식 정복’이라는 여행의 목적을 완벽하게 실행했다.
‘베트남 음식 정복’이라는 여행의 목적을 완벽하게 실행했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그렇게 도착한 지 3시간 만에 겪은 신기한 일들. 신기하면서 매 순간 놀라웠던 일들을 차츰 적응해 나갔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머무는 내내 가장 신기했던 건 베트남에서 먹은 모든 음식이 맛있었다는 것이다. 분짜, 쌀국수, 반쎄오, 스프링 롤, 망고 주스, 치킨덮밥, 반미(베트남식 샌드위치), 껌승(돼지고기 요리) 등등. 1일 4식을 위해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했고, 심지어 카페인 때문에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내가 베트남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하루에 커피만 3잔을 마신 날도 있다. 그리고 반미를 주문하면서 깜빡하고 고수를 빼 달라고 말하지 못해서 ‘못 먹겠구나’ 했는데 고수가 잡아주는 깔끔함에 감탄하며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편식이 심하던 나의 변화가 정말 신기했다.

이렇게 신기한 일들 덕분에 베트남에서의 4박 5일은 좋은 의미로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린아이들은 시간이 빠르게 간다고 느끼지 못하는데 어른이 될수록 시간이 빠르게 간다고 느끼는 건 호기심이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들, 궁금한 것 없는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새로운 사건과 시간이 쌓이지 않기에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이란다. 하지만 어린아이 같은 경우는 세상 모든 것들이 궁금하고 신기하기 때문에 매일매일 새로운 시간과 사건이 쌓이고 풍성해진다. 그래서 어른과 같은 시간도 많은 일들로 채워지기에 짧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라는 거다.

여행을 통해 그 사실을 몸소 느끼고 있다. 신기한 일들로 하루가 가득 채워지고, 그렇게 가득 채워진 하루로 일주일을 채우고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과 마찬가지로 나에게 하루는 24시간인데 같은 하루도, 같은 일주일도 꽉 채워지는 느낌이다. 300일 넘는 여행을 계획하는 내가 여행 3주 만에 얻은 깨달음. 이러니 내가 어떻게 여행을 멈출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여행길이다.

 

김준아는...
- 연극배우
-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 Instagram.com/juna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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